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애플파크에서 '아이폰 텐(X)'과 '아이폰8'이 공개됐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10을 상징하는 로마자 X를 붙인 시그니처 제품과 전작 아이폰7의 업그레이드폰을 동시에 내놨다. 이 제품은 예상했던 대로 다채로운 신기능을 갖췄고 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경쟁사나 협력 업체가 신형 아이폰의 제원을 미리 짐작할 수는 없을까. 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도 손쉽게 애플의 머리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애플이 가진 '특허'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특허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누구나 특허권자의 기술과 노하우를 합법적으로 참고(인용)할 수 있다. 산업기술계의 공용적 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다. 대신, 해당 발명자에게 20년간 독점권을 주는 것이 오늘날 전세계 특허제도의 골자다.
출원이란 자신의 발명에 법적 권리(특허권)을 받기 위해 특허청에 심사 신청을 하는 것을 말한다. 등록은 출원→공개→심사 과정을 거친 특허에 최종적으로 공식 권리가 발생함을 뜻하는 단계다. 페이스 ID 특허는 3월 등록됐다.
애플 특허에 관심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2년 2개월 전부터 페이스 ID 기술을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출원일이 2012년 2월임을 고려하면, 애플은 수년 전부터 얼굴인식 기술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공개된 특허에 따르면, 심도 정보(Depth Information)를 활용해 스캐닝된 좌표에 따라 얼굴을 캡처하는 창의 크기를 지능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얼굴이 렌즈에서 멀어 질수록 캡처 창이 더 작아지면서 주위 환경을 구분해 인식율을 높인다.
이는 3차원 트루 뎁스(True Depth) 카메라가 사용자 얼굴을 3만개 좌표로 인식·분석해낸다는 아이폰X의 페이스 ID 작동원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7월 공개된 애플의 또 다른 특허인 전자기기의 내장 인증 시스템 역시 페이스 ID의 아이폰X 탑재 가능성을 예상케 하는 기술이다.
이 특허에는 "3D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눈 모양이나 코, 턱 등 여러 부위의 정보를 수집·인식한다"고 적시돼 있다.
애플이 신제품을 공개한 12일, 한 모바일 액세서리 전문업체는 아이폰X과 아이폰8·8플러스용 무선충전패드를 내놨다. 이 업체는 신형 아이폰에 무선충전 기능이 들어간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제품 출시를 준비했을까.
수개월전 공개된 애플의 특허는 관련 액세서리 개발 여부를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미 '치(Qi)' 규격의 무선충전패드를 시판중이던 해당 업체 입장에서는 신규 개발을 하는 부담이 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아이폰X에 탑재된 '듀얼 카메라' 역시 2014년 7월 출원해 2016년 1월 세상에 공개된 기술이다. 해당 특허에서 렌즈 하나는 기존 아이폰에 사용되던 표준 광각렌즈며, 다른 하나는 줌인 된 동영상과 사진을 동시에 촬영해주는 '망원렌즈'다.
하나의 렌즈는 피사체를, 또 다른 렌즈는 멀리 주위 배경을 찍은 후 두 결과물을 합성해 최종 사진을 얻는 방식이다. 오히려 기존 특허기술이 이번 아이폰X '인물사진 조명' 모드에 의해 보다 충실히 구현된 셈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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