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4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엄마의 유언과 기계백작에 대한 복수를 위해 기계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행성 프로메슘으로 향했던 주인공 소년 테츠로(철이)와 메텔의 마지막 이야기를 가물가물하게 만든다.
1979년 방영돼 인기를 끈 TV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의 마지막 장면은 원작 만화와 같이 메텔이 남긴 작별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테츠로의 얼굴과 서로 다른 열차에 탑승한 두 사람이 기차 창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끝난다.
메텔은 1979년작 은하철도999에서 극장판에서 기계의 몸이 아닌 진짜 몸을 찾기 위해 명왕성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주인공 테츠로는 메텔을 기다리겠다고 말하지만 메텔은 자신이 돌아와도 테츠로가 이를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자신과 긴 여행을 함께한 소년의 입에 키스를 한다.
전작의 2년 뒤 세상을 무대로 기계인간과의 최종결전을 그린 린타로우 감독의 1981년작 극장 애니메이션 '안녕 은하철도999 안드로메다 종착역(さよなら銀河鉄道999 アンドロメダ終着駅)'에서 다시 만난 테츠로와 메텔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헤어진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메텔과 같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만, 메텔은 메츠로만 홀로 태운 채 역에서 그를 배웅하는 모습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1979년작과 1981년 극장용 은하철도999 마지막 장면의 공통점은 테츠로와 메텔이 서로를 떠나보내는 것이다. 1979년 영화에서는 소년 테츠로가 메텔을 떠나 보내지만, 1981년작에서는 반대로 메텔이 테츠로를 열차에 태워 멀리 보낸다. 가깝지만 엇갈리는 두 사람의 운명을 그린 셈이다.
은하철도999를 만들어낸 만화가 마쯔모토 레이지(松本零士)는 1981년 애니메이션 전문 매체 아니메쥬 인터뷰서 은하철도999가 완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년 테츠로와 여왕의 짐을 진 메텔의 우주여행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 베일에 가려진 우주 최고의 절세미녀 '메텔'
절세미녀 '메텔'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로 꼽힌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육체'라 칭송받는 그녀의 몸이 기계인지 클론인지에 대한 공방이 아직도 이어진다.
원작 만화 안드로메다편 후반부에서는 해적 안타레스가 메텔이 기계 인간인지 확인하기 위해 뢴트겐 영상을 찍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메텔의 속옷은 투시를 막는 특수 기능을 지녔다.
메텔이 클론이라는 주장은 1979년작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메텔이 주인공 테츠로의 어머니 호시노 카나에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물려받았다는 내용이 거론되며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확한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마쯔모토는 메텔을 육체 교환을 통해 머나먼 시간을 여행해 온 '라 메탈' 행성의 사람이라고 밝혔다. '라 메탈' 인은 수만년을 사는 종족으로, 지구 시각으로 1000년은 그들에게 1년 정도의 길이라고 설명했다.
라 메탈인인 '메텔'의 진짜 육체는 명왕성 얼음땅 깊은 곳에 있다. 은하철도999 TV애니메이션 5화에서 메텔은 명왕성 속 진정한 자신의 육체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메텔의 신비는 그녀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성우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메텔 성우 이케다 마사코(池田昌子・79)는 "은하철도999 팬이 가슴에 품고 있는 메텔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TV출연을 자제하는 등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숨기기도 했다.
◆ 메텔의 어머니 프로메슘과 '천년여왕'
은하철도999에서 기계제국의 최고권력자로 묘사된 여왕 '프로메슘(La Andromeda Promethium)'은 메텔의 어머니이자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천년여왕(1000年女王)'의 주인공인 '유키노 야요이'다.
여왕 프로메슘은 인간으로서 모든 감정을 버리기 전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딸인 '메텔'에게 물려주고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기계로 전락한다.
◆ 메텔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들
만화가 마쯔모토는 메텔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로 자신의 먼 친척인 '쿠스모토 타카코'를 거론했다. 쿠스모토는 프랑스인 '필립 프란츠 폰 시볼트'의 손녀로, 일본인과 프랑스인의 혼혈이다.
마쯔모토 레이지가 그린 '메텔'은 그가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을 담은 캐릭터다. 은하철도999, 천년여왕, 캡틴하록 등 그의 작품에서는 메텔과 닮은 절세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캡틴하록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세계관
만화가 마쯔모토 레이지가 집필한 '은하철도999'는 '천년여왕' 외에도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우주해적 캡틴하록'과 '우주전함 야마토' 등의 세계관에 영향을 준다. 그 때문에 은하철도999에 하록이 등장하는 등 마쯔모토가 창조한 캐릭터는 그의 작품 곳곳을 오가며 등장한다.
마쯔모토는 이런 캐릭터 덕분에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진 마쯔모토 애니메이션 붐이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식을 '스타 시스템'이라 부른다.
'999'라는 이름에는 미완성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어른을 숫자 '1000'이라고 한다면, 999는 미완성된 청춘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은하철도999・캡틴하록・야마토로 등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자신의 세계관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연달아 성공시킨 마쯔모토는 79세를 맞이한 지금도 창작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어쩌면 전 세계 만화・애니메이션 팬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힌 은하철도999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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