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내 2차 정규직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렸다.

7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한 2차 정규직 문제 토론회 전경. / 금융노조 제공
7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한 2차 정규직 문제 토론회 전경. / 금융노조 제공
금융노조와 이용득·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와 금융노조가 2차 정규직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기반으로 2차 정규직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현실에서 겪는 차별 등의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에 앞서 연구진은 올해 8월 21일을 기준으로 신한은행·우리은행·SC제일은행·KEB하나은행·KB국민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NH농협은행·수협은행 등 9개 국책·시중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2차 정규직 3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2차 정규직 중에서 각 은행별 2차 정규직 수에 비례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는데 91.6%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2차 정규직들은 대부분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본점에서 일하는 비율은 산업은행(59%)과 SC제일은행(32.7%)을 제외하고 모두 20% 미만이었다. 신한은행은 0.6%에 그쳤다.

근무부서(창구) 상황도 비슷했다. 2차 정규직들은 VIP 창구와 외환·기업금융 등 비교적 전문성이 크다고 간주되는 부서에서 일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대부분 입출금창구·빠른창구 등의 단순 텔러 업무에 배치돼 근무했다.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임금에서도 차별이 있었다. '같은 일을 함에도 임금차별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0.4%로 가장 많았다. 은행 특성상 정규직과 2차 정규직의 업무가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신 성분'에 따라 임금차별이 발생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쌓여가는 차별에 대한 불만은 직장생활 만족도에 반영됐다. 2차 정규직은 임금수준(79.6%), 인사제도(77.3%), 노동강도(72.9%)에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생활 평가에서도 공정한 승진(75.4%), 적절한 인력충원(75.2%), 직무범위 준수(70.9%), 공정한 인사평가(68.3%) 등 대부분 차별에서 비롯되는 인사 문제에 불만이 집중됐다.

현 승진제도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1.1%로 미미했다. 합당한 급여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17.5%, 현재 직무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26.9%로 나타났다. 이들은 상급자의 직급 간 인식(71.4%)과 동료의 직급 간 인식(69.6%)에서 차별과 불이익의 경험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밝혔다.

이런 차별에도 입사 당시 은행의 직급이나 직급에 따른 임금 및 직무 차이를 인지한 응답자는 50.2%∼58.4%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2차 정규직 문제가 외부로 공론화되지 않고 조직 내부의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돼 온 때문으로, 은행 노동시장의 기존 참여자인 노사가 2차 정규직 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산업 내부 격차 문제는 수십년간 이어진 노사관계의 산물이라서 노동운동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크다"며 "지금의 사회가 우리의 바람과 많이 동떨어진 사회가 됐다면 과거의 결정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고 개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