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가상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하며 시장 통제에 들어갔지만, 채굴비용은 증가하는 등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꺼지지 않는다. 반대로 캐나다・미국・스위스는 가상화폐 채굴자 모시기에 나서며 가상화폐 옥죄기에 나선 한국·중국과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 중국 채굴업체, 규제 때문에 짐싼다

11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중국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아BTC(ViaBTC)가 12일부터 채굴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을 6%에서 50%로 인상한다.

비아BTC는 성명서에서 "중국 본토의 채굴 장비가 부족해 클라우드 채굴 운영 비용이 증가했고, 중국의 오래된 제휴업체 중 일부는 채굴장 폐쇄 위기에 직면했다"며 "장기적으로 클라우드 채굴을 실행하려면 유지・보수비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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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업체는 클라우드 채굴이라는 이름 아래 가상화폐 채굴을 대행해주는 대신 의뢰한 개인 또는 단체로부터 비용을 받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가상화폐 공개(ICO)와 거래소 폐쇄를 명령한 데 이어 가상화폐 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하는 등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했다. 업체 입장에서는 채굴 장비 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채굴 비용을 올렸다.

중국 당국은 2일 지방 정부에 가상화폐 채굴업체를 단속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중국 당국은 채굴업체의 전기요금, 토지 이용, 세금 징수, 환경 오염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아BTC는 채굴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 금지에 나서자 사업체를 미국・아이슬란드로 이전했다. 비아BTC 등 중국 채굴업체는 전 세계 비트코인의 약 4분의 3을 캐지만 중국 당국의 압박에 중국 밖으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인다.

비아BTC 투자업체이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은 중국에서 스위스로 사업체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트메인은 2017년 12월 말 스위스 중북부의 추크에 '비트메인 스위스'라는 사업자 명을 등록했다. 비트메인 스위스에는 비트메인 창업자 우지한 외에 중국인 스위스 거주자 티 리우, 스위스인 크리스티안 조나스 메셔가 이름을 올렸다.

◆ 중국·한국 규제하는 사이 스위스·캐나다·미국은 채굴업체 유지전

한국과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전 세계 가상화폐 채굴업체가 스위스의 작은 마을 추크와 미국 웨네치로 몰려든다. 스위스 추크는 '크립토밸리(가상화폐 업체가 모인 마을)' 기조를 내걸며 가상화폐 업체 유치에 한창이고, 캐나다 국영전력회사는 전 세계 가상화폐 채굴업체에 러브콜을 보냈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11일 미국 시애틀에서 동쪽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워싱턴주의 작은 마을 웨네치가 미국에서 가장 큰 비트코인 채굴지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했다. 웨네치는 컬럼비아강을 이용한 수력 발전 덕분을 이용한 저렴한 전기요금을 내세워 가상화폐 채굴자를 유혹하고 있다.

11일 박상기 법무장관의 “‘가상 화폐 거래소 금지 특별법' 준비 중” 발언 이후부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가상 화폐 거래소 폐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11일 박상기 법무장관의 “‘가상 화폐 거래소 금지 특별법' 준비 중” 발언 이후부터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가상 화폐 거래소 폐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웨네치에 자리 잡은 채굴업자 마라치 살시도는 웨네치의 저렴한 전기료에 매력을 느껴 이곳에 자리 잡았다. 살시도는 2017년 7월까지 하루에 50개의 비트코인을 생산하기 위해 한 달에 42메가와트(MW)의 전기를 사용했고, 현재는 한 달에 7.5MW(1만1000가구가 한 달에 사용하기에 충분한 전력)의 전력을 쓴다. 이 지역의 전기료가 싼 편이지만 살시도가 한 달에 부담하는 전기료는 10만달러(1억645만원)에 이른다.

그는 CNBC에 "비트코인이 미래의 부가 되고, 블록체인은 미래의 지급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에 비트코인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현재 12개가 넘는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웨네치에 둥지를 틀었고, 75개 이상의 채굴업체가 입주를 문의한 상태다.

스위스 추크는 금융 서비스 승인 과정을 단축해 블록체인의 성지로 불린다. 중국 채굴업체 비트메인이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피해 스위스에 터를 잡으려고 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비트메인은 10일 스위스 현지 신문에 "비트메인 스위스가 글로벌 확장의 기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도 가상화폐의 비이성적 과열 상태를 경계하는 조짐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2월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화폐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논의하기 위해 상품 선물 거래위원회 의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