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역학이 자동차의 새로운 본질로 주목받고 있다. '잘 달리고(run), 잘 돌며(cornering), 잘 서는(stop)'이라는 자동차의 본질에 공기의 흐름을 얼마나 잘 타고 넘느냐에 대한 고민이 더해진 것.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를 설명하는 여러 숫자 가운데에서도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공기저항계수(Cd)다. 정확한 표현은 '항력 계수(Drag Coefficient)로, 그동안 고성능차 대부분이 낮은 Cd 값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Cd 수치가 낮으면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신차 출시 때는 으레 이 숫자를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이보다 Cd가 각광 받게 된 이유는 '연료효율' 향상에 큰 기여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연료효율이 자동차 선택의 최우선 순위로 대두되면서,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이 강구돼 왔는데, 대표적으로 내연기관을 비롯한 동력계 개선이다. 그러나 내연기관는 지난 100여 년 간 끊임없이 개선해, 기술적 한계점에 점점 다가오는 상황이다.
메르세데스-벤츠 공기역학부서 테디 볼 박사는 "현재 자동차의 Cd 값은 이론상 0.1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상태는 물고기와 같은 극단적 형태일 때만 가능하다. 공기역학 디자인 분야에서 물고기는 아주 중요한 영감을 주는 대상이지만 트렁크가 필수인 자동차는 물고기의 꼬리처럼 디자인될 수 없다. 그래서 일반 자동차의 Cd 한계치는 0.20으로 보고 있다. 이 한계점은 음속 장벽(Sound Barrier)로 불린다.
자동차의 뒷면도 중요한 부위다. 전체 공기 흐름을 마무리 짓는 곳이어서다. 자동차 꽁무니는 지붕을 타고 흐르는 공기와 측면을 훑어 지나오는 공기, 차체 아래를 통하는 공기가 가능한 동일 속도로 만나도록 설계한다. 이 중 하나라도 속도가 맞지 않으면 직선형 난기류가 만들어 지고, 공기저항이 증가하며, 효율은 떨어진다.
이와 관련, 테드 불 박사는 "자동차 개발은 디자인 과정의 극초기 단계에서 차의 비율을 정하고, 공기역학자와 디자인팀이 모두 함께 작업한다"며 "공기역학자와 디자이너의 미세한 조율 작업을 통해 보기에도 멋지고, 공기역학성능도 뛰어난 자동차가 완성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