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의 특허토커] 특허, 세상에 말을 걸다

  •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입력 2018.01.18 17:43

    어렵기로 세상 둘째 가라면 서러울 '기술'과 '법률'. 이 둘이 만나 빚은 작품이 바로 특허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사람 사는 냄새가 배어난다. 특허의 출원·등록 동향을 유심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네 일상사가 읽힌다. 또 특허권이 일선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작동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우리 삶의 한 단면이 그대로 투영돼 있음에 놀란다. 특허는 어떻게 우리 시대 사회상을 반영하고, 또 시장의 흐름을 선도할까.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특허의 자세

    연일 미세먼지로 온나라가 난리다. 미세먼지는 이제 '전쟁'이고 '재난'이라는 말처럼 중국 등 당사국간 국제적 이슈임과 동시에 재난을 극복할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허분석서비스 '윈텔립스'를 통해 관련 특허동향을 살펴봤다. 그 결과, 지난 2013년 55건에 불과했던 미세먼지 저감기술의 국내특허 출원·등록건수가 지난해에는 111건으로, 5년만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트렌드가 우리 사회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미세먼지 저감기술 연간 특허 동향(단위: 건). / 윈텔립스 스마트앵글 제공
    해당 특허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고도화·다양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허를 신규 취득하려면, 선행기술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전 소재 중소기업 레스텍은 공기정화와 유해가스 제거 기능이 있는 황토를 마스크 여과층에 도포한 일명 '황토 마스크'를 특허 출원했고, 2016년 최종 등록시켰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ERI)도 최근 '융합형 미세먼지 및 질소산화물 제거 장치' 특허를 출원·등록했다. 국내발 미세먼지의 주요 발생원인 화력발전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다. 이렇듯 인간을 향한 특허는 우리 사회문제가 그대로 투영된 거울임과 동시에 해당 문제의 기술적·산업적 해결책이기도 하다.

    레스텍은 마스크 여과층에 황토를 도표하는 방식의 생활밀착형 미세먼지 저감기술로 특허를 취득했다. / 윈텔립스 제공
    ◆수술법, 특허 대상인가?

    '특허받은 코 성형 전문', '특허로 검증된 가슴 성형', '관절수술에는 특허받은 보정물 필요'
    주위에서 흔히 보는 병원 홍보문구다. 이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특허법 등 현행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인도적·윤리적 측면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수술이나 치료 진단방법
    등의 '순수의료기술'은 산업상 이용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즉, 특허의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컨대 위암 수술 장비를 개발하면 특허를 출원·등록할 수 있지만, 의사의 위암 수술법은 아무리 용해도 특허로 인정받지 못한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한 인술로는 돈 벌 생각을 하지 말란 취지에서다.

    성형외과의 불법광고 사례. / 특허청 제공
    특허법원은 2008년 6월 '암세포 증식 억제 기술' 관련 재판에서 "인간의 질병 치료 또는 예비적 처치 방법 등에 관한 발명은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발명이 아니므로,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판례를 남겼다.

    수술법의 특허대상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것 역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치료법 개발자인 해당 의사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금전적 권리는 보호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법 적용이 수술법 등 각종 의료기술의 선진화를 가로막는다는 우려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성기구'에 대한 특허 적용 역시 최근 달라진 사회·문화적 수준을 반영해 전향적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특허법(제32조)은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어지럽게 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할 염려가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특허심판원도 2005년 7월 "발명의 본래 목적이 공서양속을 어지럽힐 염려가 없다고 해도 그 사용의 남용에 따라 성적인 쾌감에 그치지 않고 신체적 손상이나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다면 공서양속에 반하는 발명이다"라는 심결을 내놨다.

    시대는 갈수록 '가상현실(VR) 섹스 콘텐츠' 등이 양산되는 첨단을 지향한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그에 부응하는 기술적 진화를 언제까지 법의 테두리 안에만 가둬둘 수 있을까. 대부분 조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기형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성기구 시장과 관련 기술을 양성화시키려면 지식재산권의 정당한 부여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본 특허청은 자신의 실제 질을 그대로 본떠 만든 성기구를 판매한 성인비디오(AV) 여배우에게 저작권을 공식 인정해줬다. 미국에서도 남성의 오르가슴을 자극하는 전립선 자극기가 정식 출원되는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기구에 대한 전향적 자세 전환이 이뤄지는 추세다.

    이슈 제기 자체가 껄끄럽고 민망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또 언젠가는 풀어야 할 특허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숙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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