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장관이 7월 11일 공식 임명장을 받고 취임했다. 청문회 이후 여야 공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큰 이견 없이 수월하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중압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해 업계 안팎으로 미래부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전담 부처라는 인식으로 존속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창조경제 업무를 중소벤처기업부에 떼주고 과학기술 혁신과 4차산업혁명 주관 부처로 미래부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했다.

연구개발(R&D) 예산심의·평가까지 맡겨 막강 부처로서 힘을 실어줬다. 3명의 차관을 임명한 점이나 역대 어느 부처도 갖지 못했던 예산 관련 권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정책 실행과 예산 집행 등이 그만큼 미래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래부에 거는 기대가 높은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당장 유 장관에게 떨어진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통신비 인하 공약의 시행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미래부는 6월 22일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약정할인요금제 할인율 인상, 2만원대 보편적 요금제 도입, 저소득층 가입비 면제, 공공 와이파이 개방 등 다양한 내용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후 이통 업계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통사들은 정부가 해당 정책을 강행할 경우 수익이 떨어지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5세대(G) 네트워크 등 신규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반발한다. 차라리 알뜰폰을 더욱 활성화시키던가, 아니면 새로 선정하는 제4이동통신 사업자를 공공기관 개념으로 만들어 저가의 이동통신을 전담하게 하라고 한다.

반면 시민단체는 매년 영업이익 폭을 늘리는 이통사가 죽는소리를 한다고 말한다. 공약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 장관 입장에서는 장관으로서의 첫 단추를 끼우는 현안인 만큼 논란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그는 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역량 강화에 힘을 실어야 하며, 미래부의 근간인 과학기술과 ICT 간 융합과 기술혁신, 시너지 제고도 추진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유 장관은 LG전자 전산실을 시작으로 사회 경험을 시작했고, IT 담당 임원인 최고정보책임자(CIO)까지 올랐다. LG CNS 부사장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 ICT 총괄사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등도 역임했다.

주변에서는 유 장관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공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고 평가한다. 이런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면, 유 장관의 정책 수행 능력은 어느 정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청문회에서 그가 한 발언들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를 직접 관리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를 두고 소프트웨어(SW) 업계와 스타트업 업계는 혀를 내둘렀다.

4차산업혁명의 근간이 되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은 민간 주도의 경쟁환경 조성과 규제 완화가 더 중요한데,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정부 주도로 추진됐던 토종OO개발과 같은 SW, 앱 개발이 세금은 세금대로 날리고 완전히 실패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SW 업체 한 대표는 "한국 정부처럼 A부터 Z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는 자율적 기술 개발 주체의 등장과 성장을 독려하기 쉽지 않다"며 "유 장관의 답변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오히려 더 망치는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유 장관은 12일 오전 첫 보고를 받으며 "회의 자료를 만드느라 낭비하는 시간부터 줄이라"며 "모든 보고서를 한 페이지 짜리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실무자들을 더욱 옥죄이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장짜리 보고서에는 엄청나게 많은 내용이 압축돼야 할텐데, 보고 받는 이들이 이를 과연 이해할 수 있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한장의 보고서에 수십장의 별첨 자료가 들어갈 수 밖에 없으며, 실무자들이 더욱 곤란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어찌됐든 유영민 장관은 새 정부의 부름을 받고 그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야만 할 때다. 주변에서의 기대와 우려가 많지만 유 장관은 지금이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국가 혁신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시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