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 협상이 지연되면서 우선협상 대상자인 한·미·일 연합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의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모습. / 도시바 제공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의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모습. / 도시바 제공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은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과의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교섭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6월 2일 일본 관민 펀드인 산업혁신기구를 축으로 일본정책투자은행, 한국 SK하이닉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도시바는 애초 6월 28일 주주총회 전 한·미·일 연합과 계약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WD의 매각 반대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요구 등이 맞물려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WD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에 대한 첫 심문은 14일 열릴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컨소시엄에 대출 형태로 자금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인캐피털 몫의 의결권 지분 일부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최종 출자 규모와 지분 구조를 두고 의견 조율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협상이 지연되면서 도시바도 조급해진 상황이다. 도시바는 부정회계와 미국 원전 자회사 손실 등으로 경영 파탄 위기에 몰리면서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하지 않으면 자본잠식으로 상장 폐지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도시바가 WD를 설득하는 한편 폭스콘과도 교섭을 재개한 이유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기는 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갈 길 급한 도시바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도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17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와는 오랜 협력 파트너다"라며 "양측이 어떻게 윈윈할지 논의하고 있으며, (인수 포기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한·미·일 연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일단 14일 웨스턴디지털 측의 낸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요새 (상황이) 많이 변해서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