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T조선 김남규입니다. 이번 주 '막동톡'에서는 한국 정부의 가상화폐 ICO(Initial Coin Offering) 금지 조치와 이로 인해 예상되는 후폭풍에 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한국 정부는 9월 2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진행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 회의에서 앞으로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ICO란 주식을 상장해서 자본금을 모집하는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것인데요. 주식과의 차이점은 무형의 '디지털 토큰'을 발행해 비트코인과 교환한 후, 다시 비트코인을 팔아서 자금을 확보한다는 점입니다.

주식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비전을 보고 해당 기업이 발행한 증서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방식인데요. ICO는 참여하는 투자자가 먼저 비트코인을 사고, 이 비트코인을 새로 발행한 코인과 교환해서 보유하는 방식입니다. 코인이 즉, 주식증서인 셈이죠.

코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새로 발행하는 코인은 사실상 가치가 없기 때문에 몇 십원 정도로 책정됩니다. 현재 비트코인 하나가 약 450만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보고 새로 발행한 코인이 40원이라고 가정해 보면, ICO에 참여한 투자자가 1개의 비트코인을 투자할 때 새로 발행한 코인 11만2500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코인을 발행한 기업은 비트코인을 거둬들이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서 현금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게 비트코인이 이미 시장에서 가상화폐의 기축 통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코인을 발행한 기업이 과연 이 돈을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비로 사용하느냐 여부입니다. 지금까지는 벤처 기업들이 벤처 캐피털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의 사업성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9일 진행한 금융위 TF 회의에서 비트코인 ICO를 금지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금융위원회 제공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29일 진행한 금융위 TF 회의에서 비트코인 ICO를 금지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금융위원회 제공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는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죠. 그런데 ICO로 코인을 발행할 때는 아무런 기준이 없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이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투자금을 받아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백서'를 만들어서 사이트에 올려놓긴 합니다. 이것을 투자자들이 보고 투자를 할지 말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돌아보면 코인을 발행한 기업이 돈만 챙기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인데, 이미 돈을 벌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사례가 실제로 많습니다. 먹튀를 하는 거죠.

그런데 이 경우에도 사실상 먹튀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상화폐 자체가 현행법상 화폐가 아닙니다. 새로운 코인 발행사도 비트코인을 받고 새로운 코인을 준 것이지, 실제로 돈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비트코인 자체가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접어버려도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기업가라면 자신이 발행한 코인이 더 큰 가치를 갖길 바라고, 또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미 수백억원을 챙긴 기업가가 힘든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려는 이가 몇이나 될지 의문스럽습니다.

심지어는 처음부터 먹튀를 할 생각으로 작심하고 코인을 발행하는 일당도 많다는 것입니다. 기술도 없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의지도 없는데, 백서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고 투자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받아 챙기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이미 중국에서는 이달 초 ICO를 금지했고요. 일부 선진국에서도 ICO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는 게 현실입니다.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일단 규제를 적용하는 순간 정부가 해당 가상화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가상화폐를 진짜 화폐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만약 대형사고가 터지면 뒷수습을 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무슨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맞추라고 강제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예 처음부터 못하게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ICO를 못 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상화폐는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못 하면 해외로 나가서 하면 됩니다. 해외에서 한다고 진짜로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는 게 아니고요. 어차피 다 온라인에서 하는 것이라서 국내에서 못하게 하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국내 금융계좌를 다 막아버리면 해외 금융기관의 계좌를 개설해서 거래를 하면 되기 때문에 외화 유출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하루 거래액이 수조원에 달해 국부 유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부동산만 풍선효과가 있는게 아니라 가상화폐를 더 심각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본질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진짜로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ICO를 통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이게 막혀버리면 참 안타까운 일이죠.

실제로 업계에서는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것 자체도 어렵고, 해서도 안 되는 게 이쪽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돈만 챙기려는 사기꾼과 돈을 쫓아서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문제지, ICO 본질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이번 규제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는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부 규제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IT조선 김남규였습니다.

김남규 기자
김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