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판매량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조기가 어느날 새삼 등장한 아이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올해들어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인기 가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2016년 10만대 수준이었던 건조기 판매량이 올해 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조기 열풍의 주역을 꼽으라면 LG전자를 빼놓을 수 없다. LG전자는 드럼 세탁기 트윈워시, 의류 관리기 스타일러를 출시하며 '토탈 의류 케어' 개념을 제창했다. 한편으로는 세탁과 의류 관리 가전은 국내에 보급됐지만, 건조 기기는 부족하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묻을까봐, 소비자들은 빨래를 바깥에서 말리는 것을 꺼린다. 속옷처럼 바깥에 내걸기 난감한 의류도 있다.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려고 해도 공간이 마땅치 않고, 습도가 높으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가스식 건조기가 있지만, 건조 시간이 길고 유지 비용도 비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LG전자 H&A사업본부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 세탁기상품기획팀(이하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은 건조기에 대한 소비자 피드백을 모으고 주거 환경, 공기 질 변화를 조사하는 등 상품 기획에 임했다.

"가전 제품 기획의 기본은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LG전자 트윈워시 세탁기는 의류 분리 세탁을, 스타일러는 간편한 옷 관리를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제품입니다. 살펴보니 국내에 건조 기기가 부족하고, 있더라도 사용하기 불편하더군요. 아파트 베란다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 건조 공간이 모자랐습니다. 황사와 미세먼지도 빨래 말리기를 방해하고 있었고요. 여기까지 조사하니 건조기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고 임준수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 팀장은 회고했다.

LG전자는 모터, 컴프레서 등 주요 부품을 모두 직접 개발·생산한다. 건조기의 핵심 부품 '인버터 히트 펌프'도 마찬가지다. 이 부품은 습기를 말리는 '히트 펌프'에 회전수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인버터' 기술을 더해 만든다. 인버터 히트 펌프로 저온 제습한 후, 내부 공기를 순환시켜 건조에 활용하면 옷감 손상과 전기료를 함께 줄일 수 있다. 그만큼 개발도 어려웠다고 한다.

"건조 품질을 높이고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기술은 단연 인버터 히트 펌프였습니다. 그런데, 이 부품 개발이 정말 어려웠어요. 빨래 종류가 많다보니, 건조 실증실험만 수천번 이상 해야 했습니다. 빨래 종류에 따른 가장 효율적인 동작의 조합을 찾는데 4년이 걸렸습니다. 건조기는 LG전자 제품 가운데 실증 실험 횟수가 가장 많은 제품입니다."

이렇게 개발된 인버터 히트 펌프는 건조기의 성능뿐 아니라 설치 공간까지 확보했다. 기존 가스식 건조기는 벽에 구멍을 뚫고 배기 덕트를 반드시 설치해야 했다. 반면, LG전자 건조기는 설치 제약이 없어 어디든, 심지어 방 한가운데에도 설치할 수 있다.

LG전자 H&A사업본부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 세탁기상품기획팀. / LG전자 제공
LG전자 H&A사업본부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 세탁기상품기획팀. / LG전자 제공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은 인버터 히트 펌프 외에도 오토클리닝 콘덴서와 이중 필터도 주목해달라고 강조한다. 오토클리닝 콘덴서는 건조 과정에서 나오는 보풀이나 이물질을 자동으로 청소, 내부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에너지 효율도 높인다. 200메쉬(그물코의 촘촘함을 나타내는 단위) 이중 필터는 건조 시 옷감 속 먼지만 정밀하게 걸러낸다. 한국 소비자를 위한 특화 기능, 침구 털기 기능도 요긴하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늘 자사 가전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탁기 관련 제품에는 유난히 애정을 보였던 조 부회장이다.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의 말에 따르면, 건조기를 사용해본 조 부회장은 오토 콘덴서를 비롯한 편의 기능과 사용성을 향상시키고 제품 품질에도 각별히 신경쓰라 주문했다고 한다.

향후 건조기에는 어떤 편의 기능이 들어갈까?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은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면 답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에너지 소비 효율, 건조 품질 등 건조기 본연의 기능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습니다. 현재 빨래 종류나 옷감을 자동 인식, 가장 알맞은 코스로 건조해주는 기능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건조기 활용 습관, 불편 사항 등 데이터를 모으면 가장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짤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LG전자 창원 공장에서 다양한 기능을 실증 실험하고 있어요. 높은 곳에 설치된 건조기 조작을 돕는 리모콘은 이미 적용했고, 스마트홈 기능도 차차 적용할 예정입니다."

LG전자 세탁기상품기획팀원들은 소비자들에게 건조기를 꼭 한번 체험해보라고 권했다. 최근 판매량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건조기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제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과 에너지를 함께 절약해주는 건조기의 매력은 한번 써보는 것만으로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저희 제품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이 세탁이라는 노동에서 해방됐으면 합니다. 소비자들이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세탁 문화를 주도하겠습니다. 소비자들의 사용 소감과 피드백도 소중히 받아들여 더 만족도 높은 제품을 연구·개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