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상품권을 되팔아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겸 대구은행 은행장(63·사진)이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했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상품권을 구매해 되파는 속칭 '상품권 깡'을 했고, 수수료를 뺀 3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48분쯤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대구지방경찰청 별관 2동 앞에 나타났다. 비자금 사용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경찰에서 설명하겠다" 답변을 한 후 조사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9월 5일 박 은행장과 관련자 6명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한 후, 이들을 업무상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박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궁해서 이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되면 이번 사건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권 깡 의혹이 제기된 후 시민단체와 대구은행 노조는 박 행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지만, 박 행장 측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박 행장 등 6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그 동안 박 행장을 제외한 5명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박 행장의 처벌 수위는 비자금을 사용처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비자금 조성 사실이 확인돼도 은행 업무를 위해 사용했다면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사적으로 비자금을 사용했다면 업무상 배임과 횡령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