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벽두부터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부의 2018년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준대형 세단 가격 수준의 전기차를 준중형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행가능거리 증대와 각종 세제혜택도 누릴 수 있다.

정부의 2018년 전기차 보조금은 주행거리에 따라 최대 1200만원으로 확정된 가운데 전기차가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쉐보레가 내놓은 볼트 EV의 경우 사전계약 3시간 만에 올해 공급량을 모두 채웠고,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최근 1만대 계약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GM 쉐보레 볼트 EV. / 한국GM 제공
한국GM 쉐보레 볼트 EV. / 한국GM 제공
두 차가 인기를 끄는 1차적인 이유는 '주행거리'다. 1회 충전으로 383㎞를 주행할 수 있는 쉐보레 볼트 EV는 이미 국내 검증이 끝났으며, 코나 일렉트릭은 현대차 자체조사로 1회 충전으로 390㎞를 달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전기차에게 있어 주행가능거리의 증대는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불편함'을 줄이는 요소다.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면 전기차 사용자는 절대적인 충전시간과 횟수를 줄일 수 있다.

2차적인 이유는 '보조금'이다. 가격이 필연적으로 비싼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다. 쉐보레 볼트 EV의 보조금을 제외한 가격은 4558만원~4779만원으로, 국산 준대형 세단과 맞먹는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 1200만원에 전국 17개 광역시·도 평균 보조금 662만원을 더하면 2696만~2917만원으로 국산 준중형차 가격으로 내려온다. 여기에 각종 세제혜택과 싼 충전 전기료까지 감안한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 출고자에게 2년간 전기료를 지원한다. /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 출고자에게 2년간 전기료를 지원한다. / 현대차 제공
하지만 전기차 계약자는 보조금 규모보다 '소진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정부가 준비한 2만대의 보조금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구매하려는 전기차를 확보하는 것. 사전계약인 탓에 정확한 인도와 보조금 지급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게다가 환경부는 '계약 후 2개월내 인도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현재 계약된 물량 중 상당수는 인도 시점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자동차 회사가 계약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이유다. 또한 지역별로 보급목표 대수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빨리 보조금이 소진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계약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

올 3월 국내 판매를 노리는 기아차 니로 EV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보이고 있다. 사전계약량은 '허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셈이다. 실제 볼트 EV나 코나 일렉트릭 모두 현재 올해 물량을 수입해오거나 생산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한국GM은 이르면 4월부터 국내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고, 현대차는 출고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2017년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1년 내내 1만대 정도를 인도했다. 코나 일렉트릭 또한 생산량을 아무리 끌어올린다고 해도 비슷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내연기관차 생산량도 고려해야 하고, 해외 수출물량도 살펴봐야 한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최근 주행거리 350㎞ 이상의 장거리 주행 전기차의 사전계약 돌풍은 제품 경쟁력이 높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른 것으로 봐야한다"며 "보조금을 받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사전계약에 들어간 볼트 EV와 코나 일렉트릭에 중복해 신청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사전계약은 '허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 시점에 따라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