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필자는 가상통화, 블록체인, 인터넷 은행에 대해 꽤나 많은 강연을 하고 있다. 청중들이 묻는 다양한 질문들은 현재 이 산업의 화두가 무엇인지 가늠하게 해 주는 만큼 매우 소중하다. 그런데, 필자가 국내에서 처음 강연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가상통화의) 가격이 오를까요?"다.

필자는 점쟁이가 아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답을 줄 수 없다. 게다가, 만약 정답을 알고 있더라도 당연히 답을 주지 않을 것이다. 큰 돈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얼마 되지 않는 강사료만으로 말해주기에는 가격대비 효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통화의 가격이 오를지 떨어질지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면 가상통화 가격변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을 세울 수는 있다. 특히 이 분석은 버블 생성보다 하방위험을 분석할 때 더 유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은 가상통화 시장의 특성을 알아보며 미래의 가상통화 가격과 위험에 대해 논의해 보려고 한다.

일단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통화는 내재가치가 없다. 아무 쓰임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가상통화를 마이닝하는데 들어간 비용, 즉 가상통화 시스템 유지 비용이 가상통화의 내재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그냥 잘못된 주장이다. 현물의 내재가치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비용은 내재가치가 될 수 없음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미래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가상통화의 가격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가상통화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 시장이 기대한다면, 아무도 가상통화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고 시장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가상통화의 기대수익이 음이라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순간 가상통화의 시장가격은 '0'으로 수렴해야 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가상통화 시장이 존재하려면 기대수익은 항상 양의 값을 가져야 한다. 길게 보았을 때 지속적인 상승장이 유지되어야만 투자자들이 가상통화라는 자산을 보유할 것이다.

이는 가상통화가 주식, 채권, 옵션, 금과 같은 자산들과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의 시장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더라도, 기업의 소유권을 거래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시장이 붕괴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화폐가 유통되기 위해서는 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천천히 감소해야 한다. 소유 중인 현금의 구매력이 떨어지면, 경제주체에게는 내일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화폐를 이용해 현재 현물을 구매할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화폐가치가 상승하는 디플레이션보다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에 더 익숙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가상통화의 특성은 일반 화폐의 특성과 반대된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가상통화의 가치는 '시장에서 기대하는 미래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만약 지속적으로 가상통화의 가치가 하락, 어느 순간 가상통화 수익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음이 된다면 그 순간 가상통화의 가치는 빠르게 0에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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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 및 전자화폐로, 시드니공과대학 재직시절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와 화폐경제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SWIFT Institute 에서 연구지원을 받아 전자화폐가 진정한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화폐가 대체투자 자산이 될지, 자산운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용을 가질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