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갤럭시S에서 시험된 최신 스마트폰 기술이 최적화돼 탑재되는 패블릿폰(폰+태블릿의 합성어)으로, 크기·성능·디자인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신기술이 총집결된 제품이다. 'S펜'이라는 필기구까지 장착하다보니 대중적 인기는 물론이거니와 탄탄한 마니아층까지 확보한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7일부터 예약판매가 시작된 갤럭시노트8의 경우 64GB 용량 제품은 109만4500원, 256GB 모델은 125만4000원에 판매된다.

8월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격에서) 가능한 앞에 1자는 좀 안보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90만원 후반대 출고가가 기대되기도 했으나, 고 사장은 얼마 지나지않아 "갤럭시노트8 출하 가격을 막판 조율 중인데 앞에 1자리를 안 보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갤럭시노트8은 109만원이라는 고가에 출시되며 한국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폰 중 비싼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간 저장공간이 큰 상품의 경우 출고가가 100만원을 넘긴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는 110만원에 가까운 갤럭시노트8이 나온 셈이다. 이를 통신사 결합판매가 아닌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면 가격이 120만원에 달하고, 256GB 메모리의 경우 140만원 수준에 달한다. 기대수명이 2년에 불과한 스마트폰 가격이 기대 수명이 5~10년에 달하는 PC·TV와 비슷한 가격이 된 셈이다.

비싼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8의 판매량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출시 첫달 판매량을 70만대로 예측한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예측치를 넘어선 흥행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선택약정할인이 25%로 상향된 데 따른 대기수요가 있고, 노트시리즈 마니아층이 꽤 두텁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가의 가격이라고 해도 흥행에 큰 영향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지만, 한국의 휴대전화 판매구조를 보면 비싼 가격은 소비자 선택의 주요한 판단준거가 되지 않는다.

한국의 98%에 달하는 소비자는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한다.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단말기는 통신상품 결합 판매보다 10%쯤 더 비싸게 판매된, 소비자는 이동통신 결합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주요 국가의 경우 결합 판매 비율이 높아봐야 60% 수준으로, 통신사를 통해 구매하는 것보다 도리어 제조사가 파는 언락폰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의 결합판매는 불완전판매이다. 단말기 가격이 정확이 얼마인지 설명해주는 것보다 25%선택약정할인이 마치 단말기 가격도 할인해주는 것처럼 월 통신요금을 5~7만원 정도 되는 것으로 설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할부를 24개월로 구매하다보니 50만원 중저가 폰과 100만원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월 2만원 차이로 계산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훨씬 좋은 상품을 적은 금액 차이로 살 수 있다고 믿게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는 현재의 유통구조와 판매방식 하에서는 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상 최고가인 갤럭시노트8의 흥행 또한 어느 정도 보장됐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노트8은 훌륭한 디바이스임에 분명하지만, 소비자에게 훨씬 불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흥행은 어쩐지 씁슬함을 자아낸다. 이동통신서비스는 서비스대로, 단말기는 단말기대로 구입할 수 있는 투명한 가격정보와 유통구조 속에서의 흥행이라면 더욱 빛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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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충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18~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 비서관으로 활동하였으며, 2016년 6월부터 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환경을 고려한 소비생활 실천을 추진하는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에서 ICT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