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욱의 Wide & Wise 군사] 특전사 대검 논란으로 바라본 국방개혁

입력 2018.01.28 11:27

ROC 문제, 구조적 개혁 필요…무기 구매 절차 안정화가 진정한 국방개혁

갑자기 대검이 논란이 됐다. 며칠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육군 특전사의 새로운 대검이라는 사진이 올라왔다. 공개된 특수작전용 칼은 미제 군용 대검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형태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형상이다. 특수작전용 칼을 처음 공개한 SNS에는 새로운 대검이 18만원쯤의 가격이라고 공개돼 있었다.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일파만파 비난 여론이 끓어올랐다

◆ 논란 속 대검

우선 지적된 것은 색깔이다. 사진 속 칼은 번쩍거리는 외관으로 과연 군용이 맞는지 지적됐다. 은색으로 번쩍거리는 칼날과 황금색으로 빛나는 손잡이의 칼을 들고 야간에 적 초병을 공격하려고 이동하면 곧바로 들키지 않겠냐는 주장이었다. 또 칼날의 모양이나 크기, 손잡이 등도 지적 대상이었다.

SNS 속에 공개된 특전사 대검.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하지만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칼의 가격이었다. 18만원이라는 가격을 놓고 다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선 이 칼이 국내에서 제조한 것이라면 그 가격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또 국외에서 사오더라도 70~80달러(7만4600원~8만5000원)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구매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는 방산비리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사진상으로는 뛰어난 성능으로 보이지 않는데 왜 가격이 비싼지, 누군가 중간에서 장난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였다. 과거 '95만원짜리 USB'의 사례처럼 국방예산이 쓸데없는 곳에 낭비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SNS에 사진 하나 올라간 수준이었지만 점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며 기사화가 되며 논란이 더욱 가열됐다. 모 매체에서 '비싼데 부실한 군특수작전 칼, 손잡이 불편 전투부적합'이라는 기사를 내놓으며 이슈가 정점을 찍었다. 기사에는 보급된 칼에 대한 일선 특전사 대원의 불만이 소개됐다. 논란이 가열되자 육군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사안을 설명하면서 국민의 이해를 도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특수작전칼을 찾아서

특전사는 나이프 파이팅 기술을 새롭게 가다듬으면서 새로운 특수작전칼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대한민국 육군 제공
시작은 2015년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특전사는 전반적인 전투력을 높이는데 큰 관심을 가졌다. 새로운 체력검정 기준을 만들고 실전 무술 등을 채용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 하나가 특수작전칼 도입이다. 당시 특전사가 사용하던 칼은 KCB 77이라는 독일제 대검과 유사한 형태의 특전대검이었다. 특전대검 외에 대원이 휴대할 수 있는 접이식 칼을 구매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특전사가 생각하던 접이식 전술용 칼은 아마도 스트라이더 SMF에 기반한 모델로 보인다. 스트라이더 SMF는 미 해병 특수전사령부가 채용한 특수작전용 칼이다. 커스텀 칼을 만드는 스트라이더 나이프 사에서 만든 제품이다. 이 칼은 가격이 무려 60만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CPM S30V라는 특수한 스테인리스 스틸 강재를 칼날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특전사가 책정했던 7만원으로는 어림없는 가격이다.

KCB 77 대검(왼쪽)과 우리 군의 특전대검. / 에이크혼·유용원의 군사세계 제공
칼의 가격은 어떤 금속으로 칼날을 만드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강재의 등급에 따라 칼 가격도 정해진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칼의 재질은 420계열의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강재 가격이 싸다. 경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가공하기 편하고, 부식이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재가 무를 경우 군용으로 쓰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몇 번 칼을 쓰고 나면 무뎌져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경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숯돌로 갈아 날을 세우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같은 420 계열이라도 420J는 저급 강재로 한계가 있지만, 420HC는 탄소함량이 높아 그나마 날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대게 일반 생활용 칼로 420HC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라이터 SMF 나이프. / 스트라이더 나이프 제공
하지만 군용으로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가혹한 환경에서 활용해야 하고, 예를 들어 굵은 군용 로프를 끊고 나면 420 재질의 칼은 날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도가 높은 재질을 찾게 된다.

경도가 높아도 반드시 실용적인 것은 아니다. CPM S110V 같은 강재는 일반적인 연마석으로 아무리 갈아도 날이 서지 않는다. 제대로 된 글라인더로 날을 세워야 사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칼을 만드는 업체도 고개를 저을 정도가 된다. 물론 가격도 살인적으로 비싸다.

◆ 특전사용 서바이벌 나이프

특전사에서는 고민했을 것이다. 애초 2015년에 도입하자고 했던 7만원짜리 접이식 칼도 결국은 420 계열 저급 강재를 사용한 제품이다. 이것으로 작전이 가능하냐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아예 특전대검 자체를 교체해 새로운 특수작전용 칼을 구매하자고 결정한 것이다. 7만원이었던 개별 단가는 신형 특수작전용 칼을 위해 15만원까지 올라갔다.

한 때 특수작전칼이라고 하면 사진과 같은 ‘람보 나이프’가 대명사처럼 떠올랐지만 최근 이런 칼을 거의 쓰지 않는다. / 퍼블릭 도메인 제공
사실 K1A 기관단총을 기본화기로 사용하는 특전사 요원에게는 착검기능은 별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손잡이 안에 성냥이나 실톱 등 기본 서바이벌 키트를 수납하면 어떻냐는 아이디어가 제시됐을 것이다. 강재도 성능을 높여야만 했다. 물론 S30V 고급 강재나 S110V 같은 초고급 강재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420보다는 강한 상급의 강재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420 계열은 로크웰 경도(HRC) 49~53 정도가 나오는 반면 S30V 급이 되면 HRC 60을 넘는다. 보통 HRC 55를 넘으면 칼날이 단단한 편이다.

특수작전칼은 2017년 8월 입찰을 시작해 참가한 6개 회사 가운데 폭스 커트레이 제품이 채택됐다. 보도에 따르면 채용된 제품의 가격은 17만4000원으로 알려진다. 현재 폭스가 만드는 군용 나이프는 익스플로러 라인업이 있는데, 전체 길이 32.5㎝·날 길이 18.5㎝ 크기며 경도는 HRC 58~60 정도로 알려진다. 특전사가 채택한 모델은 이 시리즈 가운데 가장 비싼 모델인 '폭스 램블러' 모델의 아이녹스 버전으로 보인다. 해외 시중판매가격이 180~200달러(19만2000원~21만3000원)쯤이니 17만4000원에 샀다면 최소한 가격은 뒤통수 맞지 않고 잘 산 셈이다.

폭스 커트레이의 익스플로러 나이프. 손잡이에 성냥과 줄톱 등 서바이벌 키트가 수납된다. / 블레이즈 캐나다 갈무리
하지만 강재를 맞추기 위해 램블러 모델을 채택하다보니, 색깔이 문제됐다. 은색으로 번쩍거리는 칼날에 심지어 도입모델은 손잡이까지 황금색이다. 또 손잡이 안에 서바이벌 키트를 수납하다보니 손잡이가 두꺼워졌다. 기존 익스플로러 모델이라면 손잡이가 ABS 플라스틱 사출물로 그립감이 좋았겠지만, 램블러는 금속제 손잡이에 미끄럼 방지를 위해 고무패킹을 감았다. 차라리 군용으로 색깔도 검은 색으로 칠하고 손잡이도 ABS로 처리해놓은 익스플로러만도 못한 모델을 선정한 것이다. 오히려 돈을 더 줬는데도 말이다.

◆ 결국 ROC와 구매의 문제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생겨났을까? 일단 물건을 구매할 때 내리는 작전요구성능(ROC)에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차를 사고 싶다고 치자. 원하는 모델은 2000㏄ 엔진을 갖춘 세단차량이다. 예산은 3000만원 정도 있다. 보통 사람이면 이 돈을 들고 현대·기아차든 GM코리아든 찾아가서 계약하면 된다. 국가는 다르다. 어느 특정차량이 정해지면 안되고 엔진 2000㏄ 이상, 좌석 5개 이상, 세단형 차량 등 ROC를 정해놓고 걸러내야 한다.

익스플로러의 한정판으로 보이는 램블러 나이프 아이녹스. 화려한 색상이지만 군용으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 폭스 커트레이 제공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고작해야 칼 하나 사는 것이다. 어떤 요구성능을 갖춰야 할 지 실무자가 세세히 문건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사고 싶은 업체에게 말해 ROC를 만들어오라는 방법이다. 그러면 해당 업체가 고심해 경쟁 업체와 자신이 경쟁할 수 없는 스펙 한 두 가지 이상을 ROC 속에 숨겨놓는다. 입찰로 가면 경쟁 업체는 ROC 미달로 떨어진다. 심지어 그 ROC 자체가 성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떨어뜨리기만 하면 그만이다. 여태껏 그런 식의 입찰이 많았고,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번 특수작전칼을 보면 최소한 그런 짜고치기 없이 실무담당관이 나름 고심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기본 요건인 색상규정이 빠졌다. 입찰에 어떤 물건을 가지고 올지는 참가업체 마음이다. 예를 들어 특전사가 하위 모델을 원했더라도 업체가 자신의 이윤을 위해 상급 모델을 들고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ROC에만 부합하고 다른 업체와 가격경쟁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구매하려는 취지가 무엇이든 방사청으로서는 ROC에 따라 기계적 판단을 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여기서 일을 바로 잡으려고 다른 판단을 내리면 담당자가 피곤해진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부정당하다며 투서를 쓰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찰참가업체는 대부분 '꾼'들이다. 어떻게 하면 입찰을 따 먹을지 대략 견적이 나와있고, 방사청이나 군 부대의 약점이 뭔지 잘 안다.

폭스 램블러 나이프의 구성. 제원상으로는 420A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 안티카 콜텔레리아 타벨라 갈무리
이번 구매도 걸리는 점이 많다. 어떠한 경도에 어떠한 재질을 썼는지는 사실 제작사 스펙에 의존한다. 그런데 아무리 제작사가 말한 스펫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믿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에 채용된 램블러라는 칼도 육군 대응발표에는 440A의 강재를 썼다고 표현되지만, 인터넷 페이지를 검색하면 420A 강재를 사용했다고 표기한 판매업체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특전사 칼 문제는 95만원짜리 USB와 같이 방산비리로 바라볼 문제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ROC 설정에서 치밀함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필요하다. ROC 설정이 잘못된 것을 임무를 담당한 1명의 담당관 잘못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ROC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게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제대로 된 ROC가 있어야 제대로 된 무기체계를 구매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다. 한마디로 ROC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방개혁의 기본이자 성과라는 얘기다.

◆ 좋은 장비를 사주려는 노력은 높이 사자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특전사가 일선 대원을 위해 좋은 장비를 사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칼 하나를 바꾸려면 7~8년쯤의 시간이 걸린다. 소요 제기하고 ROC 획정한 다음 중기계획에 태우는데 몇 년, 업체 선정에 몇 년, 제작에 몇 년, 시험평가에 몇 년, 보급에 몇 년, 이런 식이다. 또 필요한 장비를 국외구매로 잘 사주지 않는다. 그나마 특전사라서 칼이라도 국외구매를 허용해준 것이다. 과거 사례도 많지 않았다.

미해군 실 팀에게 지급되는 온타리오 Mk 3 해군칼. 가격은 120~130불 수준이다. / 다이브서밋 웹사이트 갈무리
현재 특전사의 특수작전칼 사업은 템포가 꽤 빠르다. 2016년에 사업이 기획되고 2017년부터 사업이 이뤄졌다. 2017년 중반에 제품이 선정되고 하반기에 수령 받아 일선에서 평가됐다. 전체 구매수량은 수십, 수백개쯤이지만, 이번에 구매한 것은 200개쯤으로 시험평가 수준이라고 한다. 일종의 긴급소요전력 사업인데 방산비리 문제로 세간이 시끄러운 가운데 방사청이 몸을 움추리고 있는 와중이니 육군이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논란이 생기긴 했지만 적시에 필요한 장비를 사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할 일이다.

실제 전문가가 애용하는 것은 좋은 강재에 단순 설계를 하는 칼이다. 사진은 실6팀에 납품하는 다니엘 윙클러 작품. / 윙클나이브즈 웹사이트 갈무리
오히려 방산비리로 움추려 든 방사청이 걱정이다. 안보상황이 긴급하게 변화하는 만큼 일선에서는 방산물자를 구매할 때 패스트트랙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만약 신형 야간투시경 사업이 시작돼 애초 구매하기로 한 부대에 전부 보급이 끝나고 사업이 종료됐다. 그런데 그 사이에 신규부대가 창설되면서 야간투시경이 필요해진다. 이 부대가 새 야투경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앞서 설명한대로 현재의 시스템에 따르면 중기계획에 태우는 등 과정을 거쳐야 해 7~8년의 시간이 걸린다. 신규로 참수작전부대를 만들었는데 신규장비를 사주려면 7~8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육군에서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국방개혁의 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논쟁과 무관하게 일선에 좋은 장비를 빨리 사려는 육군의 노력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오히려 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국방개혁의 핵심이다. / 대한민국 육군 제공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일선부대가 필요하다고 해서 빨리 진행했다가 향후 문제가 생길 경우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부정적 여론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워낙 방산비리 문제로 두들겨 맞다 보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일은 아예 하지 않으려 한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면 굶는 수밖에 없다. 방산비리 공포증에 빠져 일을 못하면 우리 국방은 구멍 날 수 밖에 없다. 공무원 제도의 장점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천천히 시스템에 맞춰 안정적으로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다. 바로 그런 제도로 인해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해야 할 일에 구멍이 생긴다. 변화와 개혁이 있으려면 응당 불법적 요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가운데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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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서울대 법대와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방부·방사청·합참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