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3년간 4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아미스(AMIS, Asan Medical Information System) 3.0' 구축 사업이 중단됐다. 사업을 수주한 LG CNS가 개발서 상에 기재된 계약 기간을 6개월 연장하며 작업을 했지만 아산병원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아산병원 측은 손해배상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시스템 구축을 원점에서 재시작해야할 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아산병원 한 관계자는 "LG CNS와 맺은 병원정보시스템 수주 계약을 8월 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개발에 실패할 경우 피해를 보상받는 내용이 계약 조건에 포함돼 있어 구체적 보상 규모를 합의 중이며, 원만한 합의가 안 될 경우 소송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경. /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아산병원 전경. /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아산병원은 2015년 8월 아미스 3.0 구축 사업을 공고했다. 사업자 선정에는 현대정보기술과 LG CNS가 참여했다. 서울아산병원은 LG CNS를 최종 사업자로 확정하며 400억원쯤을 썼다. LG CNS가 그동안 연세의료원의 U-호스피털 사업과 국립 경찰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사업 등 의료기관 시스템을 개발·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병원정보시스템을 10년쯤 사용한 서울아산병원은 차세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아미스 3.0 사업을 추진했다. 2014년부터 350명 규모의 추진단을 아미스 3.0 구축을 준비했다.

LG CNS를 개발 사업자로 선정한 서울아산병원은 2017년 2월 개발을 완료하고 이후 3개월간 시스템 안정화를 통해 아미스 3.0 상용화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LG CNS의 요청에 따라 종전 계약 만료일을 2월에서 8월로 늦췄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은 LG CNS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한 관계자는 "LG CNS가 실패한 결과물을 후속 업체가 이어받아 진행 가능할지 아니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지 자체 분석을 진행 중이다"며 "개발을 맡을 후속 업체를 물색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LG CNS 측은 서울아산병원과 맺은 계약 내용을 모두 이행한 후 사업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이다.

LG CNS 한 관계자는 "아산병원 측은 아미스 3.0에서 기존 아미스 2.0의 모든 기능을 구현해 달라고 추가로 요구했는데, 아미스 3.0은 아미스 2.0을 단순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이었다"며 "병원 측이 설계서에도 없는 일방적인 요구를 했지만 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애초 설계서 상 약속된 시스템 구축과 상당량의 추가 요구를 이행한 후 프로젝트를 마무리 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아산병원 측은 애초 계약이 '일괄수주계약(턴키)'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LG CNS가 계약을 불이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한 관계자는 "LG CNS가 개발한 시스템의 완성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는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