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호칭·직급 파괴가 대세?…과거로 회귀하는 기업도 많아

입력 2018.01.03 14:38

대기업의 직급 및 상호 호칭 파괴가 대세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수평·자율적 조직문화를 사내에 확산하고 업무 효율성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호칭·직급에 변화를 줬다 이전 체계로 돌아간 경우도 있어 제도 시행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나온다.

LG유플러스는 LG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혁신문화 5개안' 중 하나로 수평적 호칭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제3회 대한민국 기업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긴 휴가가 끝난 아침 출근길’ 작품 모습.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앞서 LG유플러스는 2017년 5월부터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였던 체계를 사원·선임·책임 등 3단계로 변경했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3단계 호칭 역시 수평적 조직 문화로 가기 위해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호칭 파괴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대기업은 CJ다. 2000년부터 직급 호칭을 없애고 상·하급자 구분없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불렀다.

네이버는 리더 또는 님을 호칭으로 사용한다. 카카오는 영어 이름을 부른다. 브라이언은 김범수 의장, 지미는 임지훈 대표의 실제 호칭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부터 기존 7단계 직급(사원~부장)을 개인의 직무역량 발전 정도를 나타내는 4단계 '커리어레벨(CL1~CL4)'로 줄였다. 임직원 간 호칭은 님, 프로 등으로 바꿨다.

LG전자는 7월부터 5단계인 사무직 직급을 3단계(사원·선임·책임)로 단순화했다.

SK그룹은 직급과 무관하게 맡은 일을 책임지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열사별로 직급을 통일하거나 체계를 단순화시키고 있다.

SK주식회사는 PL(프로젝트 리더)로, SK텔레콤와 SK네트웍스는 각각 2006년·2017년부터 직급을 2단계로 나누고 호칭은 매니저로 통일했다. SK하이닉스는 2010년부터 선임·책임·수석으로, SK C&C는 2017년 3월에 선임·수석·위원(팀장) 3단계로 직급을 단순화시켰다.

이같은 흐름과 반대로 호칭·직급을 파괴했다가 이전 체계로 되돌아가는 기업도 있다. 내부 적응의 문제를 포함해 거래처 등 외부에서 불편을 호소했다는 점이 호칭·직급을 원상복구 시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KT는 2009년부터 5년간 직급 대신 매니저 호칭을 사용했지만 2014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급 등 기존 체제로 돌아갔다.

KT 한 관계자는 "업무 권한을 명확히 하고 직원의 사기진작과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제도를 재도입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화는 2012년 사원은 '씨', 대리부터 부장까지는 '매니저'라고 부렀다. 하지만 2015년 3월 종전 체계로 돌아갔다.

한화 한 관계자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업무 일선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고객 및 거래 상대방의 편의를 위해 예전 체계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2011년 7월 이후 매니저·팀 리더·그룹 리더 등으로 간소화한 것을 2017년 2월부터 기존 체계인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보편적 직급으로 돌아갔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더 쉽고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려면 익숙한 직위 체계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외부 고객사가 겪었던 직위 혼란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동기부여 하락·고객사 불편·불명확한 업무 구조 등 호칭·직급 파괴로 생기는 부작용의 해결책이 동시에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대기업의 암묵적인 상하관계와 권위주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수평적 구조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견해도 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호칭 변화는 낮은 수준의 혁신에 불과하고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한다"며 "조직 수평화가 실제 이뤄지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창조적인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평가 및 보상도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