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가 기존 20% 선택약정 가입자 중 잔여 약정기간이 6개월 미만인 고객의 위약금을 유예하기로 결정하자 스마트폰 제조사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위약금 부담으로 구매를 미뤘던 고객이 적극적으로 신제품 구매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통신비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이통사만 겨냥한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사의 단말기 가격은 오르지만 이는 그대로 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달 국민이 지불하는 통신료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이통3사가 기존 선택약정할인 20% 가입자(12·24개월 모두 포함) 중 잔여 약정기간이 6개월 이내로 남은 이용자가 25%로 재약정할 경우(12·24개월 모두 가능) 기존 약정 해지에 따른 위약금 부과를 유예해 주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2018년 3월말에 약정이 만료되는 이용자는 2017년 10월초부터 위약금 유예 방식으로 25% 요금할인 약정을 할 수 있다. 단, 약정 기한은 종전 이월된 6개월이 추가된다.

 삼성 갤럭시노트8 오키드 그레이. / 삼성전자 제공
삼성 갤럭시노트8 오키드 그레이. / 삼성전자 제공
◆ '구매여력' 커진 소비자…제조사가 '수혜자'

이통3사의 '통 큰' 결단은 최근 신제품을 공개한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해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 업체에 희소식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약정기한 문제로 구매를 꺼렸던 소비자가 약정기한 이월을 활용해 별도의 위약금 부담 없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이나 LG전자의 V30, 애플의 아이폰텐(X) 등 신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따라 갤럭시노트8 구매자가 대폭 늘어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LG전자·애플 등 경쟁사도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전무)는 갤럭시노트8의 예약판매량이 판매 5일째인 11일 기준으로 65만대라고 밝혔다. 2016년 출시됐지만 조기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같은 기간 예약판매량 대비 2.5배 많은 물량이다. 증권가에서는 갤럭시노트8의 2017년 판매량이 1100만대가 될 것으로 본다.

기존 전망치는 13일 과기정통부의 발표가 나오기 전의 예측 수량으로, 선택약정할인 유예조치가 본격 시행될 경우 애초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이통3사 로고. / IT조선 DB
이통3사 로고. / IT조선 DB
◆ 이통3사, 또다시 '백기'…매출 축소 늘어날 듯

반면 과기정통부의 이번 발표에 따른 손실은 이통3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전망이다. 모든 가입자가 선택약정 25%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적어도 2년이 걸리지만, 유예 조치가 추가됨에 따라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만, 이통사는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웃지만 이통사는 침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새로 선택약정할인제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만 25%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확정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8월 29일 선택약정할인제 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25% 요금할인제 도입 시 기존 가입자까지 혜택을 소급하기 위해 기업을 설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법을 바꿔가면서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15일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을 앞두고 이통업계에 지속적으로 기존 가입자 대상 혜택 제공을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통3사는 제도 시행 이틀을 앞두고 정부 뜻에 동참한 것이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3사가 예상보다 더 큰 손실을 감내하게 된 반면, 제조사는 단말기 가격을 높이는 등 수익을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부가 이통사의 '마른 수건'을 짜내 제조사의 배를 불려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