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애플의 아이폰 관련 보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범인이 사용한 아이폰을 잠금해제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애플은 그동안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아이폰 백도어 제공을 거부해왔다.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미 연방수사국(FBI)은 기자회견을 통해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퍼스트 침례 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6명을 사망케 한 용의자 데빈 P.켈리가 소유한 휴대전화의 종류와 운영체제(OS)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FBI는 용의자가 소유한 휴대전화 내부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5일 총기 난사 사건으로 26명이 사망한 미국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퍼스트 침례 교회 / CNN 방송 갈무리
5일 총기 난사 사건으로 26명이 사망한 미국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퍼스트 침례 교회 / CNN 방송 갈무리
NYT는 "용의자가 아이폰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용의자가 소유한 아이폰에는 이번 사건 수사를 도울 수 있는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었지만, 수사 당국은 아이폰에 담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애플의 아이폰은 보안이 뛰어난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아이폰은 지문 인식을 이용한 잠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패스워드를 10번 잘못 입력할 경우 아이폰 소유자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아이폰을 초기화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애플의 강력한 개인 정보 보안 시스템이 대형 사고 발생 시 수사에 방해가 된다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015년 말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에서 14명이 사망한 총격 사건을 수사할 당시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5C를 열어볼 수 있도록 애플에 아이폰 잠금 해제 기술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애플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당시 연방 판사는 애플에 비밀번호를 10번 잘못 눌렀을 경우 아이폰이 초기화하는 보안 기능을 우회하거나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 개발을 요청했지만, 애플은 이를 거절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요청은 개인 정보 보호 위반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애플이 별도의 잠금 해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수사 기관이 빠르게 대처했다면,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가 사용하던 아이폰을 해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NYT는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수사 기관이 48시간 이내에 용의자의 손가락을 이용했다면 터치 ID로 아이폰을 해제할 수 있었다"며 "수사 기관이 왜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애플 아이폰은 48시간 동안 지문 인식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아이폰 잠금을 풀 때 비밀번호만 사용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FBI는 사건 발생 이후 48시간 이내에 용의자가 사용한 아이폰 잠금을 풀지 못해 해당 아이폰을 연방수사국 범죄 연구소로 보낸 상태다. 아직 FBI는 애플에 아이폰 잠금 해제와 관련한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수사 당국이 애플에 어떤 요청을 했는지와 관계없이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은 또다시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우선주의와 당국의 요청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의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