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VR’ 위에 ‘뛰는 VR’...누믹스 ‘퀀텀 VR 트레드밀’ 체험해 보니

입력 2017.08.14 23:52

단순히 360도 영상을 보기만 하던 가상현실(VR) 콘텐츠는 어느덧 이용자의 액션에 따라 상호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VR 콘텐츠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VR 콘텐츠에 맞춰 진동과 기울임, 바람 등의 효과를 더해 더욱 사실적인 체험을 가능케 하는 '4D VR'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등장한 VR 콘텐츠의 대다수는 그냥 앉아서 즐기거나 탈 것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대다수로, 이용자의 직접 이동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다. 실제 이동이 가능한 '룸 스케일 VR' 기술이 있긴 하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해 한계가 있다.

국내 기업 누믹스 미디어웍스에서 개발한 ‘퀀텀 VR 트레드밀’은 가만히 앉아서 즐기거나 한정된 이동만 가능했던 기존의 VR 콘텐츠와 달리 가상세계 속을 자유롭게 걷거나 뛰어다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누믹스 미디어웍스 제공
최근 국내 한 기업이 '타는' VR를 넘어 '걷기' 및 '뛰기'까지 구현한 독자적인 VR 플랫폼을 선보였다. '누믹스 미디어웍스(이하 누믹스)'가 개발 중인 VR 무한보행 플랫폼 '퀀텀 VR 트레드밀'이 그 주인공이다.

트레드밀(treadmill)은 무한궤도 방식의 벨트 위를 무한하게 걷거나 뛸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를 말한다. 흔히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이라 불리는 기기가 바로 트레드밀이다.

일반 트레드밀은 이동 방향이 한 방향으로 고정됐지만, 'VR 트레드밀'은 360도 전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이 큰 차이점이다. 발판도 무한궤도 벨트가 아니라 매끈한 소재로 오목하게 만들어진 반구형 발판을 사용하며, 이용자는 바닥이 잘 미끄러지게 고안된 특수 신발을 신는다.

VR 트레드밀은 일반적인 운동용 트레드밀과 달리 360도 전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 누믹스 미디어웍스 제공
이용자가 쓰러지지 않게 하네스(몸이 흔들리거나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고정 벨트)로 허리를 고정해주면 가만히 한 자리에서 360도 전 방향으로 걷거나 뛰는 것이 가능하다. VR 역사가 좀 더 오래된 해외의 경우 'Virtuix'사가 선보인 VR 트레드밀 제품 'Omni'가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

누믹스의 '퀀텀 VR 트레드밀'도 기본 원리는 비슷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더욱 진보한 방식을 사용한다. 몸을 기울이는 방향에 맞춰 자동으로 이동하는 기존의 VR 트레드밀과 달리, 이용자의 발과 다리의 움직임을 직접 동작으로 인식함으로써 더욱 진짜 같은 가상현실 속 보행을 구현했다.

누믹스는 VR 트레드밀용 특수 신발(사진)에 각종 센서를 추가해 가상현실에서 더욱 사실적인 ‘보행’을 구현했다. / 누믹스 미디어웍스 제공
손성현 누믹스 이사는 "기존 해외 업체들의 VR 트레드밀 제품들은 가상현실 속에서의 '이동'은 구현했지만 '보행' 자체를 완벽하게 구현한 것은 아니었다"며 "'퀀텀 VR 트레드밀'은 자체 개발한 특수 신발에 모션 센서, 압력 감지 센서 등을 적용해 실제 보행 메커니즘을 더욱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퀀텀 VR 트레드밀'은 최근 VR 업계의 트렌드인 4D 체감 기술도 더했다. 가상현실 속 환경에 따라 반구형 트레드밀의 발판이 진동하거나 기울어지며, 이동 방향에 맞춰 바람이 불어오는 것까지 구현해 더욱 현실적인 가상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 '퀀텀 VR 트레드밀' 체험해보니

개발 중인 '퀀텀 VR 트레드밀'을 게임을 통해 직접 체험해봤다. 누믹스는 '퀀텀 VR 트레드밀' 전용으로 VR 건슈팅 액션 게임인 '퀀텀 배틀 아레나(Quantum Battle Arena)'를 함께 개발 중이다.

연구원들의 도움을 얻어 특수 신발을 신고, VR 트레드밀에 올라 헤드셋을 쓰자 누믹스의 테스트룸이 SF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전투 대기실로 바뀌었다. 손에 든 콘트롤러는 멋진 총기로 변해있다.



몸을 고정해 주는 하네스와 VR 트레드밀용 특수 신발은 가상현실 속에서 듬직한 갑옷으로 바뀌었다. 옆에는 다른 방에서 접속한 누믹스의 연구원이 체험자와 똑같은 장비와 갑옷을 차려입고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전투 준비가 끝나자 탑승해 있던 승강기가 전투 공간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발판이 그릉그릉 진동하고 승강기가 원형의 링을 통과할 때마다 바람 소리와 함께 실제 바람이 휙휙 불어 내린다.

덜컹 하는 진동과 함께 승강기가 멈추자 상당히 넓은 전투공간에 도착했다. 몸을 돌려 방향을 잡고 발걸음을 뗐다. 평지가 아닌 오목한 반구형 VR 트레드밀 위라 그런지 걷는 것이 어색하다. 천천히 걸음을 떼자 가상현실 속의 나도 발걸음에 맞춰 이동하기 시작한다.

게임 시작과 더불어 '피융피융' 하고 상대편의 공격이 날아온다. 전투공간이 뻥 뚫린 구조라 엄폐물에 숨거나 방패 등으로 막을 수 없다. 기존의 VR 건슈팅 게임들은 콘트롤러로 포인트를 지정하고 순간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거나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퀀텀 배틀 아레나'에서는 두 발로 직접 이동해서 공격을 피해야 한다.

정신없이 공격을 피하다 보니 어느새 어색했던 발걸음이 자연스레 뜀박질로 바뀌었다. 멈추면 상대편의 공격이 날아와 그대로 맞기 때문이다.

퀀텀 VR 트레드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상세계의 환경에 맞춰 바닥이 기울어지고 진동하는 등 4D 효과를 제공해 더욱 사실감 넘치는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 누믹스 미디어웍스 제공
멀리 떨어져 있는 다음 체크포인트로 이동하기 위해 점프대로 올라갔다. 퉁 하고 발밑이 튕기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새 공중을 날고 있다. 날아가는 방향에 맞춰 바람이 귓가에서 휙휙 분다. 착지와 함께 바닥이 철컹 울려 정말 뛰어내린 듯한 느낌을 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몸이 절로 움츠러든다.

상대편의 공격을 피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겨우 목적지로 도착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은 가쁘다. 5분 정도 플레이한 것 같은데, 게임 속에서 뛰어다닌 거리만 체감상 100m가량 되는 것 같다.

게임이 종료되고 헤드셋을 벗고 보니, 처음 봤던 테스트룸의 모습 그대로다. 게임 속에서 두 발로 신나게 뛰어다녀서 그런지 더욱 여운이 남는다. 특히 정해진 루트로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 속 공간 전체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손 이사는 "'퀀텀 VR 트레드밀'과 이에 기반한 VR 콘텐츠는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공간을 누빌 수 있어 즐길 때 마다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기존 VR 체험 콘텐츠와 다른 점이다"며 "한 번 즐기고 끝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계속해서 즐길 수 있는 VR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 '타는 VR' 위에 '뛰는 VR' 구현 머지않아

'이동'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기존의 VR 콘텐츠들은 몸이 아닌 시점만 이동하는 방식을 사용해 현실과의 일체감이 떨어진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콘트롤러를 사용해 지정한 위치로 '순간이동'을 하는것이 일반적인 이동 방식이다.

'룸 스케일' 기술을 통한 이동도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한계다. 걷는 것만 가능할 뿐 본격적으로 뛰어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퀀텀 VR 트레드밀'처럼 4D 기술이 결합한 VR 트레드밀이 보편화하면 앉아서 즐기는 형태가 주류인 현재의 VR 콘텐츠는 한 단계 더 진보할 전망이다. '타거나 걷는 VR' 콘텐츠 시대에 이어 '뛰는 VR'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한편, 누믹스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퀀텀 VR 트레드밀'의 핵심 기술 특허를 최근 국내와 해외에 각각 출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퀀텀 VR 트레드밀'과 더불어 최대 6:6 대전이 가능한 VR 액션 슈팅 게임 '퀀텀 배틀 아레나'를 개발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부터는 국내외 전시 행사 등에도 참여해 정식으로 제품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