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인 2015년 11월 9일, 첫화면 담백하기로 유명한 구글이 뜬금없이 메인화면에 동영상 하나를 떡하니 걸어 놨다. 영화배우 헤디 라머(Hedy Lamarr)의 탄생 101주년을 기념해 구글이 특별 제작한 헌정작(Tribute)이었다. 구글은 왜 이 한물간 여배우에게 극진한 존경과 예우를 표한 걸까.
나치를 혐오했던 라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으로 망명한다. 무기중개상인 남편 덕에 레이다·미사일·어뢰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어깨너머로 익힌 라머는 특유의 눈썰미와 천재적인 머리로 '대역 확산'이라는 통신기술 개념을 처음 발명했다.
상용화되지 못하던 라머의 특허 기술은 1950년대부터 재조명을 받았다.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전자시대의 막이 열리며 라머의 기술이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 기기에 쓰이는 CDMA로 진화·발전했다.
지금의 와이파이·블루투스는 그녀의 발명 없이 탄생하지 못했을 기술이다. 구글이 라머에게 최고의 예를 갖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라머가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도 없다.
◆ 헤디 라머에 버금가는 한국의 여배우 '하상남'
헤디 라머와 비견될 수 있는 여배우 출신 발명가가 한국에도 있다. 하상남(91) 전 한국여성발명협회 초대회장이다. 1927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하 전 회장은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자유만세'로 은막에 데뷔했다.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에는 '하연남'이라는 예명으로 '처녀별', '노들강변' 등 10편쯤의 영화에 출연했다.
하 전 회장은 한국전 피난 중 박격포탄에 오른쪽 손목을 심하게 다쳤다. 이를 비관해 자살시도까지 했지만, 남편 지인이 가져다준 광물질 '셀레늄' 분말을 먹고 손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경험한 후 남편과 함께 셀레늄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셀레늄의 항암·항노화 성질을 발견한 독일 클라우스 슈바르츠 박사의 논문을 접한 것도 이때다.
하 전 회장은 해방 전 경성여의전 의대를 다녔다. 갑작스런 광복으로 어수선한 상황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지만, 경기산파학교를 나와 면허를 취득해 산파 일도 하고 나중에는 약국도 차렸다.
이런 경험을 살려 하 전 회장은 1984년 '이온수용 세리사이트 격막 제조방법'으로 특허등록(제15990호)을 받았다. 셀레늄 등 희귀 미네랄 광물질로 만든 노화방지 화장비누 '세리온'을 비롯, 세리온 파우더와 세리온 화장품 등 신물질 발명으로 그동안 받은 특허만 30건쯤에 달한다.
하 전 회장은 1991년 자신의 특허 제품을 들고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품전시회에 나가 은상을 받았다. 또 독일국제발명품전시회(IENA)에서는 대상의 영예에 올랐다. 2002년에도 IENA 대상을 재수상하며 세계적인 발명가 반열에 올랐다.
하 전회장은 첫 IENA 수상을 계기로 1993년 귀국 후 한국여성발명가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직을 맡아 협회의 초석을 다졌다. 이때 하 전 회장이 뿌려놓은 씨로 협회는 매년 한국에서 세계여성발명경진대회와 여성발명품박람회를 개최하는 회원 수 700명쯤의 전문 단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희자 루펜리 대표를 비롯해 김순진 놀부보쌈 대표, 김순자 한성식품 회장 등이 협회 출신 여성 발명자·경영인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IoT 보안 강자 '퍼프'
- [유경동의 특허토커] IP명가의 정석, 지멘스
- [유경동의 특허토커] 반도체 M&A 시장의 막후, 특허
- [유경동의 특허토커] 대체불가, 日 키엔스
- [유경동의 특허토커] 어쩌다 구글은 '안티 특허'가 됐을까?
- [유경동의 특허토커] 빅테크 주가, '특허'는 알고 있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자율주행의 미래
- [유경동의 특허토커] IP명가의 품격, IBM
- [유경동의 특허토커] 3M의 3無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코로나19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만년 2등의 반란, 펩시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를 바른 기업' 존슨앤존슨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CES 2020
- [유경동의 특허토커] 비약의 BYD
- [유경동의 특허토커]변칙왕, 테슬라
- [유경동의 특허토커] 다이슨 '전동칫솔', 커밍순!
- [유경동의 특허토커]담배시장의 애플, 필립모리스
- [유경동의 특허토커]월마트 특허에 담긴 ‘유통 미래'
- [유경동의 특허토커] 181살 P&G의 변신
- [유경동의 특허토커] 페북코인 플랫폼은 ‘페북 메신저’: 특허로 본 리브라 프로젝트
- [유경동의 특허토커] 디즈니 특허 : 꿈을 현실로, 상상을 제품으로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검색, 무작정 따라하기 : ‘아이코스’ 사례를 중심으로
- [유경동의 특허토커] 오보에 대처하는 특허의 자세
- [유경동의 특허토커] MWC·CES 숨은 특허찾기
- [유경동의 특허토커] 우리 삼성이 달라졌어요
- [유경동의 특허토커] 넷플릭스 글로벌 전략? ‘특허’한테 물어봐!
- [유경동의 특허토커] 쿠팡 투자 전말, 특허는 알고 있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꺼진 불도 다시 보게 하는 '특허'
- [유경동의 특허토커] 무료 특허DB, 제대로 써먹기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王 삼성의 속살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DB 검색의 진화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신문고를 울리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강한 특허, 약한 특허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거래정보가 들려주는 비밀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세상에 말을 걸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NPE를 보는 두가지 시선
- [유경동의 특허토커] 기업 보유 특허도 순위 정하고 평가하면 '돈' 된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팻스냅 거들떠보기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와 대통령
- [유경동의 특허토커] 구글, KT 특허를 탐하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삼성 vs 화웨이, 임박한 세기의 대결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를 보면, 미래가 ‘정말’ 보일까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로 본 아이폰X
- [유경동의 특허토커] 상표의 반란
- [유경동의 특허토커] 드론, 특허를 띄우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이상한 나라의 특허청
- [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삼성 기밀을 탐하다
- [유경동의 특허토커] 발칙한 특허 'OPIS'
- [유경동의 특허토커] 스마트폰 한 대에 수백개 특허가 필요한데, 후순위가 된 지식재산권
- [유경동의 특허토커] AI 음성비서 시대, 특허로 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