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픽업트럭은 승객석과 적재함을 분리해 올리는 구조로 돼있다. 트럭의 실용성과 SUV가 가진 승용차적인 장점을 모두 흡수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신차 판매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차종에 꼽히지만 국내에선 특유의 덩치와 연료효율성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쌍용차 만이 유일하게 픽업트럭의 명맥을 잇고 있다.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를 거쳐 현재는 렉스턴 스포츠를 판매 중이다. 과거 다소 저렴한 이미지의 화물차 느낌이 강했다면 새 세대인 렉스턴 스포츠는 '렉스턴'이 주는 무게감을 유지하기 위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렉스턴 스포츠에 '픽업트럭'이 아닌 '오픈형 SUV'를 붙인 이유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 출시를 기념해 언론 시승회를 준비했다. 경기도 가평을 출발해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는 왕복 83㎞의 코스와 언덕경사로, 자갈, 모래 웅덩이, 빙판, 바위, 급경사 등으로 꾸민 주행시간 약 15분의 오프로드 코스가 마련됐다.
먼저 온로드 시승,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과 공유하는 e-XDi220 LET를 장착,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0.8㎏·m을 낸다. 여기에 아이신이 제작한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때문에 매우 승용차 다운 기분으로 달릴 수 있다. 실제로 가속 페달을 꾹 눌러 밟아도 차를 움직이는 큰 차체가 매끄럽게 도로를 지치고 나간다.
디젤엔진임에도 꽤나 조용한 점도 장점이다. 쌍용차는 꾸준하게 디젤엔진의 질감을 높여왔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을 잡아내는데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속도를 높여봤다. 안정적인 속도 상승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붙여 나가는 힘도 부족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주행능력에 큰 스트레스는 생기지 않는다. 도로의 한계속도까지 꽤 재미있게 달리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차체 탓에 곡선이나 급격한 차선 변경에는 살짝 불안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차가 뒤집힐 일은 없지만 상하 피칭이 느껴지는 탓이다. 일반적인 SUV보다도 높은 차고가 문제다. 이 차를 타고 과격한 주행을 할 이유는 없지만, 혹여라도 역동적인 운전을 원했다면 조금 참는 것이 좋겠다. 시트 포지션은 시야를 잘 확보했다.
이 인스트럭터가 가장 칭찬한 부분은 강인한 하체와 차체 구조다. 프레임 방식 차량에서 기대하는 것들 모두가 장점으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바퀴가 빠질 정도로 차가 뒤틀리는 상황 속에서도 차체의 안정성과 복원력이 뛰어났다. 흔히 오프로더를 모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극단적인 노면에서 차체가 뒤틀려 문짝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일도 있다는데, 렉스턴 스포츠는 약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렉스턴 스포츠에서 내리면서 느낀 단 하나의 감정은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의 구매는 구매자 자신의 취향과 예산을 빈틈없이 고려해야 하지만, 장바구니에 렉스턴 스포츠를 넣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있게 추천해주고 싶은 차였다. 이전 세대 픽업에 비해 높아진 상품성은 물론이고, 주행감각과 오프로드 능력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픽업특유의 적재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실용도를 갖췄다. 실내 마감도 예전에 비해 크게 질감이 좋아졌다. 하지만 2열 시트에서 나오는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