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새로 구매해 개통하려면 유심칩을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유심칩이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통할 때마다 유심칩을 사야 하며, 가격은 이통3사 공통으로 8800원이다.

한국 소비자는 해외와 비교할 때 부당 대우를 받는다. 영국과 스페인의 소비자는 공짜로 유심칩을 제공 받으며, 프랑스에서는 4900원, 호주에서는1700원에 유심칩을 살 수 있다. 유독 한국에서는 손톱만한 유심칩을 고가에 구입해야 한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이통3사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가 자체 유통하는 유심칩 가격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통3사의 유심은 LTE용 8800원, 3G용 5500원에 판매되며, SK텔레콤은 금융기능이 있는 유심은 8800원, 일반유심은 6600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가 자체 유통하는 유심은 LTE용은 5500원, 3G용은 2200원이다. 부가세를 빼면 3000원의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격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심칩 자체의 기능적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유심칩의 원가가 1000~2000원 정도일 것으로 본다.

이통3사가 유심칩 판매로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은 상당한 수준이다. 2014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2년 3개월 간 이통3사가 유심칩 유통 독점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총 3000억원에 달한다. 알뜰폰 업체가 자체 유통한 유심칩 가격을 고려하면 1173억원의 초과 수익을 올렸다.

유심칩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사치재가 아니라, 휴대폰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필수재다. 이통3사가 유심칩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격을 이렇게 높이 책정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통3사 상품을 판매하는 휴대폰 대리점·판매점은 이통3사에서 제공하는 유심칩만 팔아야 한다. 즉 소비자는 값비싼 유심칩 구입을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8800원이라는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적정하게 책정된 것이 아닌, 이통3사가 유통경로를 독점함으로써 만들어 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유심칩 가격 관련 문제가 제기된 후 정부는 이통3사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유심칩 가격 인하를 협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이 유심칩 판매에 따른 수익을 포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는 값비싼 유심칩을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 문제의 해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유심칩 유통 채널을 다양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통3사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자사가 제공한 유심칩만 판매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감시·감독하고, 생산자와 유통망 간 채널을 다양화하면 된다. 기능의 차이가 없는데 5500원 짜리 유심칩을 두고 8800원짜리 유심칩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유심칩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 이통3사도 유심칩 유통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심칩은 통신 서비스를 이용을 위한 필수 용품이며, 유럽에서는 필수재라는 이유로 무상 혹은 저가에 제공 중이다. 한국 소비자도 이러한 필수 기기 정도는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다양한 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기업의 선의에 기댄 '협의'라는 소극적 대응 대신 법적으로 보장된 독과점 해소의 정책적 수단을 총 동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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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충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18~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비서관으로 활동하였으며, 2016년 6월부터 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환경을 고려한 소비생활 실천을 추진하는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에서 ICT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