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즈가 국내 무대에 본격 데뷔했다. 현대차 마이티가 버티고 있는 3.5톤 중형 트럭 시장을 정조준 한다. 이스즈는 해당 시장 점유율 30%를 4년내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던 마이티는 지금까지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지만 엘프의 등장으로 국내 중형 트럭의 시장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스즈 중형트럭 엘프를 국내 수입하는 큐로모터스에 따르면 현재 엘프는 개별인증을 통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량판매를 위한 인증은 현재 관련 부처를 통해 진행 중이다. 인증이 완료되는 대로 공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스즈 3.5톤급 중형트럭 엘프. / 큐로모터스 제공
이스즈 3.5톤급 중형트럭 엘프. / 큐로모터스 제공
3.5톤 중형트럭 이스즈 엘프는 5.2리터급 디젤엔진을 얹고, 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 AMT(6단)를 맞물린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52.0㎏·m의 성능을 갖췄다. 크게 장축과 단축으로 나뉘며, 단축은 길이 6160㎜, 너비 2180㎜, 높이 2260㎜다. 마이티는 길이 5370㎜, 너비 2180㎜, 높이 2360㎜로, 엘프가 790㎜ 길고, 100㎜ 낮다. 장축의 경우 엘프는 길이 6820㎜, 너비 2180㎜, 높이 2270㎜, 마이티는 길이 6270㎜, 너비 2180㎜, 높이 2360㎜다. 엘프가 역시 550㎜길다.

화물차에 있어 중요한 적재함의 크기는 장축 기준으로 엘프는 길이 4275㎜, 너비 2070㎜, 높이 380㎜, 마이티는 길이 4850㎜, 너비 2060㎜, 높이 380㎜로, 마이티가 길이 면에서 근소하게 앞선다.

가격은 엘프의 경우 단축이 5343만8000원, 장축은 5412만원이다. 마이티는 단축 4766만원, 장축 5046만원이다. 다만 엘프는 운전석/조수석 에어백, 전후 디스크 브레이크, 차선이탈 경고장치, AMT 등이 기본 적용돼 있으나, 마이티는 295만원의 세이프티 팩을 통해 운전석 에어백, 디스크 브레이크, 차선 이탈 경고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따라서 이 모두를 넣었다고 가정하면 단축은 577만8000원의 가격차이가 282만8000원으로 줄고, 장축은 366만원에서 101만원으로 좁혀진다.

현대차 중형트럭 마이티. / 현대차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차 중형트럭 마이티. / 현대차 홈페이지 갈무리
수입 화물차임에도 불구하고 크지 않은 가격 차이는 엘프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때문에 그간 한국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마이티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업 일선에서는 선택지가 하나만 존재했던 과거와 두개 이상으로 늘어난 현재, 꼼꼼히 상품성을 비교해 보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스즈 수입사 큐로모터스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티는 3.5톤 5807대, 2.5톤 3983대를 판매해 9790대를 기록(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자료 기준)했다. 안정적으로 1만대 판매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큐로모터스는 4년 내 3000대의 판매량을 확보, 점유율 30%에 도달하겠다는 계산이다. 수입차라는 장점에 가격 차이가 적고, 검증된 내구성과 상품성을 무기로 내세울 방침이다.

일본 시장과 한국 시장의 유사성도 성공을 가늠케 하는 요소다. 이스즈 엘프 출시를 기념해 내한한 미나미 신스케 이스즈 영업부문총괄은 "5년 전 일본에 큰 지진이 발생 했을 때, 일본의 차체 제작이 가능한 업체가 거의 괴멸 직전에 몰렸다. 당시 이스즈는 해외에서 역량을 갖춘 곳을 찾았는데, 의외로 가까운 한국이 눈에 들어왔고, 두 나라의 시장 성향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큐로모터스와 이스즈의 진출을 놓고 논의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지만 시장 상황의 유사성을 떠올렸을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김석주 큐로모터스 대표이사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한 개의 모델만 판매되고 있는 건 건강한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긴장감으로 시장에 활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