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문' 아버지 야마구치 료타가 한국 애니 제작에 뛰어든 이유는

입력 2017.08.31 15:44

일본 스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야마구치 료타(山口亮太)'는 한국이 만든 어린이 애니메이션 작품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독창성'이 필수라는 쓴소리도 빠뜨리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각본가 야마구치 료타는 '세일러문', '원피스', '카우보이 비밥', '란마1/2',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헌터X헌터', '절대가련 칠드런' 등 주옥 같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작품의 이야기를 창조해낸 인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각본가 ‘야마구치 료타’. / 삼지애니메이션 제공
일본에서도 주목 받는 애니메이션 각본가가 돌연 한국 어린이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제작에 뛰어들었다. 8월말부터 국내 방영된 '몬카트'다.

몬카트는 초기 기획 기간만 약 3년, 제작비는 약 7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 작품으로 편당 13분, 총 52편으로 구성됐다. 애니메이션은 몬스터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카몬 왕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진 헤이스트'가 몬스터 '드라카'와 함께 왕국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IT조선은 일본 스타 애니메이션 각본가 야마구치에게 '몬카트' 제작에 참여한 이유와 한국 애니메이션 성장 가능성, 그리고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Q. 이제까지 만든 작품이 너무 많다. 모두 저마다 기억에 남겠지만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을 알려달라.

'세일러문', '소녀혁명 우테나', '두근두근 프리큐어' 등 소녀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많이 작업했지만, 사실 '기동무투전 G건담', '메다로트', '디지몬 세이버스' 등 소년들을 타겟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이 더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고 애착이 간다.

Q. 수 많은 애니메이션 작업 제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한국의 '몬카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삼지애니메이션은 높은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을 가지고 있다. 삼지의 높은 제작 기술은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 보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통한다고 생각했다.

Q. 몬카트의 컨셉인 '몬스터', '카트 레이싱', '로봇변신·배틀'에 대한 첫 인상이 어땠나?

몬카트는 매우 하이브리드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요소를 잘못 다루면 시청자들은 혼돈에 빠진다. 몬카트 제작은 시청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이야기를 교통정리 하는 방향으로 시나리오 제작에 임했다.

Q. 몬스터 소재 애니메이션 대표작은 '포켓몬스터'다. 포켓몬스터가 20년이상 인기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몬카트가 포켓몬스터 대항마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포켓몬의 성공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생겨난 결과로 만들어진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 몬카트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다만, 몬카트도 포켓몬처럼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Q. '세일러문', '디지몬', '란마1/2' 등 다수의 히트작을 배출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보았을때 몬카트도 히트작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

몬카트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몬스터와 레이싱뿐 아니라 배경은 유럽의 분위기, 장르는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드벤처다. 몬카트는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겨냥해 만든 작품이고 애정을 갖고 작업한 만큼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Q.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한 공식이 있나?

과거 일본에서는 높은 수준의 영상 품질을 보이는 작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제작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높은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는 커다란 혼돈을 겪고 있는 중이다.
야마구치 료타. / 삼지애니메이션 제공
Q. 몬카트가 일본 어린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일본에서 풀3D 애니메이션이 대중들에게 침투되지 않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적어도 디즈니, 픽사등의 작품은 대중들에게 잘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일본에서 큰 돈을 벌고 있는 이유는 '이야기의 높은 퀄리티'에 있다. 몬카트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제작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때문에 일본어 더빙판이 방송된다면 일본 어린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Q. '일본 애니메이션 황금기'라 불리는 1980~1990년대 작품과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황금기에 등장한 작품과 비교해 볼때 어떤 점에서 진화됐고, 어떤 점에서 퇴화 됐나?

애니메이션 품질은 과거보다 확실히 진화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품질이 높아진 이유는 작업 디지털화에 따른 기계의 진화와 그림을 그리는 작화가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스케줄은 과거보다 절박해지고 있어 일본 현지 제작자들 모두 난감해 하고 있다.

Q. 일본에서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가? 일본인 입장에서 최근 한국의 어린이 애니메이션 수준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탑블레이드, 요괴워치, 듀얼마스터즈 등 카드 배틀 계열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애니메이션은 일본 지상파에서는 방송되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의 컴퓨터 그래픽 제작 기술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가 앞으로 키워 나가야 할 부분은 '독창성'이다. 예를 들자면 스타워즈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 때 우주선부터 식탁에서 사용하는 식기 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작품 전용 디자인을 만들고 있다. 다른 작품에서 사용된 것을 재사용하지 않는다.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일절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독창성에 대한 의식이 철저해 진다면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Q. 몬카트에서 주인공 '진' 외에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모든 캐릭터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세나 공주'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공주로서의 고귀함과 세상 물정 모르는 푼수 같은 면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나 공주는 작품 속에서 존재감이 강해 캐릭터 상품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는 여자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변장할 수 있는 '변신용 세트 장난감'이 유행이다. 세나 공주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등장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