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Wide & Wise 군사] 철책에 얽매이지 않아야 국방개혁도 가능하다

입력 2018.01.14 01:22

철책 논란으로 바라본 지상군 현실, 철책 지키는 것만으로 묶어놓는다면 국방력 발전 어렵다

갑자기 파문이 일었다. 2017년 6월 귀순한 탈북병사가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이 귀순했을 때, 우리 군의 경계태세를 보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한 매체에서 며칠에 걸쳐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필자는 취재에 앞서 해당매체의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몇 차례 대응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설명되는 것 같아 최근 논란과 관련한 글을 남긴다.

◆ 지난 6월 귀순, 육군의 경계실패였나?

보도의 내용은 이렇다. 2017년 6월 13일 강원도 철원지역의 북한군 감시초소병 한 명이 북측 철책을 넘어왔다. 나무를 해오겠다며 톱을 들고 나왔지만, 그의 목적은 탈북이었다. 북측 철책을 넘은 북한군 병사는 무려 한 시간을 포복해 군사분계선(MDL) 앞에 다다랐다. MDL을 넘어 남측의 사격을 받을까 두려워한 북한 병사는 남측 GP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5분이나 흔들었지만 GP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2017년 6월 귀순한 탈북병사. / 국방부 제공
탈북병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계속 전진해 추진철책까지 도착했다. 철책에서도 소리치고 쇠톱으로 철책을 긁는 등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추진철책을 따라 계속 이동하다보니, 작은 통문이 하나 있어 발로 차고 틈으로 나와서 추진철책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들어와 조금 가다보니 우리 군이 대기하고 있어 귀순했다는 것이다.

귀순병사는 북한에선 차단문이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들어온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한 모양이다. 그는 조사가 끝나고 민간에 나오자마자 모 언론사에 제보했고, 언론사는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의 톤은 비판적이었다. 군이 귀순자 유도작전을 성공했다고 자축했지만, 실상은 추진철책을 넘을 때까지도 몰랐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체적으로 우리 육군의 경계에 문제 있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였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일부 국민은 '뭐야, 사실은 철책이 뚫렸던 거야?'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 우리 군은 그날 경계를 실패한 것일까? 개념의 차이를 알려면 전방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 GP와 GOP, MDL과 DMZ

대부분의 군 복무자는 아는 개념이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개념부터 바로 잡고 가자. 우선 남북은 MDL로 나뉘어 있다. MDL은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발효될 때까지 우리 군이 목숨을 걸고 한 치라도 더 확보하려고 싸웠던 고지전의 장소다. 휴전선이 바로 이 곳이다. (휴전선은 38선과 다르다. 설마 이것까지 모르는 분은 일단 위키 같은 곳에서 다시 검색하는게 낫겠다.)

2015년 8월 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의 상황도. 그림을 보면 군사분계선·추진철책·GOP철책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 조선 DB
휴전이 의미 있으려면 서로 충돌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이 북방한계선(NLL)과 남방한계선(SLL)이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서로 2㎞를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한계선을 두고 그 내부의 지역은 무장병력이 들어오지 않도록 했다. 2㎞를 이격시킨 건 통상 소총이나 기관총 등 소화기의 사정거리가 2㎞ 이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이 비무장지대(DMZ)다. 또 북한은 NLL에 철책을 세웠고, 우리도 SLL에 철책을 세워 실질적 국가 경계선으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군은 통상 철책 248㎞에 일반전초(GOP)를 설치하고 24시간·365일 경계작전을 수행한다. 이런 철책을 GOP 철책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MDL이 국가간 자연장애물(예를 들어 강)로 이뤄진 경계선이 아니고, 전쟁 중에 휴전으로 이뤄져 산과 계곡으로 뒤죽박죽 엉켜있는 지역이다보니 감시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DMZ 감시를 위해 북한이 NLL을 넘어 DMZ 안으로 밀고 들어와서 감시 초소를 만들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SLL을 넘어 DMZ 안에 감시 초소를 만들었다. 이 감시 초소가 바로 GP다.

아군 GP에서 아군 GOP 철책을 바라본 모습. GP란 DMZ 안으로 상당히 들어와서 임무를 수행하는 섬과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는 사진이다. / 조선일보 DMZ특별취재팀
GP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인원이 들어가 작전하는 지역이다. 수색중대 인원이 점령하고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다보니 적은 인원으로 GP를 마치 GOP처럼 경계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도 적다. 다만 적군 침투를 막고 아군의 군사작전을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GP와 GP 사이에 철책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를 추진철책이라고 한다. 추진철책은 GOP 철책과 같은 경계 대상은 아니다. 지형상 추진철책이 아예 없는 GP도 있다. 추진철책 사이에 통문이 있어, 이 안으로 수색대대원이 드나들며 DMZ내를 수색한다. 그런데 2015년 8월 4일 북한이 목함지뢰 도발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추진철책의 통문이었다.

◆ 그래서 철책은 뚫린 것일까?

위 개념을 살펴보고 나면 명확해진다. 추진철책은 우리 국토의 경계선이 아니다. 만의 하나 추진철책이 뚫렸다고 해서 우리 국경이 뚫린 것은 아니다. 게다가 국방부의 말처럼 추진철책은 일종의 편의상 설치한 장애물이지 경계의 대상은 아니다. 수색대가 애초 DMZ 안쪽에서 작전하는 것은 추진철책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북한군의 수상한 움직임이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함이다. 북한군 귀순병사가 추진철책을 넘은 행위를 놓고 경계가 뚫렸다고 맹비난할 일은 아니다.

추진철책이 정말 뚫린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귀순병사도 스스로 증언하고 있지만, 추진철책을 넘어 들어온 귀순병사는 곧바로 우리 군 경계병력에게 발견돼 귀순한다. 병력이 전개한 지점은 GP로부터 300m 떨어진 지점이었다. 만약 우리 군이 무방비였다면 귀순병사가 GP로 접근할 때까지 모르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귀순병사가 추진철책을 넘으려고 벽을 흔들고 있을 때 움직임이 우리 군의 중거리감시카메라에 이미 포착됐다. 움직임에서 가장 가까운 GP에서 신속히 해당장소로 투입해 대응한 것이고 귀순병사를 확보했다. 적이 장애물을 넘는지 기다리고 있다가 넘어온 것을 대응한 것이니, 이를 두고 경계실패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귀순병사를 확보하는 우리 군 GP 병력의 모습. / 국방부 제공
또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다. 애초 북한군이 MDL을 넘어온 걸 발견하지 못했다면 GP가 경계임무를 실패한 것 아니냐는 점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귀순병사가 추진철책을 넘는 것을 발견해 대응이라도 했다. 하지만 북한군은 자기 병사가 MDL을 넘어올 때까지 몰랐고 대응도 못했다.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날씨에 비밀이 있다.

당시 해당지역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뿌린 후에 낙뢰가 떨어졌다. 소나기가 그친 후에는 안개가 가득했다. 소나기와 낙뢰가 오고 그침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낙뢰 피해예방을 위해 감시장비는 꺼놓은 상태였고, 시정도 500m에 불과했다.

또 6월이면 DMZ 안쪽은 사람키 이상으로 수풀이 자라난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보이지 않는다. 즉 감시장비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사람으로도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우리 병사는 최소한 추진철책 인근에서는 적을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 잘한 작전이지 잘못을 은폐한 게 아니다. 이번 건은 해당 언론사가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 다가올 병력 부족이 더 큰 문제

언론의 지적을 괜한 시비로 넘길 일만은 아니다. 애초 추진철책은 2015년 지뢰도발에서도 문제가 됐던 곳이다. 당시 국방부는 추진철책 등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충분히 장비나 인력이 보강되지 않았음을 이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여전히 현장 병력의 노력으로 DMZ가 지켜지고 있는 것이지, 조직적 지원은 부족하다는 얘기다.

GOP 지역에 투입된 병사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병영문화개선을 외쳤지만, GOP보다 훨씬 더 어려운 조건인 GP에는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병력 부족으로 GOP 경계병력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 대한민국 육군 제공
게다가 문제는 병력 수이다. 우리는 국방개혁에 의해 2022년까지 13만명쯤의 병력을 줄여야 한다. 그 병력은 모두 육군에서 감축된다. 1개 사단이 1만명쯤 되므로 단순히 숫자로만 말하면 13개 사단이 줄어드는 셈이다. 13개 사단이면 GOP를 경계하고 있는 사단 수보다 많다. 즉 병력 감축을 하면 GOP에서 병력을 엄청나게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래서 육군은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에 각각 구축했다. 문제는 이번 논란에서 보듯이 수풀이 우거지거나 낙뢰가 반복되는 상황이 되면 감시장비 운용에 한계가 발생한다.

감시장비의 운용 각도도 문제가 된다. 보통 초소나 전초에서 운용되는 장비는 거의 고정된 장소에서 운용되다보니 사각이 생길 수밖에 없다. UAV 같은 것이 감시임무를 수행하면서 지원하면 좋겠지만, 악천후에서 운용하는 것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현재 DMZ 감시용으로 UAV를 상시운용하는 개념은 아직은 없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 과학화 경계로의 전환에 대한 정치권 책임 필요

어려운 근무조건이지만 GOP 경계병력의 절반 이상은 ‘최전방수호병’으로 지원한 장병이다. / 국방부 제공
만에 하나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잘 운용돼 병력 상당 부분을 덜어낼 수 있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더 이상 병사가 조를 짜서 GOP 철책을 하나하나 걸으면서 대응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소위 고정된 장소에서 거점 방어를 하지 않고 차량이나 기타 수단을 이용해 움직이면서 기동방어를 할 수 있다.

다만 사람 없이 기계만 사용해 대응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적의 침입을 탐지했더라도 얼마나 빨리 적이 들어온 장소로 가서 제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탈북자건, 북한으로 넘어가려는 이탈자건 분명 GOP 지역이 뚫리는 일이 생길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GOP가 뚫렸을 때의 우리 사회 반응이다. 추진철책만 가지고도 문제를 삼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과학화경계로 전환한 후 미리 대기하다 데려오지 못할 수 있다. 귀순자가 스스로 GOP 철책을 넘어와 뒤늦게 도착한 우리군 병력에 투항하는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이때도 군이 잘못했다고 비난만 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정치권의 리더십이다. 우리는 인구수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해 병력감축 상황을 맞이했다. 우리의 정치 리더십은 국방개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국방개혁으로 병력을 줄이면 GOP 철책 경계는 이전처럼 사람이 하나하나 할 수가 없다. 최악의 경우 귀순자나 탈북자는 물론 소수의 침투인원에게 철책이 유린당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애초 MDL의 본질은 북한군 재래병력의 대대적 침공을 막는 것이다. 소수의 침투까지 막는 철저한 감시를 원한다면 인력과 예산을 더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 계획대로 하며 추후 문제에 눈을 감는다면 결국 군은 현 정치권이 하라는 대로 했다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GOP 철책방어에 얽매이지 않고 북진이 가능하도록 정치 리더십이 육군의 부담을 덜어줘야 국방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 대한민국 육군 제공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GOP 철책 방어에 얽매인 군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철책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든 북진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다만 그에 따른 부담은 정치권이 떠 안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것이 진정한 국가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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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서울대 법대와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방부·방사청·합참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