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국내 세단으로 처음으로 주력 세단 G80에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연료효율이 높고, 순발력이 좋은 디젤엔진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편의장비로 상품성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풀옵션 기준 경쟁차인 BMW 520d보다 비싸다. 브랜드 가치에서 밀리는 G80 디젤이 가격에서도 약점이 잡히는 셈이다.

제네시스 G80. / 제네시스 홈페이지 갈무리
제네시스 G80. / 제네시스 홈페이지 갈무리
제네시스 G80 디젤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m의 성능을 갖췄다. 연료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12.1㎞(AWD, 19인치 타이어)다.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NOx) 저감을 위한 SCR(선택적환원촉매) 시스템을 채용해 유로6 규제를 만족한 점도 특징이다. 여기에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소음/진동 저감기술을 적용했다. 먼저 엔진회전 진동의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차에 전달되는 진동을 줄이는 '진동 저감형 토크 컨버터(CPA)'를 장착했고, 자동차 상황에 따라 엔진 마운트 특성을 바꾸는 '전자제어식 엔진 마운트(ECM·Electronic Controlled engine mount)', 각종 소음을 상쇄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등을 적용했다.

G80 디젤은 5170만원의 럭셔리와 5700만원의 프리미엄 럭셔리로 구성된다. 경쟁차종 하나로 꼽히는 BMW 520d 제품군의 6330만~7350만원에 비해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수입차가 일반적으로 풀옵션으로 판매되는 것을 감안해 제네시스에 옵션을 장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뒷좌석 컴포트 패키지(6:4 분할, 열선/통풍시트, 180만원), H-트랙(AWD 시스템, 250만원), 파노라마 썬루프(120만원),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 콘트롤(고속도로주행보조,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 전방 추돌방지 보조, 프리 액티브 시트벨트 등, 200만원)을 모두 포함하면 G80 디젤의 가격은 6450만원으로 치솟는다.

BMW 520d M 스포츠패키지. / BMW 제공
BMW 520d M 스포츠패키지. / BMW 제공
이 경우 520d x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의 7450만원과 딱 1000만원 차이로 좁혀진다. 그런데 520d는 할인까지 고려해야 정확한 구매 가격이 나온다. 공개된 가격 외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수입차 시장에 만연한 할인이 작용하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알려진 520d의 할인액은 800~900만원이다. 여기에 영업과 판매마진을 덜어 특별 할인까지 들어가면 1000만원 정도의 가격차이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수입차 업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차 가격이 비쌀 수록 할인액은 커진다. G80 디젤과 520d의 심리적인 가격차가 '0'에 수렴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황에 따라서 520d의 가격이 더 싸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제네시스는 이제 막 출시된 G80 디젤의 할인을 따로 책정하진 않았다.

문제는 고급 브랜드를 구입하는 소비자의 심리다. 대중차와 다르게 고급 브랜드 일수록 브랜드 가치를 따지기 마련이다. 가격 차이가 없다면, 아니 오히려 저렴하다면 브랜드 가치가 높은 쪽이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과시형 소비재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고급차 브랜드의 숙명과도 같다.

아직까지 제네시스가 한국 시장에서 완벽하게 자리잡지 못한 점도 한계로 남는다. 라인업이 3개로 단순하고, 그마저도 세단일색이라 시장 상황에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2017년 제네시스는 G70이라는 콤팩트 스포츠 세단을 새로 내놨으나 판매량은 5만6616대로 전년대비 16.2% 감소했다. 가솔린 모델만 판매하던 G80은 2016년 4만2950대에서 7.4% 줄어든 3만9762대를 기록했다. 결국 G80 디젤은 줄어든 실적을 만회할 전략무기로 삼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은 셈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우리나라와 해외에서 벤츠, BMW로 대표되는 고급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태어났지만 아직 완벽히 국내외에서 인정받지는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쟁 해외 브랜드와의 가격 차이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은 제네시스가 내수에서 가질 수 있는 경쟁력 하나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전했다.