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인재는 모았지만 국내 R&D 경력직은 '시큰둥'⋯ 왜?

입력 2017.11.16 07:03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인재를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지만 정작 국내 R&D 경력직은 현대차로의 이직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생각보다 적은 급여, R&D 센터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의 주변환경이 쾌적하지 않은 탓이다.

최근 현대차는 인재 껴안기에 광폭 행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미래 대비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름값이 작지 않은 인재들이 속속 현대차로 모이고 있다. 적극적인 인재 영입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회사 체질 개선에도 나서겠다는 게 현대차의 의도다.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 현대차 제공
시작은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던 폴크스바겐그룹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다. 당시 기아차 디자인 총괄직을 맡았으며, '디자인 기아'를 세계에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어 그는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15년 BMW에서 고성능 디비전 M을 총괄하던 알버트 비어만이 현대·기아차 고성능차 개발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벤틀리 디자인을 진두지휘한 루크 동커볼케가 현대디자인센터장 임무를 맡게 됐다. 맨프레드 피츠제럴드가 람보르기니를 떠나 제네시스 전략 담당 상무직에 오른 것도 이때쯤이다. 2016년에는 GM에서 카마로 디자인을 담당하고, 벤틀리에서 루크 동커볼케와 호흡을 맞췄던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이 현대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선임됐다.

올해에는 총 6명의 글로벌 인재가 현대차의 문을 두드렸다. 먼저 현대차는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GM 출신의 이진우 박사를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또 벤틀리와 폴크스바겐의 사이먼 로스비를 현대차 중국디자인담당 상무 자리에 앉혔다. BMW와 장성자동차를 거친 피에르 르클레어는 기아 스타일링 담당 상무가 됐으며, PSA그룹의 올렉 손은 기아차 중국디자인담당 상무 임무를 수행한다. 플랫폼 개발 분야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BMW의 파예즈 라만은 제네시스 아키텍처 개발실(개발실장 상무)로 직장을 바꿨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글로벌 인재영입과 달리, 국내 R&D 분야 인재들은 정작 현대차그룹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해외 인재를 데려왔어도 내부 조직문화는 경직된 상태 그대로인데다 급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R&D 센터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은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 환경도 척박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따라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인재의 경우 현대차 R&D를 기피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봄 현대차그룹으로 이직하려던 A씨는 서류전형을 통과하고도 면접 직후 입사를 포기했다. A씨는 "이미 현대차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 선후배를 비롯한 지인들의 평가는 하나같이 '오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조직문화가 아직도 상당히 보수적이고, 주변에서 들리는 급여 수준도 생각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역시 현대차 R&D 부분에 지원했다가 현재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B씨는 "경기도 화성이 서울에서 비교적 가깝다고 해도 심리적인 거리가 멀고, 실제로 접근성이 매우 떨어졌다. R&D 센터 주변도 허허벌판이어서 할 것이 없다"며 "야근이 잦은 점도 부정적인데, 지금 직장은 대우도 좋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주는 편이어서 현대차에는 최종적으로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현대차가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에 10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새 본사를 짓고, R&D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과거 대우차와 현대차가 경쟁하던 시절에도 R&D 인재들은 근무지가 서울과 가까운 인천 부평인 대우를 더 높게 평가했고, 반면 현대차는 화성 또는 울산 근무였기 때문에 인력 확보에 애를 먹었다.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부분 근무지가 서울이나 서울 근교인 사무직과 달리 연구개발직은 경기도 화성이나 울산에서 근무해야 해서 예전부터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에는 그룹 내 다양한 연구 시설도 마련될 예정이어서 도심 근무를 선호하는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