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자동차 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MPV(다목적차)의 지위가 점점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SUV 등쌀에 밀려서다. 더욱이 SUV는 실용성이라는 MPV 장점을 그대로 흡수, 영역을 파괴 중이다. MPV로선 시장 환경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9월까지 미니밴, 왜건 등을 포함한 MPV 차종의 국내 판매는 6만6705대에 이른다. 지난해 6만6210대와 비교해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차종은 기아차 카니발이다. 5만3471대로, 지난해 같은기간 4만7624대와 비교해 12.2% 늘었다.

쉐보레 올란도. / 쉐보레 홈페이지 갈무리
쉐보레 올란도. / 쉐보레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현대차 i40는 지난해 9월 누적 1126대에서 올해 233대로 크게 위축됐다. 쉐보레 올란도도 마찬가지다. 2016년 9월까지 9722대 팔려나갔던 것이 올해는 6142대로 우퇴했다. 기아차 카렌스는 2212대에서 2117대로, 코란도 투리스모는 3840대에서 2818대로 감소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카니발을 제외한 모든 MPV가 하락세를 걷고 있는 셈이다.

MPV 차종은 다목적차(Multi Purpose Vehicle)의 줄임말로, 넓은 개념에서는 SUV가 포함되나 최근 SUV 개념이 명확해지면서 이를 제외한 RV(Recreational Vehicle) 스타일을 MPV로 분류한다. 미니밴, 왜건 등이 속한다.

MPV의 장점은 일반 승용차(세단)와 동일한 모노코크 방식의 프레임 위에서 만들어지며, 높이가 높고, 사람을 더 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넓은 실내 공간으로 적재성도 뛰어나다. 한마디로 레저용차로서의 역할이 극대화됐다고 할 수 있고, 출퇴근용으로도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거의 독립 장르로 굳어진 SUV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애초에 험로주행을 목적으로 탄생한 SUV는 승용차처럼 모노코크 보디를 채택해 이전에 비해 승차감 등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더이상 험로를 다니지 않아도 되는 '도심형 SUV'가 각광받는 이유다. 실용성 또한 여타 MPV 못지 않게 높은 편이다.

따라서 MPV의 시장 위축은 SUV의 성장과 함께 어느 정도는 예견돼 있다고 보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기아차 카니발 같은 SUV에서도 대체수요가 없는 차는 그대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쉐보레 올란도나 기아차 카렌스를 대체할 SUV는 자기 브랜드 내에서도 얼마든지 많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i40나 카렌스의 경우 수출쪽 성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i40는 올해 수출 물량이 1만2070대로, 내수 판매보다 52배 많다. 카렌스도 수출이 1만7303대다. 내수의 8.2배다. 카니발도 내수는 물론이고 해외 판매분을 높여가고 있다.

문제는 쉐보레 올란도다. 내수에 비해 수출량이 현저히 적은 것. 지난해 9월까지 기록한 수출 1084대는 올해 852대로 떨어졌다. 내수 대비 수출은 9배에서 7.2배로 줄었다. 내수를 위주로 판매해 온 탓에 국내 판매량이 줄면 수익은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쉐보레는 내년 상품성 개선 모델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지만, 2011년 2월 첫 출시 이후 8년여를 모델 체인지 없이 끌고 가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소비자가 신선하다고 느끼지 않을 뿐더러 다른 회사의 대체재가 적지 않다는 게 한계다.

쉐보레 관계자는 "올란도는 쉐보레의 주력 모델 중 하나로, 올해 들어 판매량이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내년에는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일 예정으로 아직 완전변경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올란도는 SUV 제품군이 부족한 쉐보레에 있어 여전히 효자차종 중 하나다"며 "올란도 인기가 떨어진다는 건 올란도를 대신할 차가 없는 쉐보레에게 있어 전체 브랜드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얘기와 같기 때문에 회사의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국산 SUV는 올해 9월까지 31만6192대를 합작했다. 지난해 30만5455대와 비교해 3.5% 증가했다. 눈에 띌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아니어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차급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