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심지어 상상 속 제품마저 현실로 만들어주는 기기 '3D 프린터'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풀 컬러 3D 프린터, 건축 3D 프린터, 사람의 생명 연장을 돕는 바이오 3D 프린터 등 기상천외한 제품군도 여럿 등장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주력으로 불리우는 3D 프린터의 원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응용 범위와 파급력은 엄청납니다. 3D 프린터의 종류, 특징과 활용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3D 프린팅 방식부터 알아야겠습니다. 재료나 기술에 따라 다양하지만, 3D 프린팅은 크게 '소재압출 방식'과 '소재경화 방식'으로 나뉩니다.

소재압출 3D 프린터의 대명사, 스트라타시스 메이커봇 리플리케이터+. / 스트라타시스 제공
소재압출 3D 프린터의 대명사, 스트라타시스 메이커봇 리플리케이터+. / 스트라타시스 제공
소재압출 방식은 3D 프린팅 재료를 압출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조형합니다. 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찰흙으로 그릇 만들기'와 유사합니다. 찰흙을 가늘게 말고, 빙 둘러 쌓으면 그릇이 됩니다. 소재압출 3D 프린터의 원리도 이와 같습니다. 소재경화 방식은 재료를 조금씩 굳혀 원하는 모양을 만듭니다. 재료는 레이저로 굳히는 금속 분말, 빛을 쬐면 굳는 광경화 수지 등 다양합니다.

소재압출 3D 프린터는 구조가 간단해 만들기도, 다루기도 쉽습니다. 크기가 큰 조형물을 만들 경우에도 소재압출 3D 프린터가 유용합니다. 3D 프린터 본체와 소재 가격대도 낮아 경제적입니다.

다만, 소재압출 3D 프린터 인쇄물의 품질은 소재경화 3D 프린터의 그것보다 떨어집니다. 재료를 쌓아올리는 만큼 인쇄물 표면이 거칠고, 인쇄 후 '서포터(인쇄 시 공중에 뜬 부분을 지지해주는 역할)'와 표면을 처리하는 '후가공 절차'도 필요합니다. 복잡한 형태·구조 인쇄물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교육·취미용 '3D 프린팅 펜'은 소재압출 3D 프린터에 속합니다. 글루건과 유사한 원리로, 필라멘트를 고열 노즐에서 녹여 원하는 제품을 그리고 만듭니다.

소재경화 3D 프린터는 부피가 크고 큰 인쇄물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본체 가격이 수백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비싸고, 소재 가격도 높아 대개 산업용으로 쓰입니다.

소재경화 SLA 3D 프린터, 3D시스템즈. / 3D시스템즈 제공
소재경화 SLA 3D 프린터, 3D시스템즈. / 3D시스템즈 제공
반면, 소재경화 3D 프린터의 인쇄물 품질은 아주 우수하고 후가공 절차도 훨씬 간단합니다. 재료를 굳혀서 만드는 덕분에 1mm 이하 작은 크기나 정교한 무늬도 거뜬히 만들어냅니다. 재료에 색상을 첨가하면 인쇄 단계에서 결과물에 색상을 입히기도 쉽습니다.

3D 프린터가 있으면 '소재'도 있겠지요? 소재로는 대부분 '플라스틱 수지'가 활용되는데, 최근에는 '친환경 수지'가 각광 받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는 열을 사용해 소재를 다루는 만큼, 사용 시 자칫 유해물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친환경 수지는 옥수수를 비롯한 유기물질로 만들어 인체에 무해합니다.

'금속'도 3D 프린터 주요 소재입니다. 분말 형태로 가공해 고열 혹은 레이저로 녹이는 방식입니다. 금속마다 용융점과 강도가 모두 다르니, 활용 분야에 따라 각기 다른 금속 소재를 사용하면 됩니다. 고강도 철이나 가벼운 알루미늄, 인체 무해한 티타늄이 주로 활용됩니다. 3D 프린터에 따라서는 '종이(수천장 쌓인 종이를 한장씩 베어내 원하는 모양을 만듭니다)', '세포', '모래' 등 독특한 재료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집. / APIS COR 제공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집. / APIS COR 제공
그렇다면, 3D 프린터는 얼마나,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최근 3D 프린터로 집을 하루만에 지어 화제가 됐습니다. 사실, 이 기술은 3~4년 전 이미 발표됐습니다. 골조 위에 기계가 콘트리트를 덧씌우는, 일종의 '대형 소재압출 3D 프린터'로 보시면 됩니다. 현재는 창문이나 전기 배선 등을 사람이 직접 시공해야 합니다만, 각기 다른 작업을 하는 여러 대의 3D 프린터를 응용하면 집 한채를 완전히 3D 프린팅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닙니다.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것입니다. 사람의 뼈, 관절, 혈액에 심지어 장기까지 복제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미 인체 무해한 티타늄 소재 관절, 두개골 등이 임상 실험을 마친 상태입니다. 관절이나 뼈를 3D 프린팅하면, 환자 몸의 특성이나 환부에 따라 맞춤형 보조 기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수술 정확성이 대폭 높아지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지절단 장애인을 위해 3D 프린팅 전자 의수(기계 손)를 제작한 메이커의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혈관이나 장기 등 신체 조직도 3D 프린팅하는 시대가 옵니다. 사람에게서 세포를 추출하고, 배양을 거쳐 바이오 3D 프린팅 재료를 만듭니다. 이후 3D 프린팅 기술로 장기를 비롯한 신체 조직을 만드는 원리입니다. 장기 3D 프린팅 역시 연구가 활발하고 실제 인쇄 제품도 있습니다.

금속 3D 프린팅 기술도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초기 금속 3D 프린팅 기술은 단순히 부품 일부를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복잡한 비행기 엔진 혹은 자동차 내연기관의 모든 부품을 3D 프린팅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GE, 보잉 등 유수의 제조 기업들이 금속 3D 프린팅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