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퀄컴이 한국·중국에 이어 대만 정부로부터 반독점 위반 혐의에 따른 벌금을 부과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11일(현지시각) 대만 반독점 규제 당국이 퀄컴의 반독점법 위반 관련해 7억7400만달러(8757억8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과징금 규모는 대만 반독점 규제 당국 설립 후 최대 규모다.

퀄컴의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 / 퀄컴 제공
퀄컴의 모바일 칩 ‘스냅드래곤'. / 퀄컴 제공
대만 반독점 규제 당국은 퀄컴이 적어도 7년 동안 스마트폰 칩에 대한 시장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라이선스 비용을 높이는 등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퀄컴이 CDMA 및 LTE 칩 등 두 가지 기술 분야의 독보적 위치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성명을 통해 "대만 당국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해당 판결과 과징금 결정에 대한 항소를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과징금 계산방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고 밝혔다.

◆ 퀄컴 '과징금' 조치는 단기적인 악재일 뿐이라는 평가 나와

퀄컴은 전 세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12월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 경쟁 당국인 연방무역위원회(FTC)는 1월 퀄컴이 휴대폰의 핵심 반도체와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저해했다며 퀄컴을 제소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15년 퀄컴에 60억위안(1조3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애플은 1월 퀄컴을 상대로 미국·중국 법원에 각각 10억달러(1조1315억원)와 10억위안(172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특허료 인하를 주장했다. 퀄컴은 4월 미국 법원에, 7월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애플을 맞제소했다.

퀄컴은 5월 아이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페가트론·위스트론·컴팔 등 애플 하청업체 네 곳이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들 업체는 맞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퀄컴의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이 비교적 밝다는 평가도 나온다.

FT는 RBC 캐피털 마켓의 자료를 인용해 "대만 정부가 부과한 벌금은 퀄컴이 보유한 현금의 5% 미만이다"며 "투자자가 퀄컴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나지체 비관적인 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문헤드무어 인사이트 스트래터지 애널리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정부의 과징금 부과가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만 당국의 과징금 부과가 미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퀄컴 관련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