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G 망 구축 과정에서 국산 장비 활용을 권장한다. 한국 내 중소 통신장비 업체의 기술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민이다.

하지만 이통업계는 정부 요구대로 장비 국산화를 인위적으로 밀어부칠 경우 망 안정성 및 호환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최적의 환경에서 양질의 5G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강조하는 5G 조기 상용화 흐름을 오히려 늦추는 요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9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박차를 가한다. 상용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을 키워 대·중소 기업이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크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통신장비 업체 콘텔라 사옥에서 열린 ‘5G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통신장비 업체 콘텔라 사옥에서 열린 ‘5G 중소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은 11일 판교 콘텔라 본사에서 열린 '5G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맞춰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통사가 국산 장비 사용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의 국산 통신장비 활용과 관련한 설득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통3사는 정부의 의지에 원론적으로 공감한다. 중계기나 일부 전송 장비의 경우 국내 장비업체와 협력하는 등 과정을 통해 국산화 노력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과기정통부의 통신장비 국산화 부추김은 장비 공급업체를 선정한 후 빠르게 망 구축에 나서야 할 이통사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통3사는 LTE 망 구축 당시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 등 글로벌 제조업체에게 주요 장비를 공급받았다. 5G 망 구축에는 이들 제조사의 장비를 쓸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이미 5G 통신장비 관련 2차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는 등 이통사는 장비업체와 5G 관련 업체 선정을 위한 본작업에 들어갔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외산을 따지는 문제보다 어떻게 사용자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망의 안정성 및 기존 글로벌 제조업체 장비와의 호환성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 관련 보안 이슈가 지속 제기되자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곤란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안보 우려를 제기한 미 의회의 훼방으로 AT&T를 통한 북미시장 진출이 가로막혔다. LG유플러스는 LTE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주로 적용했고 5G 기술 개발에서도 화웨이와 전방위적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를 쓰는 글로벌 이통사 중 실제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단순한 미국발 우려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화웨이 5G 장비는 2차 RFP 대상에 포함됐다"며 "기술력과 안정성을 검토한 후 적절한 장비로 판단되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5G 망 구축 과정에서 이통사에게 국산 장비 사용을 강제하진 않지만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국내 중소기업 장비의 경우 사용을 권장할 방침이다.

장영호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과 주무관은 "민간 기업에 국산 장비 사용을 강요할 수 없고 특정 외산 장비 사용을 막을 수도 없다"며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국산이든 외산이든 최적의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공감하지만, (장관의 발언은) 상생을 위해 가급적 국산 장비를 사용해달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또 기존 외산 장비 비중을 줄이고 국산 비중을 높일 경우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웨이 장비의 보안 우려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 주무관은 "국산 비중을 높인다고 망 안정성과 성능, 주요 공급업체와 호환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기정통부는) 외산 장비 업체가 국제공통평가기준(CC)에 따른 인증을 받았고 실제 문제가 생긴 사례가 없다면 정부가 사용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