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값 비싼 실리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일본 태양전지 벤처 기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해 해당 회사를 방문한 적 있다. 보편적인 웨이퍼셀 방식 태양전지는 10여년 전 제조원가의 72%를 폴리(다결정) 실리콘이 차지할 정도로 실리콘 가격이 높았다. 따라서 실리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 회사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 중 하나는 은박지를 눌러 많은 오목거울을 만들어 빛을 집광시켜 초점 부분에만 소량의 실리콘 구슬을 장착하면 실리콘 사용을 5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대로 제품을 만들면 일반 태양전지에 비해 효율은 몇 퍼센트 낮아지지만, 실리콘 비용을 절감해 원가를 크게 낮추고 마음대로 휠 수 있어 곡면 등도 다양하게 구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양산 시 원가가 걸림돌이었다. 구슬을 고정시키고 전기배선으로 모두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념의 일본 기업은 10년쯤 여기에 집중해 제조공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정부의 10년 간에 걸친 기술개발 자금 지원도 놀라웠다. 수년 내에 실적과 평가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8년 당시 킬로그램(㎏)당 400달러(43만7000원) 수준이었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2년에는 40달러(4만3700원) 수준으로 하락했고, 현재는 15달러(1만6400원) 수준에 도달했다. 더구나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구슬을 배선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은과 같은 다른 고가재료가 더 많이 들어 양산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관련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전지는 매력적이다.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거의 무공해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기술개발로 실용화된 태양전지의 효율도 10년 전쯤 13%에서 지금은 18~20%에 이른다. 다양한 태양전지 기술이 꾸준히 개발돼 실리콘 계열 중에서는 집광 방식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가 27.6% 효율을 달성했다. 갈륨비소 계열 중에는 박막결정 방식의 단일접합 태양전지 효율이 28.8%, 집광 방식은 29.3%에 이른다. 다수의 p-n모듈을 결합하는 다접합 방식은 집광모듈까지 결합하면 무려 46.0%의 효율을 달성했다. 이외에도 염기감응형, 페로브스카이트셀, 양자점셀 방식 등 신기술이 등장해 효율을 높이고 있으나 아직은 14% 이하 수준이다. 페브로스카이트셀로 21% 효율을 얻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나 상용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최근 세계 최대 태양전지 제조기업인 한화큐셀이 양자점 방식으로 19.9%의 효율을 얻었다고 한다. 배터리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태양전지 신기술에도 많은 벤처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획기적으로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

태양전지 기술 성공의 관건은 발전 효율도 중요하지만 재료비, 셀 제조공정, 모듈화, 패널화 등을 포함한 제조공정 및 제조원가를 감안한 양산의 경제성을 달성하는데 있다. 여기에 발전효율 감소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내구성, 설치를 위한 토지 규모를 결정하는 태양전지 및 패널의 크기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와트당 원가로 요약된다.

현재 상용화된 다결정실리콘 태양전지 패널의 와트당 가격은 미국에서 60센트(656원)이며 내년에는 46센트(500원)가 될 전망이다. 주택 지붕으로 태양전지로 발전하기 위한 총 비용에서 패널 비용은 25%뿐이고 인버터 10%, 설치비용 10%, 배선 등 부대 전기장치 10%, 감시·전력선 연결·인허가 등
부대비용이 45%라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대량 와트당 약 2.4달러(2620원)로 추정된다. 물론 단독 주택이 대부분인 미국 이야기다. 좀 더 정확한 계산은 총 수명, 감가상각, 수명기간 중 총 발전량 등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토지에 설치하는 경우 토지비용, 숲이나 경작지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환경비용 등을 포함해야 한다. 정부보조금이 없으면 아직은 기존 전력과 경쟁하기 힘들다. 최근 뉴스에서는 독일에서 태양광 전력 경매가격이 일반전력에 거의 근접했다고 하고, 영국에서는 정부보조금 없는 태양광발전소가 곧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토지비용이 가장 큰 문제다. 태양에너지 예찬론자인 토니 세바는 저서에서 2263평방킬로미터(㎢)의 태양전지 발전소를 미국 남서부 사막에 세우면 미국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전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조량이 높은 황무지 사막이 많은 미국에서는 말이 될 것 같은 얘기지만, 우리나라에는 어려운 문제다. 물론 국토의 70%인 우리나라는 환경 문제를 무시하고 산과 그린벨트를 태양광 발전에 이용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최근 렌즈로 태양광을 태양전지에 집중시켜 발전하는 CPV(Concentrated Photovoltaic)가 집중 연구되고 있다. CPV는 효율을 3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지만, 가장 큰 매력은 태양전지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전지 크기를 줄이면 과거처럼 실리콘 재료비를 줄이기보다 토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이크로 렌즈의 초점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초미세 광학 제어기술이 요구된다. 그러나 면적당 태양에너지는 일정하므로 효율 상승으로 인한 설치면적 감소 이상의 토지 원가 절감은 어려울 것 같다. 결국 토지면적 절감을 위해서는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태양전지로 발전한 전력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고 계절·밤낮·일기에 따라 변동이 심한 점을 감안하면 원하는 대로 일정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일반 전력처럼 평균전력 가격으로만 책정할 수 없다. 발전의 변동성,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태양전지 발전의 실제 시장가격은 그렇게 높지 않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커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할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력망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심한 태양전지의 전력이 그렇게 고맙지만은 않다. 이러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과 함께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배터리 가격이 높은 것이 문제다. 혹자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태양전지로 충전하고 운행하지 않을 때 남은 배터리 전력을 판매하면 될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는 태양전지가 한창 전기를 생산하는 낮 시간에 차량 운행이 많고 태양 전력이 없는 밤에 주로 쉬면서 충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가 필수적이다.

미국 에너지부도 태양에너지 기술개발과 연구에 대한 투자가 태양전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고 기술이 거의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이제는 제조 및 규모의 경제 달성이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020년까지 대규모 태양전지 플랜트로 발전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6센트(66원)로 설정한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고 한다. 이는 물론 현재의 유력한 고효율 태양전지 신기술이 상용화될 것을 가정할 뿐 아니라 토지 비용이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고 일조량이 높은 사막 같은 지역이 많은 미국의 사례다. 미국 에너지부는 거울, 렌즈 등으로 대규모로 집광한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에 중점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모하비 사막에 대규모 집광식 태양열 발전소를 오래전부터 운영해왔지만 아직 경제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발전소의 가장 큰 매력은 소금을 용융시켜 태양에너지를 저렴하게 저장해둘 수 있다는 것이다. 집광식 태양광 발전 기술을 개선해 어느 정도 생산단가를 낮추면 저렴하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전력망 관점에서는 훨씬 매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태양전지,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적 타당성은 변동성,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에너지원은 전력망의 신뢰성, 위기 및 이상에 대한 대응력, 수요 및 발전의 변동을 완충하기 위한 저장을 감안한 총체적 비용과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산술평균적 사고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발전 방식별 공정한 원가 비교를 위해 설치부터 해체까지 포함한 수명주기 전체에 걸친 총비용을 총 발전량으로 나눈 균등화 발전 비용(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공정한 비교를 하려면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 비용과 토지 및 환경 비용도 함께 고려하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태양전지의 효율이 30~40%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높아져서 변동성과 토지 및 환경비용을 감안하고도 충분한 경제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산술평균 계산에 의한 수년 내 시점 보다는 훨씬 길어질 것이다. 적어도 연평균 일조량이 높지 않고 일기변화가 많으며 토지비용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럴 것 같다. 저렴한 에너지 저장기술이 개발되면 좀 더 빨리 태양광 시대가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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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억 교수는 KAIST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교수, 교육원장이며 대한산업공학회 회장입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 신성장동력기획단 위원, KAIST 정보시스템연구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자동화, 정보기술 응용, 산업지능 분야 전문가이며, 일방전달방식강의에서 탈피하는 수업방식 혁신을 통한 교육혁신, 교육의 기회 균등 실현을 위한 온라인대중공개강좌(MOOC) 확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KAIST,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및 한국연구재단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