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엔진을 얹은 차를 탈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엔진을 준비운동시키는 예열과 마무리 운동을 해주는 후열이다. 엔진 수명, 특히 터보 터빈과 관련이 크기 때문에 꼭 해줘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 출시된 디젤차는 굳이 필요없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인터넷에는 오래된 정보가 마치 진실처럼 굳어져 있기도 하다.

먼저 가솔린과 디젤엔진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솔린엔진은 연소실 내부에서 점화플러그가 만들어낸 불꽃이 연료를 태워 불이 붙는 방식이다. 디젤엔진의 경우 연료와 혼합된 공기를 압축하고, 이때 발생한 열로 불을 붙이는 압축착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가솔린과 디젤의 차이가 일어나게 된 이유는 연료의 발화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계기판 내 ‘돼지꼬리’ 아이콘이 예열을 알리는 표시다.  / 인터넷 갈무리
계기판 내 ‘돼지꼬리’ 아이콘이 예열을 알리는 표시다. / 인터넷 갈무리
디젤엔진 내부에서 완전한 압축착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실린더 내부의 온도가 중요하고, 잘 가열돼 있어야 한다. 실린더 온도를 높여주는 일이 바로 예열로, 디젤차의 시동을 걸기 전에 계기판에 나타난 돼지꼬리 모양의 아이콘에서 차가 예열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계기판 돼지꼬리 아이콘은 보통 키를 차에 꽂고, 'ON'위치(엔진스타트 버튼이 있는 차는 버튼을 짧게 한번 누르면 활성화)에 두면 나타나는데, 곧바로 없어진다. 때문에 요즘 디젤차는 이 표시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실린더 내부를 가열하는 플러그가 0.5초만에 1500℃까지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디젤차에서 '예열'은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과정이다. 매우 추운날씨가 아니라면 말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예열은 시동 이후 몇분의 공회전을 이르는데, 이 과정은 '워밍업(준비운동)'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무거워 워밍업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 날씨가 추울수록 이 워밍업을 하지 않으면 냉각수와 오일 등이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에 엔진의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 사람 역시 운동 전에 충분히 몸을 풀지 않으면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워밍업은 정해진 시간이 없다. 외부 환경에 따라, 특히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철차만별이다. 매섭게 추운 날이라도 실내 주차장 등이라면 굳이 오래 워밍업을 할 필요가 없다. 또 공회전은 대기오염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오랜시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차에 시동이 걸리면 차를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5㎞이내의 거리를 적은 엔진회전영역에서 달리는 것이 적합하다.

쌍용차 디젤엔진. / 쌍용차 블로그 갈무리
쌍용차 디젤엔진. / 쌍용차 블로그 갈무리
가솔린엔진도 추운 겨울날 실외에 차를 세워뒀을 때에는 워밍업이 필요하다. 가솔린도 디젤처럼 오일과 냉각수 순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디젤과 비교해 엔진이 뜨거워지는 시간이 짧을 뿐, 갑자기 심한 운동을 하게 되면 무리가 가는 건 매한가지다.

후열은 엔진을 천천히 식히는 것을 뜻한다. 주행 중 디젤엔진은 맹렬히 도는데, 터보차저를 장착했기 때문에 터빈에서 열이 발생한다. 이때 시동을 끄면 터빈이 순간 냉각되는 결과를 낳는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터빈을 안전하게 두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것을 후열로 부른다.

통상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은 터빈이 높은 압력과 고열에 노출되지 않는다. 반면 엔진이 맹렬히 돌아가는 고속 주행에서는 후열이 필요하다. 도심-고속-도심으로 이뤄지는 주행환경이라면 일반도로의 정차 상황에서 엔진 회전이 줄기 때문에 터빈도 스스로 멈출 준비를 마친다. 다시 말해 후열도 예열과 마찬가지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조심해야 할 부분은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주행하다가 갑자기 휴게소에 들러서 엔진 시동을 꺼트리는 일이다. 휴게소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낮추기 때문에 후열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치지만, 불안하다면 10~20초 정도는 정차한 상태로 차를 쉬게 해주면 좋다. 최근 자동차들은 차의 상태를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엔진 역시 실시간으로 상태를 모니터링 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정지하는 최적 시간을 계산한다. 따라서 데이터가 모이면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후열시간을 자동차가 자동으로 조절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