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만한 애플의 간보기 언제까지?

입력 2018.01.05 14:47

"애미야, 국이 짜다. 간 좀 그만 봐라."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행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가르치거나 혼을 낼 트집을 잡기 위해 쓴다.

최근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애플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애플은 소비자 대상 보상 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소비자 간 보기 식으로 반응을 봐가며 기존 정책을 찔끔찔끔 완화하고 있으며, 진심 어린 사과도 하지 않았다.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는 애플이 고의로 구형 아이폰 작동 속도가 느려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 것이 들통이 나면서 시작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는 여러 가지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가장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는 미국의 고등학생이다. 그는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폰6S 속도가 느려지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그의 아이폰6s와 그의 형이 사용하는 아이폰6를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구형 아이폰 모델 성능 저하 원인은 리튬이온 배터리였다. 또 iOS 업데이트를 할 경우 아이폰 성능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그가 이런 사실을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 공개하자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애플이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저하했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벤치마크 사이트인 긱벤치 창업자 존 풀은 2017년 12월 iOS 10.2.1 이후 버전을 아이폰6·6S, 아이폰7에 설치한 결과 아이폰 종류에 따라 벤치마크 점수가 다르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또 아이폰이 구형일수록 벤치마크 점수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 논란을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애플은 2017년 12월 20일 성명서를 내고 구형 아이폰 성능을 iOS 업데이트를 통해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업데이트를 추후에 다른 제품에도 추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너무도 구차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에 소비자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소비자 반발이 더욱 거세지자 애플은 찔끔찔끔 간을 보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보상안을 내놨다. 애플은 사과문을 통해 79달러(8만4250원)인 배터리 교체비용을 29달러(3만930원)만 내라고 했다. 1인당 50달러(5만3330원)를 보상하는 셈이라며 생색을 냈다.

하지만 애플의 보상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자 이에 놀란 애플은 급하게 추가 보상안을 내놨다. 배터리 테스트 결과 교체 대상인지 아닌지 여부와 상관없이 돈만 내면 배터리를 교체해 주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간 보기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플의 사과문에는 진정성이나 최소한의 예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과문에는 팀 쿡 CEO의 이름은커녕 경영진의 이름이 단 한 줄도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최고 책임자가 나서 수습에 나서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닌가. 애플의 이런 행동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버린 꼴이 됐다.

애플코리아는 2일부터 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터리 교체 비용을 할인하고 신청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는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언제부터 어디서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도 없다. 또 애플코리아와 애플코리아 기술지원센터, 공식서비스센터는 보증 수리와 관련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사설업체 등을 통해 배터리를 교체한 기기도 배터리 교체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한 반면, 기술지원센터와 공식서비스센터 등에서는 보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배터리 보상과 관련해 원칙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제 애플은 소비자 간 보기를 멈춰야 한다. 언제까지 소비자 반응만 보며 안일하게 대응할 것인가. "애플아, 소비자는 당할 만큼 당했다. 간 좀 그만 보고 진정한 사과와 대책을 내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