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산업부'는 IT조선 산업부 기자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를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코너입니다. 해당 이슈를 직접 취재한 기자부터 관련 지식이 없는 기자까지 격 없이 토론하면서 독자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속 시원히 긁어드리고자 합니다.

막돼먹은 산업부의 이번 주 메뉴는 구글과 네이버 간에 벌어진 이전투구입니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인터넷 공룡 구글과 한국의 독보적인 1위 포털 네이버의 신경전은 사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양사의 대립은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10월 30~31일 양일간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글을 대놓고 비판하며 시작됐습니다. 이 의장은 국감에서 구글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작심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구글코리아는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이 의장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용 측면에서도 한국 지사에 수백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게 구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한국에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구글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구글이 정작 세금 논란의 본질인 '법인세'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법인세를 매기려면 해당 법인의 매출이나 영업이익과 같은 지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회계정보를 공시하지 않아도 되는 외국계 회사 특성상 구글은 한국에서 매년 얼마를 벌어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습니다. 얼마를 버는지 모르니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 추정하기도 힘듭니다. 이 때문에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 영상에서 구글 플레이가 한국에서만 연간 매출이 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했는데, 구글은 이 중 수수료 30%를 수익으로 가져가므로 구글코리아의 이 부문 매출은 1조3500억원쯤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한국 회사로서 매출을 공시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네이버가 당당한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는 외부 청탁을 받고 기사 배치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며 비난을 받았습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갑 중의 갑인 네이버지만, 정작 자신들은 언론이 아니라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의 입장만 내세운 결과입니다.

이 전 의장의 이번 국감 발언도 기사 배치 조작 논란으로 궁지에 몰리자 구글을 끌어들인 물귀신 작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에서는 시장 지배자적 사업자이면서도 구글 앞에서는 앓는 소리만 내는 네이버나, 이에 발끈해 교과서처럼 뻔한 공식입장을 내놓은 구글이나 제 살 깎아먹기를 하는 것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 중 56%는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포털이 형식적으로는 언론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네이버의 영향력은 커졌지만, 그에 맞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정치권에서 네이버에 언론 관련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네이버는 기사 배치 조작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구글도 그럴 것이다'라는 이 전 의장의 발언은 네이버가 과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합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뉴스를 소비하는 거대 콘텐츠 플랫폼이 된 네이버가 스스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곰곰히 되새겨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