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구글, KT 특허를 탐하다

  •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입력 2017.10.26 11:06

    우리 기업 특허가 대량으로 외국업체에 넘어갔다. 여기까지는 다반사라 치자. 그런데 이건 좀 거들떠볼 필요가 있다. 매각 업체가 'KT'고, 매입처가 '구글'이라면 말이다.

    미 특허청(USPTO)에 따르면, KT는 최근 자사 보유 미국특허 총 13건을 구글에 넘겼다. 매각 조건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함구하나, 2017년 들어 구글의 평균 특허 매입가격이 건당 2억원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총 30억원 이내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년전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2건의 미국 특허를 구글에 넘기며 실제 받은 돈이 수천만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특허 역시 추정가를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KT가 구글에 매각한 US 특허 총목록. / 윈텔립스 제공
    ◆ KT, 왜 팔았을까

    KT는 왜 특허를 팔았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현재의 KT 내부 사정을 좀 들여다봐야 한다. 황창규 회장 체제 이후 KT는 연구개발(R&D) 파트에도 수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KT의 대표적인 R&D 조직인 융합기술원(이하 융기원)과 그 산하의 특허(IPR) 팀에도 '매출 압박'이 내려오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번 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융기원이 돈만 까먹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 바로 '보유 특허 매각'이다.

    최근 융기원이 고효율 압축 표준 'H.265'(HEVC)를 자체 개발한 직후, 세계적인 영상기술 라이선싱 대행기관인 'MPEG-LA'의 특허풀에 가입한 것 역시 '우리도 특허로 돈을 벌어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내에 던진 것이다.

    그런데도 30억원도 안 되는 돈 벌자고 기를 쓰고 딴 미국 특허를 그렇게 대량 매각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KT는 전형적인 내수 기업이다. 그런데도 비교적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며 굳이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는 것은 나름 작정하고 해당 기술 개발에 임했다는 얘기다.

    매각 특허를 보자. 대부분 출원된 지 1~3년밖에 안 된 최신·최첨단 기술이다. 특히 KT가 세계 표준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해온 '5G' 관련 기술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런 특허를 넘겼다는 것은 구글과 모종의 빅딜을 하지 않았겠냐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에 대한 KT의 공식 입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다.

    ◆ 구글, 왜 샀을까

    KT는 망사업자다. 이번에 구글이 인수한 KT의 특허 역시 대부분 네트워크 관련 기술이다. 반면 구글 성격을 굳이 나누자면 단말기 쪽에 가깝다. 그런 구글이 캐리어 특허를 대량 매집했다는 것은 특별한 이유를 들지 않을 경우 설명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바로 구글의 대표적인 빅픽쳐 '프로젝트 룬'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터넷 소외 지역에 통신망을 보급하는 ‘프로젝트 룬’을 위한 헬륨 풍선이 날고 있는 모습. / 프로젝트 룬 홈페이지 갈무리
    프로젝트 룬은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 인터넷 연결망을 보급하기 위해 2013년부터 구글이 추진해온 사업이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저개발 국가뿐 아니라 지구 전체를 단일한 통신망으로 묶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재난 상황에서도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네트워크 관련 기술이 필요하고, 해당 특허 보유가 필수다. 단말기 위주의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구글로서는 이번 KT 특허가 긴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IP 거래가 활성화된 미주·유럽·일본 등 선진 IP 국가와 달리 국내 기업은 특허를 사고파는데 인색하다. 결국 팔 기술을 왜 연구비 써가며 개발했냐는 내부 비판이 겁나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특허가 있어도 그걸 왜 사오냐며 '자체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매번 눌린다.

    국민 기업 이미지가 강한 KT다. 이번 특허 매각 역시 자칫 국부 유출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IP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강한 특허 거래는 필수다. 숨기고 감추면 의혹만 커질 뿐이다. 이번 매각이 국내 특허거래 시장 활성화에 촉매 역할을 하려면 앞으로의 KT 역할이 중요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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