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블록체인과 핀테크] 세계 3대 버블, 프랑스 미시시피 투기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8.01.10 16:46

    근대 금융계 3대 버블이라 하면 튤립 버블, 남해 회사 버블, 프랑스 미시시피 투기 버블 등이 있다. 버블의 전후 사정과 역사적 배경을 돌이켜보면, 오늘날 가상통화 업계 양상과 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다.

    1694년 스코틀랜드 사업가 존 로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세계 최초 중앙 은행과 주식시장을 만들고, 복권식 채권을 발행하는 등 세계 금융 혁신을 주도했다.

    이 곳에서 중앙은행을 처음 접한 존 로우는 화폐 현상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로우는 그의 아버지가 금 세공업자였기에 금 혹은 은본위제가 갖는 유동성 한계를 이해하고 있었다. 실제로 18세기 초, 주화로 사용되던 금속 재고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다. 금속 화폐 발행이 어려워지자 경제 자체가 위축되기에 이르렀다.

    그 때문에 로우는 금·은·동 등 금속으로 주화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여겼다. 그는 금속 공급량에 얽매이지 않는 화폐야말로 혁신이라 믿었으며 그 대안으로 종이화폐 즉 지폐에 주목했다.

    당시 유럽에는 지폐가 있었지만, 이 시기 지폐는 금본위제 안에서 '보유 중인 금 수량만큼'만 발행 가능한 일종의 '금 보관증'으로 쓰였다. 언제든지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지만, 당시 지폐는 금 그 자체인 금화보다 유통하기 어려웠다. 누군가 지폐의 신용(금태환성)을 보증해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우는 금이나 은 대신 '토지'를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자고 생각했다. 토지는 금처럼 변하지 않고 가치도 보존된다. 은행권의 화폐 발행액을 토지의 시장가치 중 일정 비율로 묶는다면 화폐 가치 역시 안정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경우 화폐 공급량은 담보물(토지)의 가치를 결코 넘을 수 없으며, 금본위제 아래 제한되던 화폐공급량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토지 역시 태환성이 있으니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

    로우는 화폐가 실물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경제학자 케인즈보다 무려 250년쯤 앞선 생각이다. 화폐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곧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이론이다. 오늘날 중앙은행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프랑스는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등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던 로우에게 기회를 줬다. 당시 프랑스 국왕이던 루이 15세는 루이 14세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거의 파산에 가까운 재정을 물려받았다. 당시 프랑스 국채는 30억리브르에 달했는데, 프랑스의 1년 조세 수입은 고작 1억5000만리브르에 불과했다. 프랑스 경제는 여기에 금·은화 부족까지 겹치며 불황을 겪으며 수직 하강했다.

    루이 15세의 섭정, 오를레앙 공 필립 2세는 로우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1716년 로우는 왕실의 빚을 대신 납부하는 조건으로 은행 설립권을 받았다. 그는 자본금 600만리브르로 네덜란드 중앙은행과 비슷한 왕립은행 (Banque Royale)을 설립하고, 은행권 발행 후 자신이 발행한 은행권으로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금·은화와 달리 발행량 제한이 없는 지폐 유통 근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 조치는 성공했다. 시중에 유동성(지폐)이 공급되자 투자가 이뤄졌고, 상업과 무역이 되살아나는 등 프랑스 경제가 활성화됐다. 이 공로로 로우는 프랑스 공작 작위를 수여 받는다. 고무된 로우는 금융회사인 미시시피를 설립한다. 후세 서방 회사라고 불리우는, 프랑스 경제를 살린 공작이 관여한 미시시피 회사에 엄청난 투자금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이것이 미시시피 버블을 촉발한다.

    칼럼 다음 회차에서는 로우가 어떻게 '아무 이익을 내지 못하는 미시시피 회사를 버블로 키웠는지', '그 버블이 어떻게 꺼졌는지', '후대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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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 및 전자화폐로, 시드니공과대학 재직시절 비트코인 등 디지털화폐와 화폐경제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SWIFT Institute 에서 연구지원을 받아 전자화폐가 진정한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연구 중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화폐가 대체투자 자산이 될지, 자산운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용을 가질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