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④아르카디아·오디세이·나데시코…향수 자극하는 우주전함의 역사

입력 2018.01.26 17:08 | 수정 2018.01.27 06:00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2018년 시작과 함께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우주는 남자의 로맨스다."

3040세대는 어린시절부터 봐 온 공상과학(SF) 작품 속에서 이 말을 자주 들어왔다. 인류의 미개척지 우주는 전 세계 소년들을 흥분시키는 좋은 소재였고 실제로 우주선으로 우주를 항해하는 작품은 인기를 끌었다.

197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이끌어 온 일본은 현재 유명 할리우드를 이끄는 감독과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SF작품을 마구 쏟아냈다.

그중 1977년 방송된 '우주전함 야마토'(당시 한국명 승리호)와 '우주해적 캡틴하록'(하록선장)은 처절한 전쟁 속에 박력있게 묘사되는 전투 장면과 폭 넓은 인간 드라마로 1970년대 당시로서는 대중에게 참신하게 다가섰던 작품이다.

우주전함 야마토. / 야후재팬 갈무리
1989년 출간된 책 '무시프로흥망기(虫プロ興亡記)'에 따르면 1973년 우주전함 야마토 기획 당시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소설은 미국 SF작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의 1958년작 '지구탈출(Methuselah's Children)'이다.

당시 야마토 각본가 야마모토 에이이치는 이 소설의 '지구의 위기로부터 탈출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우주로 향한다'는 내용에 이끌렸다고 밝혔다.

SF작가 로버트는 러시아 출신 미국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와 영국작가 '아서 찰스 클락크'와 함께 3대 SF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생전 32편의 장편, 59편의 단편, 16권의 SF단편집을 썼으며, 1959년작 '스타십 트루퍼스'는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 제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우주전함 야마토는 태평양전쟁 당시 옛 일본해군이 사용했던 전함 야마토에 외계인의 기술이 담긴 '파동엔진'을 탑재해 우주전함으로 개조한 기체다.

원작자이자 만화가인 마쯔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직접 감독까지 맡았던 애니메이션은 외계행성 가미라스의 침공으로 초토화된 지구를 살리기 위해 14만8000광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험난한 여정 속에 헤쳐 나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 우주해적 캡틴 하록

검은 안대와 긴 앞 머리카락으로 보이지 않는 한쪽 눈을 가진 하록선장은 1980년대 한국 방영 당시 '애꾸눈 선장'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캡틴 하록. / 핀터레스트 갈무리
하록선장이 모는 우주 해적선 '아르카디아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1978년작 캡틴하록 TV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다크블루 컬러의 우주해적선과 또 하나는 1979년작 극장판 은하철도999 이후 등장한 녹색 선체에 배 앞머리에 거대한 해골 마크가 새겨진 기체다.

1978년 TV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아르카디아호 2번함을 재현한 프라모델. / 하세가와 제공
아르카디아호는 만화와 다수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세계관 설정이 정리되면서 녹색 기체가 '1번함', 다크블루 컬러 우주선이 '2번함'으로 이름 붙여졌다

1979년 극장판 은하철도999 이후 등장한 아르카디아호 프라모델. / 하세가와 제공
아르카디아호는 하록에게 둘도 없는 친구 '토치로'의 기억과 의식을 컴퓨터에 담은 '살아있는 우주선'이다. 해적선에는 '펄스 캐논포' 3문과 '차원파동포' 2문, '중력파 미사일 포대' 20문을 갖추는 등 강력한 화력과 강한 공격에 견딜 수 있는 중장갑을 갖췄다.

은하철도999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캡틴 하록에는 '퀸 에메랄더스호'도 등장한다. 만화・애니메이션 '퀸 에메랄더스'는 만화가 마쯔모토의 또 다른 작품으로 가스 비행선처럼 타원형 로켓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퀸 에메랄더스는 우주선의 이름이자 선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빼다 닮은 에메랄더스는 차갑고 강하지만 진정으로 용기와 신념을 가진 남자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여자로 작품 속에서 묘사된다.

퀸 에메랄더스. / 핀터레스트 갈무리
1977년 만화책으로 소개돼 1978년 TV애니메이션 제작된 '우주해적 캡틴 하록'은 2977년 미래의 지구를 무대로 향락・사치와 나약한 삶을 사는 인류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우주로 출항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 스페이스1999

영국에서 만든 SF TV드라마 '스페이스 1999'도 3040세대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작품 중 하나다. 드라마 속 우주 수송선 '이글 트랜스포터'는 프레임이 드러난 몸체에 삼각형으로 생긴 머리 부분을 갖추는 등 1970년대 당시 SF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외모를 지녔다.

이글 트랜스포터 프라모델. / 모델스타쉽 갈무리
1975년작 스페이스 1999는 SF 인형극 '썬더버드'를 만든 게리 앤더슨이 만든 작품이다. 스페이스 1999는 달에 저장한 핵연료가 폭발해 달이 지구 궤도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기지에 파견된 알파부대 대원들은 우주 여행을 통해 외계 행성과 외계인들을 만난다.

◆ 우주전설 율리시스31

1980년대 국내 소개돼 당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율리시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외계소녀 유미를 구하기 위해 사이클롭스라 불리는 기계 괴물을 쓰러뜨리지만, 포세이돈이 신의 대리인을 죽였다는 죄명을 씌워 율리시스 선장과 일행을 험난한 우주 모험에 내 몬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디세이 우주선. / 야후재팬 갈무리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본 도쿄무비신샤와 프랑스 DIC가 공동으로 제작한 '우주전설 율리시스31(宇宙伝説ユリシーズ31)'은 1981년 해외 방영 후 프랑스에서 주제가가 담긴 레코드판이 115만장이 팔리고 일본에서는 5억엔(50억원) 이상의 관련 장난감 매출이 발생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 애니메이션은 모두 24화 분량으로 제작됐다.

율리시스 등장 인물. / 데비앙아트 갈무리
율리시스의 우주선은 '오디세이'로 타원형 우주선 중앙부에 거대한 '눈'이 박힌듯한 모습을 띠고 있다.

◆ 스타트랙

SF와 우주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스타트랙'이다. 드라마 스타트랙은 1966년 미국 NBC 방송국이 제작해 현재 인터넷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서도 최신작이 방영되고 있는 SF 인기작이다.

U.S.S 엔터프라이즈 프라모델. / 독일 레벨 제공
NBC 스타트랙 드라마는 다섯 개 시즌이 만들어졌고, 영화 작품은 무려 12개나 제작됐다. 미국에선 애니메이션도 등장했다.

스타트랙 속 우주선 'U.S.S 엔터프라이즈'호 선장은 제임스 T. 커크다. 그는 스타트렉 작품 중 행성연방 우주함대 '스타플릿' 조직의 최연소 함장이기도 하다.

NCC-1701 등록번호가 매겨진 U.S.S 엔터프라이즈호는 드라마가 첫선을 보였던 1966년부터 지금까지 5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디자인이 수정되고 보완됐다.

◆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우주전함 야마토가 외계인의 기술을 빌어 만들었다면 우주요새함 'SDF-1 마크로스'는 아예 인류가 외계인의 것을 빌려탔다고 말할 수 있다.

1982년 일본 현지 방영된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 등장하는 마크로스 전함은 인류의 기술을 한참 초월한 '오버테크놀러지'로 만들어진 기체다. 우주전함은 '강공형'이라 불리는 거대 전투 로봇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전함 내부에 로봇으로 변신하는 우주전투기 VF-1 발키리를 수납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마크로스 전함은 인간이 분석하지 못해 발생한 오작동과 미개발 구역을 보이기도 한다.

마크로스 요새함 프라모델. / 하세가와 제공
인기작 마크로스는 아름다운 노래로 적군의 기세를 제압하는 '민메이 어택'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 민메이 어택은 대북선전방송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 기동전사 건담

1979년 일본 현지 방영돼 로봇 애니메이션의 트렌드를 슈퍼로봇에서 리얼로봇으로 바꾼 장본인인 '기동전사 건담'에는 건담과 같은 모빌슈트(로봇)을 싣는 우주선 '화이트 베이스(SCV-70/LMSD-71)'가 등장한다.

화이트 베이스 SCV-70 프라모델. / 핀터레스트 갈무리
일종의 우주 항공모함인 화이트 베이스는 39년간 이어진 건담 시리즈 속에 '넬 아가마' 등 수 많은 파생 우주전함을 탄생시켰다.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1970년대 소년 영웅이 적을 응징하는 슈퍼로봇 애니메이션과 달리 사실적인 전쟁 묘사와 복잡한 인간 드라마를 그려 어린이보다 당시 성인과 청소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 기동전함 나데시코

1990년대 우주전함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기동전함 나데시코'다.

1996년 TV애니메이션으로 등장했던 '나데시코'는 각종 공격을 막아내는 '디스토션 필드'와 강력한 광범위 공격 무기 '그래비티 블래스터' 등이 탑재된 전투형 우주전함이다. 나데시코에는 인공지능 컴퓨터 '오모이카네'가 탑재되어 있어 함장의 각종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데시코 1번함 피규어. / 아트스피릿츠 제공
나데시코의 세계관에는 머나먼 행성에 단번에 다가서는 '워프' 항법과 나노머신으로 인간의 사고를 컴퓨터에 직접 전송하는 '이미지피드백시스템' 등의 기술이 등장한다.

나데시코 함장은 미모의 여성 '미스마루 유리카'다. 그녀는 지구연합사관학교 전략과를 수석 졸업하고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무패를 자랑하는 천재 캐릭터지만 대책없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우주전함 나데시코는 이후 나노머신으로 강화된 인기 소녀 캐릭터 '호시노 루리'가 함장에 취임한다. 조연 캐릭터로 출발한 루리는 주연 캐릭터 유리카 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