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일종의 문화이자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련 산업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게임을 즐겁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이밍 주변기기'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초창기 게이밍 주변기기는 주로 입력장치에 집중됐다. 콘솔 게임기의 경우 서드파티 제조사의 게임 콘트롤러, PC의 경우 마우스와 키보드 같은 필수 입력장치를 중심으로 게임 환경에 특화된 제품들이 대거 쏟아졌다.

최근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과 모니터에 이어 의자와 책상에도 ‘게이밍’ 바람이 불고 있다. / 제닉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최근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과 모니터에 이어 의자와 책상에도 ‘게이밍’ 바람이 불고 있다. / 제닉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입력장치에 이어 게임 내 사운드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다른 플레이어와의 소통을 돕는 '게이밍 헤드셋'과 일반 모니터와 비교해 반응속도는 더 빠르고 화면 재생률은 배 이상 높은 '게이밍 모니터'도 가세해 시장 규모와 라인업도 더욱 확대됐다.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게이밍 주변기기는 바로 '게이밍 의자'와 '게이밍 책상'이다. IT기기 영역에만 머물러있던 게이밍 주변기기의 범위가 가구로 퍼지고 있는 셈이다.

본격적인 '게이밍 가구'가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게이머는 일반 사무용 또는 학업용 가구를 사용해왔다. 잘 디자인된 기존 가구로도 충분할 텐데 어째서 '게이밍 가구'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인지 의문도 든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상황을 잘 살펴보면 일반 사무/교육 환경과 게임 환경에서 요구하는 가구의 특징이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반 사무용 및 교육용 의자는 바른 자세 유지와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특화됐다.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거나 공부할 수 있도록 바른 자세로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책상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좌우로 넓거나, 'ㄱ'자 형태인 경우가 많다. 책이나 문서 등을 넣을 수 있는 서랍장과 책장이 세트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이밍 의자는 장시간 게임 플레이 중에도 쉽게 지치지 않도록 온몸을 편안하게 받쳐주는데 특화됐다. 제닉스 크리에이티브의 ‘AK레이싱 오닉스’ 게이밍 의자. / 제닉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게이밍 의자는 장시간 게임 플레이 중에도 쉽게 지치지 않도록 온몸을 편안하게 받쳐주는데 특화됐다. 제닉스 크리에이티브의 ‘AK레이싱 오닉스’ 게이밍 의자. / 제닉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하지만 게임용 가구는 다르다. 우선 의자의 경우 일단 '게임'이라는 단일 목적으로만 사용되기에 일부러 집중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게임에 몰두해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장시간 게임을 즐길 때 쉽게 피로하고 지치지 않도록 몸을 받쳐주는 '편안함'과 격렬한 플레이 중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게이밍 의자가 몸을 감싸서 좌우로 쉽게 쏠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차량용 버킷 시트(bucket seat) 디자인을 채택한 것도 그런 이유다. 최대한 편안한 자세 유지를 위해 높낮이 조절, 등받이 각도 조절은 기본이다. 의자에 앉은 채로 쉴 수 있게 등받이는 거의 180도까지 눕혀지기도 한다. 입체적이고 푹신한 다중 쿠션은 안락의자와 비교할 만하다.

게이밍 책상은 안정적인 게임 환경 유지를 위한 안정성과 견고함,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제닉스 크리에이티브의 ‘아레나 데스크’ 게이밍 책상. / 제닉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게이밍 책상은 안정적인 게임 환경 유지를 위한 안정성과 견고함,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제닉스 크리에이티브의 ‘아레나 데스크’ 게이밍 책상. / 제닉스 크리에이티브 제공
게이밍 책상도 일반 책상과 비교해 더욱 두툼한 상판과 튼실한 프레임을 채택해 안정성을 극대화한 구조가 대부분이다. 격렬한 게임 플레이 중에 키보드와 마우스 등의 입력장치를 거칠게 다루어도 진동이나 흔들림을 최소화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좌우 너비뿐 아니라 앞뒤로도 충분한 폭을 제공,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및 패드 등을 모두 올려놓아도 될 정도로 공간이 넉넉한 것이 특징이다. 물리적 또는 시각적으로 방해가 될 수 있는 책장이나 서랍장 등은 아예 기본 옵션에서 빠져있다.

사실 게이밍 의자와 게이밍 책상의 등장은 PC방용 책상과 의자에서 시작됐다. '집보다 편한 게임 환경'을 찾아온 손님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PC방에 편안함을 강조한 속칭 '사장님 의자'와 전용 책상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게이밍 가구의 시초다.

여기에 일반 개인용 상품으로 개성 있는 디자인에 기능성을 강화하고, 소재와 부품을 더욱 좋은 것을 사용해 새롭게 재탄생한 것이 요즘 들어 관련 브랜드와 제품군이 부쩍 늘고 있는 게이밍 의자와 책상 제품이다.

물론 기존의 일반 가구로도 게임을 즐기는 것 자체에 문제는 없다. 다만 게이밍 가구를 사용해 본 대다수 프로게이머가 일반 가구를 선택하지 않는 것을 보면 현재 출시되는 게이밍 가구들이 그만큼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제품임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지스타' 같은 대규모 게임 관련 행사는 물론, 서울 외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게이밍 의자나 책상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늘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직접 방문해 몸으로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재 게이밍 의자의 경우 제닉스 크리에이티브를 시작으로 한성컴퓨터, 제이씨현, 쓰리알시스템 등 PC주변기기 전문업체들이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게이밍 의자 는 보급형 가격대가 20만원대 전후부터 시작하며, 고급형은 30만원대 후반에서 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게이밍 책상은 현재 제닉스에서만 2종을 선보였으며, 가격은 20만원대 중반~후반이다.

이왕 게임을 제대로, 더욱 편하게 즐길 생각이라면 가구도 게임 환경에 특화된 제품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