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전자 V30에 이어 애플 아이폰텐(X)이 발표되면서 2017년 하반기 스마트폰 경쟁 윤곽이 드러났다. 이들 스마트폰은 서로 다른 개성과 특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차세대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기능 유무다.

애플은 아이폰X의 AP(Application Processor, 중앙처리장치)에 스스로 배우고 발전하는 '뉴럴 엔진'을 장착했다. AI 기술로 얼굴·음성인식 등 편의 기능의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애플은 코어 개수를 늘리기보다 동작 효율을 높이고, 차세대 기술과의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적외선 카메라와 도트 프로젝터를 활용한 'AR 콘텐츠' 제작 기능도 주목해야 한다. AI 기술로 기능간 시너지를 이끄는 한편, AR 콘텐츠의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 이것이 애플이 준비한 혁신이다.

반면, 국내 제조사는 여전히 기계 성능 향상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의 후면 듀얼 카메라와 S펜을, LG전자는 V30의 음향·사진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했다. 테두리가 없거나 얇은 베젤리스 디자인, 18:9 비율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시장 대세로 떠오른 OLED 모니터를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겠으나, 이는 혁신이라기보다는 기존 기계 기능의 향상에 가깝다.

기계 성능 차이는 금방 좁혀지지만, 기술 격차는 쉬이 메울 수 없다. AI와 AR는 유망한 차세대 기술로 불리우고, 수많은 IT 기업들이 개발 중이다. 애플뿐 아니라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가 AI·AR 기술을 스마트폰에 선제 적용하는 이유다. 중국 화웨이가 AI를 갖춘 AP '기린 970 칩 세트'를 공개한 것, 일본 소니가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XZ1에 3D 크리에이터와 AR 콘텐츠 제작 기능을 적용한 것이 그 예다. 모두 국내 스마트폰에는 없는 기능이다.

애플 아이폰X을 비롯, 해외 스마트폰의 AI·AR 기술이 기초 수준이며 용도도 제한된다며 비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술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시작은 미미해보일 지 모르나, 애플을 비롯한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조금씩 AI와 AR 데이터와 노하우를 모으게 된다. 시행 착오도 겪겠지만, 이 정보와 경험이 기술 경쟁 시대를 앞서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지문인식, 음성인식 비서 역시 등장 당시 '시기상조이자 용도가 제한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IoT 시대, 스마트폰은 가전과 자율주행차 등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할 '허브'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연결성과 정확성, 보안과 응용성 등 다양한 속성을 갖춰야 한다. 기계 성능은 어디까지나 기본이지, 혁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