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를 보면, 미래가 ‘정말’ 보일까

  •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입력 2017.09.28 09:13

    문재인 대통령의 UN총회 기조연설로 뉴욕발 외신이 쏟아지던 9월 셋째 주 '특허 강공 나선 차업계'(Car Makers in Push for Patents)라는 제목의 1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WSJ) 기사를 받아 쓴 국내 언론은 없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특허의 쓰임과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WSJ은 자율주행차 개발 바람을 타고 완성차 업체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해 '특허 경영'에 눈을 뜨고 있다고 타전했다.

    수치가 WSJ 보도를 증명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만에 따르면 2016년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의 미국특허 출원은 총 9700건으로 2012년 대비 110% 늘었다. 이때만 해도 포드나 GM, 혼다에 뒤져 5위권을 맴돌던 현대자동차 역시 2016년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의 미국특허 출원 동향. / WSJ 제공
    프레드 마우 도요타 북미지역 지식재산 담당 수석 변호사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더 이상 나사나 조이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특허가 변화시킨 차업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글로벌 차업계의 특허 출원은 주로 자율주행차와 공유운전 분야에 집중됐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특허는 해당 기업과 산업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2000년대 초 미국 비디오 대여 시장의 절대강자 블록버스터는 후발 신생업체 넷플릭스의 등장이 꺼림칙했다. 언제든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걸 블록버스터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넷플릭스 특허를 들여다봤다.

    넷플릭스가 출원해 공개한 특허는 '우편발송 DVD의 봉투 포장' 등이 전부였다. 블록버스터는 우편발송이라는 이면에 숨은 칼끝, 즉 넷플릭스가 이후 전개한 온라인 서비스를 읽지 못했다. 이는 결국 10년쯤 후 블록버스터가 파산에 이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02년 출원된 넷플릭스 초기 특허. 현재의 서비스 형태와 달리, 우편 배송되는 DVD의 손상을 막기 위한 봉투포장에 관한 기술이 주를 이뤘다. / 윈텔립스(WINTELIPS) 제공
    흔히 특허를 가리켜 '미래를 보는 창'이라고 한다. 하지만 특허만으로 경쟁사의 동향을 모두 파악하거나 시장의 흐름을 완벽히 간파할 수는 없다.

    아이폰 텐(X)에 탑재된 '페이스 ID'를 이해하려면 앞서 애플이 이스라엘 모션캡처 전문 업체 '프라임센스'를 인수했다는 것을 살펴봐야 한다. 최근 애플의 무선충전 컨소시엄(WPC) 가입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었다면 아이템X에 '무선충전기능' 기능 탑재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허정보에는 안 나오는 당대의 정황과 사실이다.

    자신만의 '감'과 '촉'을 기를 때 보다 정확한 분석과 합리적 추론이 가능해진다. 영화 '백투더퓨처2'에 나오는 '스포츠 연감'과 같은 누구나 갖고 싶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오브제가 바로 특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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