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줘 vs 힘들다"…최저임금 7530원, 시작부터 '아우성'

입력 2018.01.02 17:04

#연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왕OO(38)씨는 새해부터 근심이 늘었다. 올해부터 최저 시급이 7530원으로 인상돼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에 따른 금전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왕씨는 두 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기존과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근무 시간 단축을 제안했는데 직원 중 한 명은 이를 수용했고, 나머지 한 직원은 제안을 거절했다. 왕씨는 새로 아르바이트생을 뽑아야 할지, 그냥 한 명을 줄이고 카페를 운영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이미지. / 게티이미지 제공
새해부터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인상된 가운데, 노동 시장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급에 민감한 일부 업종은 벌써부터 고용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권리 주장에 나섰다. 반면, 고융주 측 역시 소득 보장을 위해 소비자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도미노 물가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지난해 6470원에서 16.4% 오른 7530원이 되면서 시간당 1060원이 인상됐다.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8480원이 인상됐다. 한 달 22일 근무를 가정해 계산하면 노동자는 같은 일을 하고도 18만6560원을 더 받게 됐고, 고용자는 그만큼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앞선 왕씨의 사례를 보면 두 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하기 때문에 매월 40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전체 금액만 보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저 시급이 인상되면서 모든 물가가 술렁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임금 인상과 무관하게 카페에서 매월 30만원 정도 소비하던 버터 가격이 30%정도 올라 1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버터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다른 원재료 가격도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벌써부터 각종 소비재 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현실을 돌아보면 소비재 가격 도미노 인상 움직임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계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한 예로 KFC는 지난달 29일부터 치킨, 버거, 사이드, 음료 등 24개 메뉴를 100원부터 최대 800원까지 인상했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11월 중 전체 74종 제품 중 버거류 12종과 세트 15종, 디저트류 1종, 드링크류 5종의 가격을 올렸다. 설렁탕 전문점 신선설농탕도 설농탕 가격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000원(14.3%)을 인상했고, 놀부부대찌개도 7500원짜리 대표 메뉴 가격을 7900원으로 올렸다.

최저시급 인상은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바천국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전국 회원 1458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민'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응답자 72%가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돼 고용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고용자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내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2조9707억원을 배정해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가 신청 전 1개월 이상 월보수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를 찾아 "일자리 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뒷받침하는 올해 최우선 역점 사업이다"며 "최저임금 인상 취지는 가계소득 개선을 통해 내수·투자·성장의 선순환을 창출해 소득주도 성장을 구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