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내수시장에서 크게 웃고있다. 57만1683대를 기록, 10월 누적판매에 있어서 최근 5년 내 최고기록이다. 올해를 제외하고 5년간 가장 높은 내수 판매량을 보였던 때는 2015년으로, 당시 현대차는 내수에서 10월 누적 56만6895대를 달성했다. 실적을 주도했던 차는 예나 지금이나 주력인 중형 쏘나타다. 8만5432대를 혼자 책임졌고, 7만6849대의 아반떼와 7만1860대의 싼타페가 뒤를 받쳤다.

올해는 그랜저가 가히 '돌풍'급 활약이다. 벌써 11만2819대다. 2016년 같은기간 대비 무려 159.3% 성장했다. 쏘나타보다 비싼 차니, 이익율이 좋아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2015년을 이끈 삼각편대 쏘나타, 아반떼, 싼타페의 현재는 조금 주춤한 모습이지만 역시 수만대를 합작하면서 현대차 내수 시장을 버텨주고 있다.

사실 우리 소비자에게 현대차는 수년전부터 질타의 대상이었다. 해외와 내수를 차별한다는 꼬리표는 현대차에게 늘 따라붙었고, '안전하지 않다', '품질이 나쁘다', '기술력이 떨어진다' 등의 비판도 많았다. 20~30대 소비자는 현대차에게 충성하지 않았으며, 걸그룹 기사에도 '이게 다 현대차 때문'이라는 조롱조의 댓글이 달렸다.

정의선 부회장이 몇년전부터 '소비자 소통'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허심탄회하게 다가설 수 있어야만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그리고 소통을 위한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위해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제품에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했다. 판매 제품의 가격 대비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안착도 도모했다. 오해가 있었던 부분은 직접 실험을 통해 해명했으며, 정 부회장 본인이 직접 신차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랜저는 이 과정에 있는 차다. 한국인에 최적화된 상품성으로 시장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결과는 판매량이 증명한다.

물론 올해 내수판매가 늘었다고 해서 현대차를 향한 기존의 부정적인 기류가 모두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현대차 기사에는 소위 '악플'이 즐비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현재 현대차는 평가가 어떻든 적극적으로 내수시장을 껴안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판매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해외시장도 중요하지만, 본토가 흔들리면 회사의 근간이 무너질 수있다는 위기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결국 올해 해외시장은 부진했어도 내수는 더욱 견고해졌다.

요즘 재미있는 소식을 하나 접했다. 현대차가 쏘나타에 소비자 의견을 듬뿍담은 '쏘나타 커스텀 핏'을 내놓고, 한정판매한다는 것. 쏘나타 커스텀 핏은 핵심품목부터 트림구성, 제품명까지 모두 소비자가 직접 기획하고 선정한 것이 특징이다. '정의선식 소통'의 끝판왕을 보는 느낌이다. 한계는 있다. 단순히 트림만 재구성해 가격 올리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전혀 새로운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각만큼은 새롭다. 무언가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전례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전기동력, 자율주행, 커넥티드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차 역시 이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현대차도 이런저런 준비에 한창이다. 이 가운데 현대차의 최우선전략은 여전히 '소통'이다. 아무리 좋은 차를 만들면 뭐하나, 사줄 사람이 없다면 말이다. 변화 속에서도 언제나 중심은 '소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