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덴버에서 개최된 국제슈퍼컴학회(SC: Supercomputing Conference)에서 발표된 톱500 자료에 따르면, 인텔 제온 CPU는 457대의 슈퍼컴에 사용되며 91.4%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인다.

인텔이 항상 슈퍼컴 CPU 시장을 압도한 것은 아니다. 1997년에는 17대로 점유율이 3.4%에 불과했지만 매년 비중이 늘어나며 현재에 이르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2년 54대(10.8%), 2007년 354대(70.8%), 2012년 376대(75.2%)를 기록했다.

슈퍼컴퓨터 CPU 점유율 : 세계 Top500 슈퍼컴에 사용된 CPU의 비율. 인텔, IBM, 오라클, AMD 등의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 Top500 갈무리
슈퍼컴퓨터 CPU 점유율 : 세계 Top500 슈퍼컴에 사용된 CPU의 비율. 인텔, IBM, 오라클, AMD 등의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 Top500 갈무리
인텔 제온 CPU의 성장 이유는 클러스터형 슈퍼컴 확산의 영향이다. CPU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개발 비용 및 기간이 늘어났다. 그 결과 슈퍼컴 전용 CPU 개발 경제성이 문제가 되며 슈퍼컴퓨터에도 범용 CPU를 탑재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인텔 제온 외에도 AMD 옵테론(Opteron), IBM 파워(POWER) CPU 등이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 10년간 인텔 CPU 점유율이 급격한 성장을 했다.

그렇다면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 인텔이 계속 우위를 점할 것은 분명하지만 AMD와 IBM이 새로운 제품으로 설욕을 꿈꾸고 있고, 모바일 장비 강자인 ARM도 도전장을 내밀면서 경쟁이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인텔은 스카이레이크(Skylake)를 출시하며 슈퍼컴 및 고성능 서버 시장에서 승기를 이어가려 한다.

인텔은 AVX(Advanced Vector eXtension)-512 기능을 추가해 대규모 데이터 처리성능을 개선했다. 또 최대 28개에 달하는 코어를 그물망 형태(Mesh)로 연결해 내부 통신도 개선했다. 그 뿐만 아니라 CPU간 원활한 통신을 위해 3개의 QPI(QuickPath Interconnect)를 UPI(UltraPath Interconnect)로 업그레이드 했고, 메모리와 통신은 6개 DDR4 채널로, 주변기기와 통신은 48개 PCIe 3.0 레인(Lane)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

AMD는 2008년 인텔이 네할렘(Nehalem)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열세를 뒤집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에픽(EPYC) CPU를 발표했다. 그 첫 제품은 네이플(Naple)이다. 네이플은 각 코어에 2개의 128비트 곱셈누산기(FMA: Fuse Multiply-Add)와 4개의 정수처리기를 탑재했다.

최대 32개 코어가 모듈형태로 들어갔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F)의 일종인 인피니티 패브릭(Infinity Fabric)으로 연결된다. 또 8개 DDR4 메모리 채널과 128개 PCIe 3.0 레인으로 다른 CPU 및 주변기기와 통신한다.

네할렘은 스카이레이크와 비교해 계산 중심 응용에서 열세지만 통신 중심 응용에선 우세를 보여 전체적으로 대등한 결과를 낸다. 물론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시스템 수준으로 비교하면 유사한 인텔 제품에 비해 20~25%쯤 저렴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텔 및 AMD CPU 비교: 인텔 차기 CPU인 스카이레이크(Skylake)는 AMD 신제품 네이플(Naple)에 비해 계산 능력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통신능력에서는 열세를 보인다. /넥스트플랫폼 갈무리
인텔 및 AMD CPU 비교: 인텔 차기 CPU인 스카이레이크(Skylake)는 AMD 신제품 네이플(Naple)에 비해 계산 능력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통신능력에서는 열세를 보인다. /넥스트플랫폼 갈무리
ARM은 삼성 갤럭시 핸드폰 등 모바일 기기에 널리 활용되는 ARM 홀딩스 CPU를 고성능 서버 시장으로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다.

슈퍼컴퓨터에 ARM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는 2011년 유럽 고유 슈퍼컴 기술을 확보하려는 몽블랑(Mont-Blanc) 사업에서 본격 시작됐다. 인텔 등 미국기업에 대응해 영국에 본부를 둔 ARM을 활용하자는 전략이었다. 또 ARM의 높은 에너지 효율성도 결정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영국은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진행 중이고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ARM 홀딩스를 2016년 인수했다. 여기에 ARM이 출시한 고성능 서버용 CPU의 에너지 효율성은 경쟁제품보다 높지 않다.

유럽 몽블랑(Mont-Blanc) 사업 : 모바일 기기에 널리 활용되는 ARM 홀싱스 CPU를 슈퍼컴퓨터에 활용하는 최초 사업이다. 현재는 세번째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 센터 갈무리
유럽 몽블랑(Mont-Blanc) 사업 : 모바일 기기에 널리 활용되는 ARM 홀싱스 CPU를 슈퍼컴퓨터에 활용하는 최초 사업이다. 현재는 세번째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 센터 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슈퍼컴퓨터 대표 기업인 크레이(Cray)는 미국 에너지성으로부터 ARM을 이용한 기술개발 사업을 승인받았다. ARM CPU가 고성능 서버용 CPU 가능성을 현실로 인식되기 시작한 이유다.

일본 차세대 슈퍼컴 구축사업인 플래그십 2020에서는 기존 사용해온 오라클(Oracle) 스파크(SPARC, Scalable Processor ARChitecture) 대신 ARM CPU를 사용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충격적 선언이다.

일본이 ARM을 채택한 것과 관련한 소문은 많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에 탄탄하지 않은 ARM CPU가 채택됐다는 것이 이유다.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가 결정적인 이유라는 말도 있다. 이는 이 사업이 일본에서 개발한 CPU를 사용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ARM CPU 채택에 대해서는 일본의 다음 기술 및 정책을 이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존 스파크 CPU는 썬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가 개발한 것을 후지쯔(Fujitsu)가 라이센스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강자 IBM은 2014년 레노버(Lenovo)에 x86 서버부문을 매각하고 약화된 고성능 서버 시장으로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인텔 진영에 맞서기 위해 오픈파워(OpenPOWER)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응 중이다.

차기 제품은 파워(POWER)9 CPU다. 최대 24코어를 탑재하고 8개의 DDR4 메모리 채널을 탑재하고 있다. 파워9은 미국 차세대 슈퍼컴 구축사업인 코랄(CORAL, Collaboration of Oak Ridge, Argonne, and Livermore)의 서밋(Summit)과 시에라(Sierra) 시스템에 탑재돼 2013년 중국에 빼앗긴 슈퍼컴 왕좌의 탈환을 노리고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지수 소장은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물리학 박사를 했고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저널오브컴퓨테이셔널싸이언스(Journal of Computational Science) 편집위원,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KAUST) 슈퍼컴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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