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채굴 열풍 재점화...그래픽카드 대란 2라운드

입력 2018.01.15 17:21 | 수정 2018.01.16 06:00

PC용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또 한 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래픽카드를 사려는 사람은 줄을 섰는데, 공급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7년 2분기를 전후로 PC 업계를 휘저었던 '그래픽카드 대란' 사태와 판박이다.

2017년에 이어 올해 연초부터 시작된 '2차 그래픽카드 대란'의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2017년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가상화폐 채굴 열풍의 재점화다. 각종 위험성과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하는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다시금 채굴 시장에 그래픽카드가 쏠리고 있다.

가상화폐 열기와 관련해 채굴용 그래픽카드 수요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용 PC의 모습 / 최용석 기자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조사들이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를 선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부족해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가 다시 채굴 시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로 인한 그래픽카드 수요 증가다. 지난해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동시접속자 수만 전 세계 수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반경 수 km에 달하는 넓은 전장과 각종 지형지물, 각종 무기와 탈것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배틀그라운드를 쾌적하게 즐기려면 중상급 이상 사양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특히 전 세계 '배틀그라운드' 플레이어의 3분의 1 이상이 몰린 중국 시장에서의 큰 인기로 그래픽카드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2018년 1월 15일 현재 가장 인기가 좋은 지포스 GTX 1060 6GB 제품은 2017년 대란과 비슷하게 20만원 후반대의 평소 가격이 40만원대로 뛰어오른 상황이다. 채굴 효율이 높다고 소문난 AMD의 라데온 RX 500대 및 400대 그래픽카드는 여전히 구경조차 힘들다.

국내 한 그래픽카드 유통사 관계자는 "적지 않은 PC방이 방학 시즌을 맞아 '배틀그라운드' 대목을 기대하고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지만, 물량을 구할 수 없는 데다 가격까지 올라서 발만 구르고 있다. 당장 임시방편으로 쓸만한 지포스 GTX 1050급 제품도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채굴 시장 수요와 게이머들의 수요가 겹치면서 인기 그래픽카드 가격이 또 한번 치솟고 있다. / 엔비디아 제공
중고 시장에서의 수요도 뜨겁다. 하드웨어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채굴용 또는 게임용으로 쓸만한 그래픽카드는 평소 거래가에 5만원~10만원 이상 웃돈을 주고라도 사겠다는 구매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제품 공급 상황도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IT 전문 소식지 디지타임스는 이달 초 그래픽카드 시장과 관련, 메모리 칩 공급 감소로 인해 주요 제조사의 그래픽카드 공급은 줄고 가격은 5달러에서 20달러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한, 가상화폐 시장이 워낙 예측 불허한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AMD 역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당장 GPU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중국에 몰려있는 그래픽카드 제조 공장들이 2월 설 연휴를 앞두고 벌써 제조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가상화폐 시장에 새로운 이변이나 변수가 없는 이상, 이번 2차 그래픽카드 대란 역시 한 달 이상 장기화할 조짐이다. 갑작스레 터진 CPU 보안 이슈와 더불어 겨울 방학 시즌을 맞아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기 위해 게이밍 PC를 마련하려던 게이머들의 속만 이래저래 타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