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3위 반도체 기업인 퀄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인수합병(M&A) 예상액은 1000억달러(111조5800억원) 이상으로, M&A가 성사될 경우 반도체 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3일(이하 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은 900억달러(100조4220억원) 규모로 자신보다 덩치가 큰 퀄컴을 인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다 규제 당국의 승인도 장애물로 작용해 M&A가 이뤄질 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로드컴 홈페이지 갈무리
브로드컴 홈페이지 갈무리
퀄컴은 스마트폰 분야 반도체 칩 시장의 선두 기업이다. 애플 아이폰 일부와 프리미엄형 안드로이드폰 대부분이 퀄컴 칩을 사용한다. 또한, 퀄컴은 앞으로 다가올 5세대(5G) 시대를 선도할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브로드컴은 싱가포르계 회사로, 2015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바고테크놀로지(Avago Technologie)가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41조2846억원)에 M&A했고, 이후 사명을 브로드컴으로 바꿨다.

M&A 당시 브로드컴은 네트워킹을 위한 칩 공급업체로 인수자인 아바고테크놀로지보다 두 배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브로드컴은 애플・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데이터 저장장치, 디스플레이, 셋톱박스 등 네트워킹 및 통신을 위한 다양한 장비를 판매한다.

브로드컴과 퀄컴은 대체로 보완적인 제품을 생산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자신에게는 없으나 엄청난 가치를 가진 셀룰러 기술을 얻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브로드컴과 퀄컴의 M&A가 성사될 경우 브로드컴과 애플의 관계를 활용해 퀄컴과 애플의 법적 분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두 회사는 와이파이(Wi-Fi)와 블루투스 부문이 중첩된다.

WSJ은 "이 부분이 규제 이슈에 부딪힐 수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 본사는 싱가포르에, 운영 본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하지만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설이 불거지기 전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브로드컴의 본사 이전 소식을 전하며 "브로드컴은 정말 멋진 기업이다"라고 추켜세웠다.

로이터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시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 분야를 확보하게 된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칩 공급업체인 인텔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보도 이후 인텔 주가는 1.6% 하락했지만, 퀄컴과 브로드컴 주가는 각각 12.7%. 6%씩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