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국책연구 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매년 연구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해당사자간 거래로 볼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수(사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ISDI로부터 제출받은 2008~2016년 정부수탁 및 민간수탁 연구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통신3사와 자회사가 KISDI에 지급한 금액은 총 153억 690만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연구비를 지출한 통신사는 SK텔레콤과 그 자회사(이하 SK군)로 73억 603만원에 달한다. KT는 66억3333만원, LG유플러스는 13억6753만원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민간수탁 통신사별 연구비 현황. / 김성수 의원실 제공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민간수탁 통신사별 연구비 현황. / 김성수 의원실 제공
KISDI의 연구과제는 정부수탁과 민간수탁으로 나뉜다. 민간수탁의 경우 복수 통신사 및 통신업체가 망접속료 대가산정 등을 위해 공동으로 실시하는 '통화량 검증' 연구 등을 포함한 '공동발주'와 개별 통신사가 진행하는 '개별발주'가 있다.

통신3사는 2008~2009년 공동연구 비용으로 6억7000만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SK군과 KT 민간 연구 발주 액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SK텔레콤은 59억원, KT는 52억원, LG유플러스 2억원을 냈다.

개별 연구 과제는 발주처 요구사항에 맞춰 진행된다. KISDI에서 먼저 사업자에게 연구용역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연구 과제를 살펴보면 통신 시장 변화에 따른 사업자 대응전략이나 산업 동향 등으로 사업자 이윤 추구를 위한 기초자료가 다수를 차지한다.

SK텔레콤이 맡긴 연구는 '데이터 비즈 트랜스포매이션 전략분석 및 대응방안(6억원)', '융합시대 환경변화 및 이동통신사 대응 전략(3억원)', '부가통신시장 현황 및 주요 사업자 전략분석(3억원) 등이다. KT는 'ICT융합환경과 사물인터넷 사업전략 연구(3억원)', '글로벌 통신·ICT 사업자 그룹 포트폴리오 전략 연구(2억5000만원)' 등을 맡겼다.

정부 정책 맞춤형 연구과제도 있다. 2014년 SK텔레콤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시대의 ICT 산업 동향과 향후과제(4억원)' 연구 과제를 발주했다. 기대성과 및 활용방안으로는 '창조경제라는 국가적 어젠다에 부응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신규 사업모델 개발 및 기존 사업전략 수정 시 활용'이 있다.

KISDI는 '정보화 및 정보통신 관련 산업의 경영합리화를 위한 연구용역 및 자문'을 허용한 정관에 따라 이 같은 연구를 수행한다. 규제와 직접 연관이 된 연구가 아닌 이상 연구용역이 허용된다. 그러나 KISDI는 방송통신, ICT와 관련된 규제를 비롯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 쪽에서는 특정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논의하고 다른 쪽에서는 해당 기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은 '이해 상충'으로 비춰질 수 있다.

여기에 통신사업자가 모여 만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연구용역 14건, 1억2900만원 등을 합하면 통신3사가 지불한 연구비용은 적지 않다. 2010~2016년까지 KISDI의 정부수탁 중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연구발주 비용은 162억9800만원으로 통신사가 지출한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김성수 의원은 "민간 연구용역 대부분을 이해당사자인 통신사가 채우고 있는 것은 부적절한 연구용역 수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방송통신분야 시장에 대한 진단과 평가 등 규제 기초 연구를 진행하는 독립적 연구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