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IoT는 사람과 사물, 공간과 데이터 등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각 연결 요소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수집·공유·활용한다는 개념이다. IoT는 최근 몇 년간 관련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시나브로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 MS 제공
/ MS 제공
◆ 핵심은 저전력·장거리…SKT, 로라(LoRa)로 시장 선점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IoT 관련 지출 규모는 8000억달러(900조원)을 넘어서 2021년에는 1조4000억달러(157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IoT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연결 플랫폼 등에 대한 기업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IDC는 IoT 기기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모듈과 센서 부문이 5년간 최대 지출 부문을 유지하고, 향후 서비스 매출이 이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IoT 시장 성장에 발맞춰 IoT 전용망 경쟁도 치열하다. IoT는 다양한 기기와 연결되는 만큼 각각의 목적에 부합하는 전용 통신망 표준이 필요하다. 이 표준을 놓고 이통사 간 경쟁이 불이 붙었다.

이통 3사는 일제히 IoT에 최적화된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 LTE-M으로 전용망을 구축했다. LTE-M은 이통사가 기존에 구축한 망을 쓸 수 있어 바로 전국망 서비스가 가능해 이통 3사가 비교적 빠르게 구축해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IoT 기기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높은 LTE-M을 쓸 필요는 없다. IoT 전용망은 응용 분야에 따라 얼마나 자주(전송 빈도), 얼마나 많이(전송량) 데이터를 주고받는지에 따라 역할이 나뉜다. 영상 모니터링의 경우 데이터를 자주 보낼 필요는 없지만, 한 번 보낼 때 많은 양을 보낸다. 반면, 스마트 계량 분야는 데이터를 수시로 보내지만, 전송량은 그리 크지 않다. 이처럼 IoT는 응용 분야별로 서비스 특성이 달라 각 특성에 맞는 망 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 계량과 같은 분야에서 LTE-M을 쓰는 것은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이다. 때문에 IoT 시장에서는 관련 분야를 위한 저전력 장거리(LPWA, Low Power Wide Area) 통신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LPWA는 이름 그대로 전력 소모는 적지만, 넓은 커버리지가 특징이다. LPWA의 이러한 특성은 IoT 중에서도 기능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전력을 적게 소모해 오래 쓸 수 있고, 저렴한 모듈 형태로 광범위하게 보급할 수 있는 소물인터넷(IoST) 환경에 적합하다.

SK텔레콤이 LTE-M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로라(LoRa)'는 대표적인 LPWA 기술 표준 중 하나다.

로라는 초당 초당 5.4킬로비트(5.4kbps) 내외의 데이터 전송 속도로 LTE-M보다는 느리지만, 저렴하고 단순한 칩 모듈 설계가 가능한 점이 강점이다. 그만큼 전력 소모도 적어 배터리 교환 없이 10년 수명의 모듈을 만들 수 있다. 굴절 및 회절도가 높은 900메가헤르츠(㎒)대 주파수를 써 수신 감도도 뛰어나다. 로라는 500곳쯤의 글로벌 기업이 활동하는 로라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보급이 진행된다.

SK텔레콤 모델이 자녀 및 반려동물 위치 확인 기기 ‘키코’, 실시간 차량 정보 알리미 ‘스마트톡톡’, ‘IoT 블랙박스’를 소개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모델이 자녀 및 반려동물 위치 확인 기기 ‘키코’, 실시간 차량 정보 알리미 ‘스마트톡톡’, ‘IoT 블랙박스’를 소개하고 있다. /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2016년 6월 국내 첫 로라 전국망을 구축하고, LTE-M과 함께 하이브리드 IoT 전국망을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은 현재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와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30개쯤의 로라 기반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였고, 연내 그 수를 50개쯤으로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IoT 관련 스타트업이 서비스 기획부터 기술 및 제품 개발, 상용화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IoT 오픈하우스'를 경기도 분당구 수내동에 마련해 운영 중이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IoT 생태계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로라를 비롯한 IoT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협력사는 920곳으로 확대됐고, IoT 오픈하우스 등록 회사 수는 1130곳에 이른다"며 "SK텔레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 기업이 IoT 오픈하우스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IoT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로라 잡아라"…KT·LGU+, NB-IoT 공동전선 구축

SK텔레콤의 로라에 맞서 KT와 LG유플러스는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기술 표준을 내세운다.

NB-IoT는 기존 LTE망의 좁은 대역을 이용해 저전력·저용량 환경에 맞춘 LPWA 기술이다. NB-IoT는 최대 150k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로 로라보다 빠르고 LTM-M 보다 느리다. 기존 LTE망 업그레이드만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어 신규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미 검증된 상용망을 쓴다는 점에서 안전성이 높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제표준화단체 3GPP가 2016년 6월 표준 규격 개발을 완료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2016년 11월 NB-IoT 분야에서 공동 협력키로 하고, 2017년부터 가스·수도·전기 산업을 비롯해 스마트 시티로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양사는 4월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커버하는 NB-IoT망을 상용화한 데 이어 7월에는 전국망 구축을 완료했다. SK텔레콤의 로라 전국망 구축보다 1년 늦었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격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김영만 LG유플러스 NB-IoT담당(왼쪽)과 이광욱 KT IoT사업전략담당이 NB-IoT 오픈랩 개소식에서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김영만 LG유플러스 NB-IoT담당(왼쪽)과 이광욱 KT IoT사업전략담당이 NB-IoT 오픈랩 개소식에서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제공
KT는 NB-IoT 전국망 구축을 발판 삼아 8월부터 가스 관제, 미아 관리 등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가스 원격 검침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NB-IoT 상용 서비스를 전기 원격 검침, 자동차 관리, 가스설비 관리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NB-IoT 생태계 조성에도 뜻을 같이 했다. 양사는 IoT 기기 개발 업체가 NB-IoT 상용망 시험 환경에서 네트워크 연동 시험을 할 수 있는 'NB-IoT 오픈랩'을 서울 상암동과 경기도 판교 두 곳에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기술 경험이 부족한 중소 개발 업체가 NB-IoT 하드웨어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NB-IoT 개발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KT 관계자는 "NB-IoT는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로라와 비슷하지만, 로라가 비면허 주파수를 쓰는 것과 달리 NB-IoT는 LTE 전국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촘촘한 커버리지와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