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茶飯事)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뜻합니다. 일상에서 늘 있는 일들 말이지요.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사소한 현상도 저마다의 과학적 원리가 깃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콜콜 따져보면 소소하지만 흥미롭게 생활의 지혜가 되는 과학 원리가 일상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과학다반사'는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인류의 달 정복이 현실로 다가온 것처럼 보였지만, 21세기에도 달 탐사 경쟁은 치열합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밤이 되면 볼 수 있는 달이건만, 인류는 여전히 달에 대해 궁금한 게 많습니다.

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 곳에 방아 찧는 토끼가 산다는 전래동화 같은 구전이나 보름달이 뜨면 변신하는 늑대인간까지. 동서양의 관점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달의 신비가 불러온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12월 3~4일 볼 수 있게 될 한 해 중 가장 크게 보이는 보름달 '슈퍼문'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슈퍼문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뜨는 보름달을 말합니다. 슈퍼문과는 반대로 지구와 가장 먼 곳에서 뜨는 보름달은 '미니문'이라고 합니다. 이번 슈퍼문은 미니문보다 육안상 면적이 14%쯤 더 크고, 밝기도 30%쯤 밝습니다.

2017년 가장 작은 보름달과 가장 큰 보름달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크기 비교 사진. /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017년 가장 작은 보름달과 가장 큰 보름달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크기 비교 사진. /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인류가 슈퍼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슈퍼문이라는 용어는 1979년 리차드 노울이라는 미국 천문학자가 처음 제안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래 천문학에서 쓰던 용어는 아니지만, 천문학이 대중화되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면서 정착한 용어입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슈퍼문의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둘의 상관관계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썰'이 마냥 허무맹량한 얘기인 것은 아닙니다.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면 달의 인력이 강해져 해수면이 상승하고 밀물과 썰물의 높이차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정부에서도 슈퍼문이 뜰 때 해안가 저지대의 침수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슈퍼문과 미니문이 등장하는 이유는 케플러가 밝혀냈듯 별의 공전 궤도가 완전한 원형이 아닌 타원형이기 때문입니다. 지구도 태양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돌며 상대적으로 태양에 가까워질 때가 있고 멀어질 때가 있어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지구 주위를 도는 달도 마찬가지입니다. 슈퍼문은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우면서도 마침 달-지구-태양 순으로 일직선이 돼 보름달이 되는 시기가 일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셈입니다.

달의 공전 궤도가 타원이고, 지구는 타원의 중심이 아닌 초점에 위치한 탓에 지구와 달의 거리는 시시각각 변합니다만, 평균을 내보면 38만4400㎞쯤 됩니다. 이번 슈퍼문은 지구와의 거리가 35만7623㎞로 평균 대비 3만㎞쯤 가까워집니다. 올해 미니문은 6월 9일 나타났는데 당시 지구와의 거리는 40만6399㎞로 평균 대비 2만㎞ 이상 멀었습니다.

2017년 슈퍼문은 아쉽게도 2016년 슈퍼문보다는 조금 작습니다. 2016년 슈퍼문은 지구와의 거리가 35만6523㎞였는데, 이는 1948년 이후 68년 만에 가장 근접한 거리였습니다. 이보다 더 지구와 가까워지는 슈퍼문은 17년 후인 2034년에야 볼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슈퍼문은 지구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긴 하지만, 달이 크게 보이는 데는 대기 상태나 주관적인 부분도 작용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달이 커 보이는 이유는 착시 효과의 영향이 더 큽니다. 초저녁 지평선이나 산등성이 위로 떠오르는 달은 더 커 보이기 마련입니다. 사람의 눈은 같은 크기의 물체라도 멀리 떨어진 배경 위에 있는 물체를 더 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3일 슈퍼문을 보고 싶다면 달이 가장 높이 뜰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조금 일찍 나와 관측하는 것도 좋습니다. 참고로, 3일 달이 뜨는 시각은 서울 기준으로 오후 5시 14분이며, 가장 높이 뜨는 시각은 4일 오전12시 24분, 지는 시각은 4일 오전 7시 40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